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27. 08:04

김영오 유민아빠에 대한 악랄한 인신공격, 누가 그를 투사로 만들었나?

40일이 넘는 시간 동안 딸의 죽음에 대한 진실만을 원했던 '유민아빠'가 이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공격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혼을 했으니 딸 아이에 대한 진성성 역시 믿을 수 없다는 단순하며 악의적인 인식공격은 우리가 얼마나 야만적인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 실감하게 합니다.

 

44일의 단식, 그 지독한 고통 속에 더욱 선명해지는 가치들

 

 

 

 

단 한 끼를 굶어도 힘겨운 우리에게 40일이 넘는 단식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배고픔을 모르고 살아온 요즘 세대들에게 단식은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일 것입니다. 인간은 과연 단식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들이 많습니다.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저 열흘도 제대로 굶을 수 없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것 역시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저 각각의 시각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광화문에서 단식 투쟁을 이어가던 '유민아빠' 김영오 씨는 세월호 유족을 위한 의사들이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최소한 최악의 상황만은 막아보겠다는 그들에 의해 김영오 씨는 그렇게 세상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수구세력들이 만들어 퍼트린 보상금이 아니라, 왜 수많은 아들과 딸들이 그렇게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듣고 싶은 것뿐이었습니다.

 

유족들이 기소권과 수사권을 세월호 특별법에 부여하기를 원하는 것은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형식의 세월호 특별법은 형식을 위한 형식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적당하게 마무리하자는 의도이지 진실을 알아야겠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산재한 문제들을 풀어내기 보다는 적당한 수준에서 세월호 참사를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한 그들에게는 세월호 유족들은 불편한 존재일 뿐입니다.

 

세월호 유족에 대한 악의적인 인신공격의 핵심은 연극배우라는 이산(본명 이용근)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 논란이 되면서부터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과연 인간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막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그의 글 속에는 수구세력들이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잘 드러나 있었습니다. 일본군이 전쟁에 나서기 전 출정식을 하듯, 박정희 기념관 앞 거대한 사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일본에 대한 동경심은 그의 SNS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가미가제 정신이 세계 3위 경제 대국을 만들었다는 표현 등) 광화문에 들어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실을 밝히라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죽으라"고 외치는 그는 이미 인간이기를 포기하기로 작정한 듯합니다.

 

대통령이 그 정도 했으면 됐지, 뭘 더 바라냐는 식의 그의 발언 속에는 최소한 인간적인 존재감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단식 투쟁을 다르게 바라볼 수도 있고, 끔찍하게 사랑하는 대통령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나올 수는 있습니다. 나는 인정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인정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 도를 넘어서면 그 모든 것은 아무런 가치도 남을 수 없음은 이용근은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단식 투쟁을 죽기 위한 하나의 행위로 바라보는 그들에게 40일 넘도록 투쟁을 이어가는 김영오 씨가 이상하게 보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수액을 맞아가며 최소한 죽을 수는 없는 투쟁을 이어가는 그의 심정을 이해하기에는 그들에게는 너무 어려운 문제였을 듯합니다.

 

죽기 위한 투쟁이 아니라 억울하게 죽어간 아들딸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투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그들에게는 이런 투쟁이 낯설고 이질적으로 다가왔나 봅니다. 그저 단식하다 죽으면 그만인 것을 말도 안 되게 길게 이어가는 그들의 행위 자체가 이상하다는 이 한심한 작자들에게 광화문에서 왜 그들을 그럴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는 관심 밖의 문제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민아빠'의 단식이 화제가 되고 그로 인해 많은 이들이 다시 한 번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관심을 보이자 다급해진 듯합니다. 그런 다급함은 곧 말도 안 되는 금수보다 못한 글들로 이어지는 이유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수구세력들의 이런 다급한 행동들은 수구언론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유민이 외삼촌이라는 자가 올린 글 하나가 발단이 되었지만, 이를 과장해서 보도하는 행태는 과연 언론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합니다. 이미 이명박이 들어서며 대한민국 언론의 기본권리가 사라진 상황에서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김영오 씨 보도와 관련해 대한민국 언론이 어느 수준까지 타락했는지 다시 확인할 수 있게 되기도 했습니다.

 

정작 유민의 어머니나 둘째 딸 역시 외삼촌이라는 자가 올린 글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수구 언론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믿고 싶은 이야기만 무한반복 할 뿐입니다. 이혼한 남자가 딸도 돌보지 않고 지내다 사고가 나자 거액의 보상금을 노리고 말도 안 되는 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이 믿고 싶은 팩트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팩트는 그들이 믿고 싶어 하는 그림과는 너무 달랐습니다.

 

 

딸의 사고 보험금으로 나온 모든 비용을 김용오 씨는 이혼한 전처에게 양보했습니다. 어려운 처지에서도 딸들을 위한 보험금을 꾸준하게 냈던 그는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지속적으로 이야기해왔습니다. 당장 돈이 중요하고 특별하다고 생각했다면 적당한 수준에서 합의를 하고 보상을 받으면 그만입니다. 이런 식으로 일을 키워서 김영오 씨가 상상도 못할 정도의 보상을 받을 것이라는 억측은 정말 황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모두가 주목하는 상황이 되면 자신에 대한 책임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수구 언론과 세력들이 주장하듯 거액의 보상금을 받을 수도 없을 뿐더러 사용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감시 아닌 감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최소한 인간이라면 그런 방법조차 생각해 낼 수 없는 일일 뿐입니다.

 

사고 전에도 딸들과 대화를 하면서 여행을 함께 하자며 행복해하던 부녀지간의 모습은 일부 수구세력들에 의해 철저하게 공격을 받았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공격에 자신이 영원히 간직할 딸과의 애틋한 내용들을 공개해야만 했던 아버지의 심정은 얼마나 아팠을까요? 누구를 위한 사랑이 아니라 딸들에 대한 애틋함이 그대로 남아 있는 아버지와 딸들의 대화 속에는 수구세력들이 얼마나 못난 존재들인지만 명확해집니다.

 

모진 세상은 평범한 남자를 투사로 만들어냈습니다. 한심한 정치꾼들 수백 명은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정확하게 모른 채 세비만 축내고 있습니다. 이미 국민들에게 외면당한 정치꾼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을 피하고, 국민들이 원하는 대한민국을 거부하는 그들에게 그저 직업으로서 정치는 달콤할지 모르지만 국민들이 바라보는 그들의 모습은 추악한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분명한 인재입니다. 그리고 그런 인재는 곧 대한민국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근본적 변화 요구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의해 철저하게 막히고 있습니다. 그렇게 막힌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여전히 세월호 참사와 유사한 참사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습니다. 근본적 변화 없이 세월호 참사는 수많은 다른 참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지독한 방법으로 알려주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아야 할 것입니다.

 

한 평범한 노동자는 이제 모든 이들이 알고 있는 투사가 되어 있습니다. 여전히 병원에 실려 간 상황에서도 그는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유족들이 한 번만이라도 면담을 해달라는 요구를 모질게 외면하고 있는 대통령에게는 이런 모든 행위들이 귀찮은 듯합니다. 세월호 참사 초기 힘들게 눈물 한 번 흘려준 것으로 모든 것을 대신하라는 식의 대통령에게 세월호는 그저 잊고 싶은 존재일 뿐인 듯합니다. 하지만 이런 청와대의 방침은 곧 국민들을 투사로 만들어가고 있음을 그들은 알아야 할 것입니다.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든 것은 모두 국민들의 힘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