2014. 8. 19. 10:40

교황 출국 세월호 유족 외면하고 명량 챙긴 박 대통령, 긍정적 변화는 없다

낮은 곳에서 함께 하기를 원했던 교황을 거대한 단상 위에 세우고 의장대 사열까지 종용한 박 대통령. 국가원수 방문도 아닌 교황의 방문에 의장대 사열까지 시킨 박 정부의 행동은 경악스럽기만 합니다. 사회 정의를 부르짖고 낮은 곳에서 많은 이들을 이롭게 하라는 교황의 이야기는 그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일 뿐이었습니다.

 

눈치도 염치도 없던 박 정부, 교황 출국 후 달라지는 것은 없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세월호 유족에 대한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던 교황은 출국했습니다. 유족들이 팽목항에서부터 함께 들고 왔던 십자가를 가지고 돌아간 교황이 대한민국에서 느낀 것이 무엇인지 그게 궁금할 정도입니다. 그가 민주주의가 지속되기를 바란다는 발언은 단순한 발언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출국 후 대한민국의 모습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프란치스카 교황은 대한민국 방문을 끝내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세월호와 관련된 자신의 소신을 다시 한 번 밝혔습니다. 노란 리본을 달고 있는 교황의 모습과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했던 행동들이 정치적으로 이용 당할 수도 있다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리본을 유족에게서 받아 달았는데 반나절쯤 지나자 어떤 사람이 내게 와서 '중립을 지켜야 하니 그것을 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고 말해줬다"


세월호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유족에게 받아 달았던 교황에게 '중립'을 이야기하며 떼도록 요구했다고 합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인정하는 세월호 추모 노란 리본을 누군가는 정치적인 행위라고 주장했고, 그런 주장은 교황에게도 이어졌다는 사실이 충격적이기도 합니다.

 

정치적인 음모를 이야기하는 이들에게 교황은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는 말로 정리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앞에서 정치적인 이야기를 꺼내며 정치적 술수로 몰아가는 국내 수구 세력들과는 전혀 다른 교황의 이 한 마디는 날카로운 칼처럼 다가섰을 듯합니다.

 

 

교황은 방한 기간 내내 세월호 유족들과 함께 했습니다. 그가 움직이는 모든 곳에는 세월호 유족들이 초청받았고, 그들을 위로하고 아픔을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강렬하게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백만 인파들 사이에 모여있던 세월호 유족들 앞에서 내려 그들 곁으로 다가선 교황의 모습은 많은 이들을 울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모습은 교황이 아닌, 바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보여야 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참사 직후 유족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전부인 대통령은 여전히 세월호 유족들과 만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결국 KBS가 의도적으로 교황과 세월호 유족이 만나는 장면을 방송에 내보내지 않는 방식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세월호 참사가 다시 언급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세워진듯 주도면밀하게 세월호를 밀어내는 대한민국은 교황의 출국으로 변화 없는 과거로 돌아 갈 것으로 보입니다.

 

교황 방한 중 수시로 세월호 유족들을 만나고 그들을 잊지 않겠다는 발언을 해왔음에도 방송사들은 철저하게 외면했습니다. 세월호 유족으로 30일이 넘게 단식 투쟁을 하고 있는 유민 아빠와 교황의 만남 속에서도 방송사들은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그 어떤 발언도 하지 않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연계해 나올 수밖에 없는 세월호 특별법을 외면하는 것은 현 방송사들이 국민을 위한 방송이 아닌 현 정권을 위한 방송이라는 확실한 반증이었습니다.

 

34일간 단식을 하고 있는 유민 아빠는 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간절하게 요청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이 정상적으로 통과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결단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시간이 없어 만날 수 없다고 합니다. 대통령이 대한민국 전체를 흔든 세월호 참사보다 더 바쁜 일이 무엇인지 의아할 정도입니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정현 최고위원이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유족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며 적극적으로 대통령 감싸기에만 여념이 없었습니다. 대통령의 의지는 명확한데 그저 만나지 못할 뿐이라는 식입니다.

 

"제가 청와대 있을 때 지켜본 대통령님의 그 비통함, 그리고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아까처럼 그런 문제점들에 대한, 아주 좀, 비분강개에 대해서는 제가 국민들에게 설명을 안 해도 그동안 많이 드러났고, 또 그 분 본래 성품도 잘못된, 비정상 부분들에 대한 그런 게 굉장히 강하다"

 

"또 대통령님은 뉴스를 통해서나 보고를 통해서나 수도 없이 그런 보고를 듣고 있기 때문에, 10번을 보는 것이나 5번을 보는 것이나 뵙는 것은 아마 그 심정이나 문제를 고치려고 하는, 비정상을 정상화하려고 하는 의지는 같다고 본다"

 

"어쨌든 이 문제에 대해서는 소홀함이 없다고 하는 것은 그 때 제가 청와대 근무 했을 때 뵀던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청와대에서 본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비통해하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것도 모자라 그 분 성품이 본래 잘못된 비정상 부분에 대해 굉장히 강하다는 식으로 대통령 두둔에 나섰습니다. 그렇게 비정상을 몸서리치도록 싫어한다는 대통령이 비정상적인 인사에 집착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합니다.

 

세월호 관련된 내용은 수시로 보고 받고 있다는 점에서 직접 만날 이유는 없다는 주장입니다. 그저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이 말처럼 철저하게 조사를 통해 잘못을 바로잡고 정상화시키려는 노력이 있었다면 이미 세월호 특별법은 유족들이 원하고 다수의 국민들의 지지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특별법으로 통과 되었을 것입니다.

 

 

세월호 특별법은 가치 없는 조사 수준으로 전락한 것은 청와대의 의중을 새누리당이 그대로 따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철저하게 수사를 원하고 세월호 참사를 시작으로 대한민국에 유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려는 의지가 강했다면 유족들이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단식을 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방한한 교황의 간절한 기도에도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그 어떤 발전적인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새누리당 역시 파기된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은 교황 출국 후 대한민국은 그 어떤 변화도 기대할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단식하고 있는 세월호 유족들을 만나 위로하고 특별법을 통해 모든 잘못을 철저하게 바로 잡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은 채, 이순신을 다룬 영화 <명량>을 보러 다니는 대통령의 그 바쁨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합니다. 상업영화 한 편보다 못한 세월호 유족들. 그토록 대통령과의 면담을 원하는 유족들은 상업영화에 묻힐 정도로 대한민국 정치권에는 존재감이 없는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