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13. 08:44

조현아 징역 1년 선고가 보여준 황망한 대한민국의 현실

대한항공 사주의 딸인 조현아가 법정에서 1년 선고를 받았습니다. 3년을 구형한 검찰과 1년을 선고한 판사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씁쓸해하는 이유는 재벌가에 내려진 판결의 이중성 때문일 것입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당연하게도 특혜를 몸에 두르고 사는 그들에게 이 정도의 판결은 서민들에게 10년 이상의 형과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법은 평등하다는 측면에서 조현아 1년 선고는 씁쓸할 뿐입니다. 

 

조현아 1년의 상징성, 다시 씁쓸해지는 현실

 

 

 

집행유예가 유력했던 조현아가 1년 선고를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검찰이 3년을 구형하면 판사는 집유를 결정하는 것이 가진 자들을 위한 판결이었습니다. 일명 35법칙이라는 것이 이번에도 적용될 것이라는 대중들의 생각과는 달리, 1년 선고를 내린 것은 험해진 분위기에 편승한 판결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힐튼 가의 아들이 항공기에서 행패를 부렸고, 그에 대해 20년 구형이 가능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권력을 쥔 자들에 대한 법의 판결은 솜방망이가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원칙과 소신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겠지만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에서 권력을 쥔 자들에게는 법은 그저 자신들이 사용하는 그저 유용한 도구일 뿐입니다. 조현아 사건 역시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조현아는 운이 없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수많은 범죄자들이 넘치는 상황에서 그녀의 행동은 말 그대로 개자의 편차일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그녀의 행동이 옹호 받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른 범죄자들이 피해간 것이 문제이지 그녀의 행동이 정당화될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들의 고통이 매우 크고 그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한다. 그러나 램프리턴으로 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은 점, 피고인이 범행을 대체로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점 등을 고려했다"

 

"항공보안법 제42조 항로변경은 공로(空路)뿐만 아니라 이륙 전 지상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합당하다. 출발을 위해 푸시백(탑승게이트에서 견인차를 이용해 뒤로 이동하는 것)을 시작했다가 정지하고 박창진 사무장을 내리게 한 뒤 출발한 바 진행방향에서 벗어나 항로변경에 해당한다"

 

"피고인 때문에 24분가량 출발이 지연됐고 다른 항공기 운항을 방해했으며 충돌 가능성이 있었다. 부사장으로서 승무원 업무배제 및 스케줄 조정 권한이 있더라도 이는 탑승 전 마땅한 절차에 따라야 하는 것으로, 지휘·감독권을 초월할 수 없다"

 

조현아 사건을 다룬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오성우 부장판사)는 12일 항공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 전 부사장에게 "이번 사건은 인간의 자존감을 짓밟은 사건"이라며 이같이 선고를 했습니다. 인간의 자존감을 짓밟은 사건이라고 하면서도 1년 선고에 그치며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만 가득한 판결문은 그래서 씁쓸합니다.

 

 

                                                               <한겨레 인포그램 인용>       

 

램프리턴을 인정했지만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감형을 했다고 판결문을 적시하고 있습니다. 램프리턴 자체를 인정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항공법에서 엄격하게 적용해야만 하는 상황에서도 재벌가의 딸이라는 점에서 모든 것이 감형의 이유가 된다는 사실이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항공변경이라는 엄중한 죄를 지었지만 조 전 부사장이 초범이고 여론 악화로 고통을 받았으니 감형을 받아야만 한다고 판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20개월 된 쌍둥이 아기의 어머니인 점과 대한항공에서도 관련자들의 정상 근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점 등을 참작했다며 1년 선고를 했습니다. 

 

여론 악화로 고통을 받았으니 실형을 산 것이나 다름없다는 재판부의 판결은 재벌가이기에 가능할 것입니다. 항공기에 항공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집단이란 권력을 가진 자들에 국한된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그들에게는 중요한 기준점이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대형사고로 큰 인명 피해도 줄 수 있는 항공기 항로변경을 시켰음에도 여론 악화로 고통을 받았으니 감형의 사유가 된다는 재판부의 판결은 씁쓸합니다.

 

조현아 구하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대한항공 여 상무에게는 징역 8월을 사건을 조사하던 김모 국토교통부 조사관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조직적으로 담합해서 사주의 딸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 이들에게 이 정도의 판결이 전부라는 점에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은 이렇게 묻히듯 정리되고 있습니다.

 

꼬리 자르고 몸통 비호하며 적절하게 합의해서 내놓은 선고는 이후 이어질 항고 등으로 조현아는 실질적으로 1년 형을 모두 받을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대중들의 관심을 낮추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인 이번 판결은 속전속결을 통해 대한항공 공주님을 구조하기에만 급급해 보입니다.

 

국토교통부의 구조적 문제는 제대로 언급조차 하지 못한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조현아를 빠른 시일 안에 세상 밖으로 내보내기에는 급급한 듯 보입니다.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국토부와 관련해서는 그저 불충분한 조사가 원인으로 보인다고만 지적하고 있습니다.  

 

 

범죄 백화점이라고 불리고 있는 이완구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뻔뻔하게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새누리당은 그런 이완구를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상이 얼마나 엉망이면 이 정도의 범죄를 저지른 자가 총리 후보자가 되고, 뻔뻔하게 자신이 총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요?

 

이명박근혜를 연결하는 원세훈은 2심에서 내려진 유죄에 대해 항소의 뜻을 분명하게 했습니다. 국정원을 이용해 지난 대선을 박 후보자에게 유리하게 만든 희대의 사건에 대해 책임감을 지지 않고 분노하는 모습은 국민들을 그들이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게 합니다. 모든 특혜를 받고 대통령이라는 상을 받은 박 대통령 측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 그 어떤 발언도 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허망합니다.

 

재벌가와 정치인 등 대한민국 사회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집단들에 대한 이번 사건들은 많은 것들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조현아에게 내려진 1년이라는 실형이 끝까지 갈 것이라 믿는 이들은 거의 없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시간끌기를 통해 그녀는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될 것이고, 언제 그랬냐는 듯 모든 권력을 다시 쥐게 될 것입니다.

 

국민들을 그저 선거철 투표용도와 세수를 걷는 존재로만 인식하고 있는 현 정부는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국민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명박근혜에 이어 지속 가능한 권력 연속성에 집착할 그들에게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이렇게 처참하게 망가지고 말도 안 되는 취급을 받고도 다시 말도 안 되는 투표를 할지 그게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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