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4. 10:49

조현아 징역 3년 구형 결국 집행유예로 가는 구형, 재벌공화국의 적나라한 현실

'땅콩회항'으로 세계적 조롱거리로 전락한 조현아에 대한 구형이 내려졌습니다. 검찰이 구형한 3년은 곧 최종적으로 집행유예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는 점에서 재벌공화국의 실체만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돈이 권력이 된 사회에서 자본이 집중된 재벌의 힘은 이렇게 다시 한 번 국민들을 절망에 빠트리고 있습니다. 

 

갑을 논란의 대명사가 된 조현아를 바라보는 권력자들의 시각

 

 

 

 

조현아에게 내려진 3년 구형은 현재 권력을 가진 자들이 어떤 시각을 지니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입니다. 힘없는 서민들에게는 대쪽 같은 법도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는 언제나 솜방이로 이어지는 현실 속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자괴감과 분노는 커질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항공기와 관련한 법은 무척이나 엄격합니다. 하늘 위를 나는 비행기라는 특수성 때문에 항공기와 관련된 법 적용은 국내외를 막론하게 엄격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조현아에 대한 판결은 중요하게 다가왔습니다. 미국 언론에서는 조현아를 20년 넘는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결국 대한민국의 재벌은 그런 기본적인 법 적용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제대로 된 반성은 찾아볼 수가 없고 오직 재벌 모시기에 여념이 없는 그들의 모습 속에 국민들이 느끼는 거리감은 점점 멀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권력의 시녀로 둔갑한 법은 그렇게 철저하게 권력을 위한 법으로 고착화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은 현재 갑을 논란에 힘겨워합니다. 갑을 논쟁만이 아니라 슈퍼 을의 문제까지 이어지면서 이 지독한 권력의 부도덕한 관계는 후진적 사회의 전형으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씁쓸하기까지 합니다. 자신이 가진 권력에 대해 과대 포장하고 이를 악용하는 것이 곧 자신의 힘을 드러내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이 한심한 자들이 대한민국의 권력층들이라는 사실이 힘들게 다가옵니다.

 

권리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는 이 부패한 권력들이 대한민국을 집어삼키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모하거나 무지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무정하고 부정한 권력이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사회에 갑을 논란을 고착화시키고 있는 주범들이기 때문입니다.

 

절대 갑에 굴욕을 당연하게 여기는 을은 자신보다 못한 병에게 슈퍼 을로서 만행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 그런 화풀이조차 할 수 없는 사회 밑바닥에 있는 서민들은 그렇게 서로를 탓하고 비난하는 구조가 일상이 된 것도 현실입니다. 부당함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정화작용이 멈춘 상태에서 그 회오리처럼 빨려나가는 물의 끝자락은 언제나 가진 것 없는 서민들의 몫이 될 뿐입니다.

 

부당함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 조현아 사건은 중요하게 부각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대한항공 사주의 딸로 자라고 컸고, 그렇게 아무런 노력 없이 사주 일가에게 주어지는 권력을 받은 그녀는 안하무인이 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조선시대 왕과 신하의 관계처럼 대한항공은 그저 사주 일가를 위한 회사일 뿐이었습니다. 

 

 

철저하게 사주일가를 위한 조직은 결국 큰 논란을 만들어냈습니다. '땅콩 회항'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갑 질이 빚은 참사였습니다. 사건이 불거진 초기까지도 조현아와 대한항공은 세상의 조롱거리가 될 정도였습니다. 조사를 받으러 가는 조현아를 수십 명이 보필하고, 그녀가 사용할 수도 있는 화장실을 점검해 다시 한 번 청소하도록 요구하는 등 대한항공이 보인 사주일가에 대한 과도한 충성심은 지금 시대가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맞는지 의아하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생각보다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자 뒷걸음질을 치며 구속까지 되기는 했지만, 이들은 시간을 벌면서 자신들이 대한민국의 절대 갑 재벌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은 듯합니다. 잠시 국민들의 분노에 주춤하기는 했지만, 그 정도 굴욕을 당했으면 충분하다는 듯 법을 지배한 재벌의 힘은 조현아에게 집행유예가 가능한 3년 구형으로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형사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가 양형 판단에 영향을 주고는 합니다. 하지만 이번 조현아 재판에서는 조현아나 그의 변호인들이 재판 내내 승무원들의 서비스 잘못이 사건의 발단이었다고 주장할 뿐이었습니다.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모든 조건은 바로 승무원들의 잘못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조현아의 이런 주장으로 인해 결심공판 증인으로 나온 박 사무장이 분노해 "진심 어린 사과를 받은 적 없고, 오히려 관심사원 취급을 받고 있다"고 증언한 내용은 충격이었습니다. 피해자인 박 사무장은 대한항공에 의해 철저하게 모든 문제의 발단이자 감히 우리 귀한 아가씨 조현아에게 먹칠을 한 나쁜 종놈 정도로 취급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대로 된 사과 한 번 하지 않고 오히려 박 사무장을 부당하게 대우하는 대한항공의 행패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검찰은 조현아를 3년형을 구형하는 것에 그쳤습니다. 미국 언론에서는 20년이 넘는 형도 받을 수 있다는 것과 달리, 한국의 검찰은 감형이 가능한 첫 구형에서 3년을 외쳤습니다. 이는 조현아를 집행유예를 풀어주고 싶다는 간절함의 표현이기도 했습니다.

 

검찰의 3년 구형이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최대 징역 10년까지 구형할 수 있는 항공기 항로변경죄로 처벌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면서도 징역 3년을 구형했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항공기 항로변경죄에 대해 다른 해석을 하고 구형을 했다면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가에게는 엄격한 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무언의 항변을 보인 검찰의 이번 구형은 그래서 한심스럽기만 합니다. 

 

첫 공판에서 결심공판까지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은 재판부의 '속도전 재판' 역시 일반인이라면 상상도 못하는 특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감히 조현아가 감옥에 수감 중인데 어떤 식으로든 빠른 재판을 통해 그녀를 밖으로 보내야 한다는 절박한 사명감이 만든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포항에서는 두 모녀가 생활고를 비관하다 자살한 사건이 한 달이 지나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출가한 딸이 연락이 안 되어 찾아간 집에는 노모와 함께 살던 언니가 싸늘하게 죽은 상태였습니다. 서민들의 생활고를 비관한 자살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를 모두 움켜진 대한민국의 진정한 주인이라 외치는 재벌가에 대한 판결은 국민들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재벌공화국의 한심한 작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조현아 사건은 결국 대한민국의 민낯이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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