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3. 08:14

엄기영과 최문순 대결이 중요한 이유

엄기영의 한나라당 입당은 많은 이들에게 황당함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아니 그 이상일 수도 있겠습니다. MB정권이 들어서며 언론 장악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MBC를 사수하기 위한 노조의 움직임과 이에 맞서 싸우던 기개는 모두 거짓이었다는 것이 당황스러울 뿐입니다.

배신의 아이콘 엄기영, 그는 성공해서는 안 된다




MB정권의 강압에 의해 MBC 사장직을 떠나는 그를 보며 많은 MBC 직원들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눈물의 의미는 언론을 통제하려는 거대한 권력에 맞서 싸우던 든든한 기둥이 뽑혀나가는 아픔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허탈함은 낙하산 김재철이 MBC에 사장으로 들어서며 극대화되었습니다.

MBC 노조는 강경한 투쟁으로 김재철의 MBC 입성을 막아섰고 이일로 인해 많은 이들에 방송국에서 쫓겨나는 일까지 당해야만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원들에게 손을 들어 파이팅을 외치고 글로 그들을 응원하던 이가 바로 엄기영이었습니다.

그런 엄기영이 그동안 줄곧 MBC에서 월급 1,000만원에 판공비, 차량 지원까지 받아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많은 이들을 경악스럽게 했습니다. 고문역으로 그에게 지급된 비용은 정당하다는 MBC의 답변이 당황스러운 것이 아니라, MB 정권에 의해 낙하산 인사로 들어온 김재철을 보호하고 MBC를 현 정권에 바치는 일에 협조한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경악스러웠습니다.

엄기영은 많은 이들의 예상처럼 한나라당에 입당해 강원도지사가 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MBC 사장직도 자신이 알아서 물러난 것이지 외압에 의한 퇴출은 없었다고 합니다. 이제 와서 MB정권을 두둔하고 엉망이 되어버린 언론 탄압을 당연하듯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은 과연 인간이 얼마나 추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 같기만 합니다. 

한나라당에 입당해 강원도지사 경선에 나선 그는 자신의 출마와 언론에 대한 자신만의 소신을 역설했지만 진정성 있게 바라보는 이들은 거의 없을 정도로 그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진지 오래입니다.

“강원도가 처한 어려운 현실과 변화를 바라는 도민의 염원을 생각해 (출마를) 결단했다. 강원지역 현안의 해결을 위해 정부 여당의 전폭적 지원이 필수적이고, 이것이 한나라당에 입당한 이유”
“언론자유는 소중한 가치이고, 그것이 좌절돼 문화방송 사장직을 사퇴했다. 강원도를 위해선 (여당인)한나라당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방송 독립과 경영 자율은 침해돼선 안 된다”고 외치던 그가 표리부동하게 언론을 탄압하고 방송 독립과 경영 자율을 침해하고 있는 한나라당에 입당한 것을 당연한 듯 이야기하는 모습은 역겨울 정도입니다. 자신이 역설해왔던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파괴하는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 강원도에 언론 자유 정도는 우습게 보는 정당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논리는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인가요?

강원도지사 후보에 당내 경선을 거쳐 엄기영이 나선다면 전직 MBC 사장들 간의 대결 구도가 펼쳐질 예정입니다. 최문순vs엄기영이라는 대립 구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그들의 대결 구도가 흥미롭고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같은 방송국의 전직 사장들의 대결이라는 이슈 때문이 아닙니다.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국회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최문순과 철저하게 그를 믿고 따르던 이들을 배신하며 자신만의 영달을 위해 언론의 자유를 내팽개친 엄기영이 만났기 때문입니다. 집권 3년 만에 대한민국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가며 부도덕하고 무능력한 정부의 표본이 되어버린 현 정권에게 강원도가 표를 던지지는 않을 것으로 믿습니다.

이광재 전 지사가 한나라당 의원들과는 달리 과도한 판결로 인해 지사직에서 물러나야만 했습니다. 마치 그럴 수밖에 없음을 알고 준비라도 한 것처럼 지난 8월 급하게 강원도로 주소를 옮기고 출마를 준비한 것은 의도적인 방법으로 이 전 지사를 낙마시키려는 음모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MB 정권에 충성 맹세를 한 이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보면 엄기영의 한나라당 입당과 강원도지사 출마는 자연스러운 상황일 뿐입니다. 그런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엄기영이 강원도지사에서 낙마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고 순리라 생각합니다.

목표를 위한 수단을 정당화하며 자신의 가치관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그의 모습은 친일을 하던 이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살기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친일을 해야만 했다는 말도 안 되는 친일파와 그가 다른 것이 뭐가 있을까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서 아쉬움과 분함을 토로해봤자 의미 없는 행동이 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도민들이 표로 이야기를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과연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현 정부가 내정한 부도덕한 인사를 도지사의 자리에 앉힐 것인지 아니면 언론 자유를 위해 흔들림 없이 행동하는 최문순 후보를 선택할 것인지는 이제 강원도민의 몫이 되었습니다.

집권 3년차를 맡이 하며 급격하게 레임덕 현상을 보이는 MB정권을 중간 평가하는 중요한 자대는 바로 강원도지사 대결이 유력한 '최문순vs엄기영'입니다. 엄기영의 몰락은 곧 소수의 가진 자들을 위한 정책을 펴고 서민들에게 죽음을 강요하는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이 될 것입니다. 강원도민들의 현명한 판단이 절실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