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16. 09:50

댓글 판사 사직서 제식구 감싸기 나선 대법원, 한심한 법치국가 현실

일베충 판사가 비난여론에 휩싸이자 사직서를 제출했고 기다렸다는 듯히 대법원은 사표를 수리했습니다. 현직 판사가 보인 경악스러운 범죄 행위에 대한 냉험한 판결을 해야만 하는 대법원이 사직서를 받아 문제의 판사의 명예를 지키는 것은 대한민국이 법치국가라 부르기 어려운 이유로 다가옵니다. 

 

법치국가로서 존재감을 잃게 만드는 댓글판사 감싸기

 

 

 

 

현직 판사가 2008년부터 현재까지 편향된 정치적인 성향의 글만이 아니라 인면수심 글들을 다양한 아이디를 통해 수천 개나 포털 사이트에 올린 사건은 충격이었습니다. 일베라는 극우주의 사이트에서나 볼 수 있는 극단적인 글들이 현직 판사를 통해 이어졌다는 사실은 경악을 넘어서는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법을 다루는 최고의 위치에 서 있는 판사라는 직업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고귀한 직업군 중 하나입니다. 판사의 판결 하나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 누구보다 엄격하고 냉철한 시각을 견지해야만 하는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자가 낮에는 법복을 입고 판사봉을 휘두르고 저녁에는 익명에 기대 인면수심 글들을 올렸다는 사실은 법조계 전부를 욕보인 심각한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08년부터 해당 판사는 평일 업무 시간과 개인 시간의 경계 없이 수천 건의 댓글들을 남겼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겨레>에서 보도 되었듯 해당 판사가 올린 글들은 지역과 개인을 극단적으로 폄하하는데 집중되고 있었습니다. "촛불폭도들 미쳐 날뛴다", "전라도는 절대 안 바뀐다", "노 전 대통령 훌쩍 뛰어내려 머리통 박살"이라는 그의 글들이 품고 있는 잔혹함은 경악스러운 수준입니다.

 

초딩들의 막장급 글들이 아니라 현직 판사가 이런 편견 가득한 혐오 글을 업무를 보는 시간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냈다는 사실은 충격입니다. 그동안 그가 판결을 해왔던 사건 역시 그는 이런 왜곡된 시각에 입각해 판단을 했을 가능성도 높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더욱 가중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판사라는 직업은 누구보다 엄격한 자대로 자신을 규제해야만 하는 존재입니다. 그가 맡고 있는 역할이 막중하다는 점에서 스스로 누구보다 강력한 도덕심으로 무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판사가 일베충들이나 쏟아내는 혐오성 글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쏟아내고 있었다는 사실은 법조계 모두를 의심케 하는 심각한 사건이었습니다.

 

"A 부장판사가 소속 법원장을 통해 어제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표는 16일자로 수리했다"

"이번 사건이 발생된 영역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이버 공간이고 자연인으로서 사생활의 영역에서 벌어진 일로 댓글을 올릴 당시 법관의 신분을 표시하거나 이를 알 수 있는 어떤 표시도 하지 않았다. 이런 행위는 의원면직 제한 사유에 해당하는 '직무상 위법행위'로 보기 어렵다"

"언론을 통해 편향되고 부적절한 댓글이 해당 법관이 작성한 것임이 일반 국민에게 노출됨으로써 해당 법관이 종전에 맡았던 재판의 공정성과 신뢰성마저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 법관의 직을 유지하게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대법원은 해당 판사의 사직서를 수리했습니다. 급하게 진화에 나선 대법원은 스스로 자신들의 임무를 망각했습니다. 현직 판사가 이런 극단적이고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글들을 쏟아냈다는 점에서 엄중한 조사를 통해 그 죄를 묻는 것이 당연한데 파직도 아닌 사직을 허했다는 점에서 대법원 역시 한통속이라고 볼 수밖에는 없습니다.

 

 

대법원 측은 해당 판사의 일탈을 그저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진 자연인으로서 행위로 국한시키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법관이라는 신분을 내세우지 않았기 때문에 '직무상 위법해위'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자신이 보기에도 민망한 혐오 글들을 쏟아내며 내가 현직 판사라고 밝힐 가능성이 전무 하다는 점에서 이런 대법원의 시각은 철저하게 자기 식구 감싸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해당 법관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의심받고 있으면 파직이나 면직을 시킨 후 판사로서 적절하지 못한 행동에 대한 사법처리를 이어가는 것이 정상이건만 그들은 여죄를 묻지 않고 사직서를 수리하는 말도 안 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런 대법원의 행동은 결국 문제의 판사나 그 무리집단이나 다를 게 없다는 국민적 분노를 키울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비겁하게 익명으로 숨어서 저열한 언어로 나를 비방·모욕한 점, 부도덕에는 눈을 감고 오히려 약자를 짓밟은 점 등 그분의 언사가 나를 무척 불쾌하게 했다"

 

2011년 이명박 대통령을 비하하는 패러디 물로 물의를 빚었던 이정렬(46) 전 부장판사는 인터넷 악성 댓글로 물의를 일으킨 A 전 부장판사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이 사건들로 인해 판사직에서 물러나야 했고, 변호사 개업도 막혀 사무장으로 근무를 하고 있는 이 전 부장판사의 입장에서 보면 황당하게 다가왔을 듯합니다.

 

지배 권력에 대한 풍자와 법원의 아픈 발가락을 다뤘던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판결 합의 내용을 공개하면서 정직 처분을 받아야 했던 이 전 부장판사가 보기에 이번 대법원의 행동은 유치하고 황당하게 보였을 것입니다. 비겁하게 자신을 숨긴 채 사회를 혼란으로 이끄는 행위를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해왔던 현직 판사에게 아무런 제재조치도 없이 사직서를 받아준 것은 그를 옹호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살아있는 권력에 칼날을 겨누면 강력한 처벌을 받지만 그들이 비호하는 집단들의 일탈적 행위에는 한없이 무딘 행동을 하는 현재의 대한민국은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막말을 일삼은 판사가 변호사 개업이 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에서도 더욱 이 문제는 심각하게 접근해야만 합니다. 그저 대법원이 '직무상 위법행위'라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직서 수리를 한 채 경찰이나 변호사 협회에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는 그들의 무능과 비겁함을 다시 한 번 드러낸 일이기 때문입니다.

 

법치국가에서 벌어지는 흔한 일중의 하나가 되어버린 이 한심한 사건은 단순히 제 식구 감싸기 정도로 이해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언론이 권력의 시녀로 전락했듯, 법 역시 이미 권력을 가진 자들을 위한 용도로 스스로 변경을 한 상황에서 나온 이 파렴치한 판사 사건은 우리 사회 지배 권력자들의 일탈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다시 확인하게 해주는 사건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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