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24. 16:47

필리버스터 시간이 아니라 왜 하느냐가 중요하다

국회에서 일반적으로 쉽게 볼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필리버스터라고 불리는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연설이 자발적으로 시작해 이틀을 넘기고 있다. 한 의원은 혼자 1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연설을 하는 등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중이다.

 

민주주의 위기 상황 시작된 필리버스터, 이제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국민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필리버스터가 현재 국회에서 진행 중이다.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막거나 표결을 지연시키기 위해 장시간 발언으로 시간을 끄는 의회 운영 절차의 한 형태다. 필리버스터(Filibuster)는 1인 1회 최장 100일 동안 무제한 토론을 할 수 있다.  


더불어 민주당의 은수미 의원은 10시간 18분이라는 장시간 동안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대해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이 시간은 1969년 박한상 신민당 의원이 법제사위원회에서 3선 개헌안을 제지하기 위해 10시간 15분 동안 반대 토론을 한 게 최장시간이었다.

 

국내에서 첫 필리버스터를 한 의원은 1964년 당시 김대중 의원이 동료인 김준연 의원의 구속동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5시간 19분 동안 의사진행발언을 한 것이 최초였다. 당시 장시간 의사진행발언으로 안건 처리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이런 필리버스터는 독재자 박정희에 의해 1973년 '시간제한'조항이 만들어지며 불가능해졌다.

 

독재자에 의해 사라졌던 필리버스터는 지난 2012년 '국회선진화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해 시간제한을 받지 않는 토론을 실시한다'는 조항으로 39년 만에 부활되었다. 필리버스터는 스스로 토론을 멈추거나 제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종결 요구가 없는 한 회기 동안 계속 진행될 수 있다.


 

필리버스터라는 낯선 용어를 접한 이들은 언론에서 공개한 의원들의 시간을 경쟁적으로 다루며 소모적인 대응을 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신기록이라는 단어들이 나오고 필리버스터를 마치 '기네스 기록'에 도전하는 하나의 행위 정도로 취급당하는 것도 현실이다.

 

왜 분열된 야당이 하나가 되어 '필리버스터'를 하게 되었는지가 중요하다. 누가 얼마나 오랜 시간 토론을 이끌었느냐가 아니라 왜 그들이 모두 나서서 이 대열에 합류할 수밖에 없었는지가 핵심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현재 상황을 국가비상사태라고 규정하고 직권 상정했다.

 

직권상정은 천재지변,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의장과 여야 대표가 합의하는 경우로 정해져 있다. 그동안 이뤄진 직권상정은 모두 여야 대표가 협의를 한 후 국회의장에 의해 직권 상정된 경우다. 하지만 이번에 정 의장은 현 상태가 전시 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상태라고 정의했다.  

 

정 의장이 그렇게 판단한 이유를 국정원의 보고와 몇몇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국정원에 모든 권한을 주는 이 법률안과 관련해 국정원의 보고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된다. 미국 현지에서도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는 전쟁을 유도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위성을 위한 발사 실험이라는 의견에 동의하는 전문가들이 많은 상황에서 청와대는 즉시 전투 상황이라고 되는 듯 분위기를 이끌었고, 갑작스럽게 사드를 국내에 배치하겠다고 나섰다. 사드가 무용하다는 전문가들 의견들이 나와 있는 상황에서 북한 미사일을 잡기 위해 사드를 배치한다는 주장은 황당하다.

 

철저하게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제안을 북한을 이용해 악용한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더욱 선거철만 되면 북한과 관련한 민감한 이슈들이 쏟아지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이번이라고 달라지지 않았다. 그 과정을 보면 명확하게 선거에 모든 것이 맞춰져 있음을 알고 있다.

 

북한의 위성 발사 실험을 빌미 삼아 한반도를 위급 상황으로 몰아가고, 선구구역을 조급하게 통과시킨 그들은 이제 '테러방지법'을 앞세워 국민 통제에 나서기 시작했다. '테러 의심'만으로도 감청을 할 수 있고, 영장 없이도 계좌추적을 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힘을 국정원에 주겠다는 이법은 결코 통과되어서는 안 된다.

 

자의적 해석이 가능할 수밖에 없는 두리뭉실한 법안으로 권력에 방해가 되는 이들은 모두 '테러범'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국무총리 소속 대테러센터를 설치하겠다는 문구 역시 어처구니없기는 마찬가지다. 국정원에 대한 실질적인 감독 기능이 부족한 상황에서 센터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국민들의 세금을 받고 움직인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감독은 전무하다. 그들이 어떤 용도로 혈세를 사용하는지도 제대로 밝힐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 그들이 지난 대선에서 댓글 부대를 직접 운영하며 선거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선거를 앞두고 그들에게 무소불위의 힘을 주겠다는 발상은 오직 하나를 위한 선택이다.

 

정보위에서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견제를 인권보호관 1명을 둬서 감시하겠다는 것 자체가 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통신이용과 금융거래, 출입국 정보 수집권을 모두 가지는 국정원은 자신이 원하는 누구라도 모두 그 범주에 둘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기만 하다.

 

언론은 권력에 의해 사망 선고를 한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원에 '테러방지법'을 빙자한 국민 감시권을 주게 된다면 대한민국 전체는 철저하게 감시당할 수밖에 없다. 조지 오웰의 <1984>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실제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시스템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개개인의 인권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필리버스터에 참여하는 이들을 주목해야 하고, 그들이 왜 참여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우리는 알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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