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13. 12:48

진경준 판결은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결과를 예고한다

진경준 전 검사가 징역 4년 형을 받았다. 1심에서 겨우 4년 형이라면 끌고 가 집행유예를 받을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짬짜미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법을 직업으로 삼고 사는 자들의 심리가 만든 결과는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낸 '박근혜 탄핵'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도 있어 보인다.  

진경준 4년 형이 던지는 가치, 뇌물죄도 아닌 진경준 판결이 당혹스럽다



게임 회사 넥슨의 주식을 부당 취득해 엄청난 이득을 본 검사 진경준의 편은 여전히 법이었다. 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자의 일탈은 언제나 그렇게 그들의 편에 선다. 만약 일반인이 동일한 사건으로 법정에 섰다면 뇌물죄와 함께 비교도 안 될 형과 부당이득을 이유로 재산 환수도 명했을 것이다. 


"진 전 검사장이 김 대표로부터 받은 이익이 검사로서의 직무와 관련돼 있다고 증명할 사정을 발견하지 못했다"


"김 대표의 사업이 불법성이 있거나 수사에 연루될 가능성이 특별히 높다고 볼 수 없고, 실제로도 금품이 오간 10년 동안 진 전 검사장의 직무와 연관된 현안이 발생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진 전 검사장이 검사로 임관하거나 김 대표가 사업을 하기 전부터 친하게 진했던 점을 고려했다"


검찰의 주장과 달리 법정은 죄가 없다고 판단했다. 실제 금품이 오간 10년 동안 진 전 검사장과 김 대표 사이에 직무와 연관된 현안이 발생하지 않았으니 뇌물죄가 아니라는 판결이다. 직접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았으니 범죄라고 할 수 없으니 부당하게 취득한 130억이라는 이득도 환수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진경준 검사는 지난 2006년 11월 당시 가격으로 8억 5천 370만 원에 달하는 넥슨재팬 주식 8천 537주를 넥슨 특에서 무상 취득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아직 공개하지 않은 주식을 사전에 취득한 것도 문제지만 진 검사의 돈으로 구입한 것도 아니었다. 


김정주 넥슨 대표가 현직 검찰에게 거액이 될 수밖에 없는 주식을 구매하도록 돈을 지급했다면 이는 뇌물죄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법정은 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결심 공판에서 진 검사장에게 징역 13년과 추징금 130억 7천 여 만원을, 김정주 대표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한 것을 생각해보면 파격적인 판결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이 검사장의 범죄 사실을 밝히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판사는 검사에게 무죄나 다름 없는 판결을 했다. 뇌물을 공여한 넥슨 대표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엄청난 돈들이 오갔음에도 그들의 범죄 사실을 증명할 수 없다는 판결은 절망스럽다. 


두 사람이 검사와 사업을 하기 전부터 친했기 때문에 내부 거래 정도는 범죄로 볼 수도 없다는 판결이다. 아무리 오래된 친구라고 해도 상황이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검사에게 사업가가 엄청난 이득을 볼 수밖에 없는 짓을 했다면 이는 과거의 친분과 상관없이 뇌물죄가 되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이번 판결에 당황하고 분개하는 것은 그저 진경준의 파렴치한 행동 때문이 아니다. 이번 판결은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미리 볼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미 우병우와 넥슨과의 은밀한 거래 역시 진경준 사건과 유사하게 끝날 가능성이 높다. 


진경준보다 모호한 우병우가 엄청난 추징금과 징역형에 처해질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 보이니 말이다. 검사장과 게임 회사 대표에게도 이런 판결을 내리는데 과연 대통령과 재벌 회장들에게 뇌물죄를 적용하고 판결할 수 있을까? 공정한 법이라면 당연히 처벌 해야만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법을 그렇게 바라보지 않는다. 


광장에 나선 국민의 힘으로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는 법정에 세워졌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탄핵은 이뤄졌지만 헌재가 과연 자신의 임무에 최선을 다할 지에 대한 궁금증도 크다. 그만큼 국민은 불신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이런 불신 사회에 검사장과 게임 회사 대표의 은밀한 거래는 무죄가 되었다. 


박근혜가 업무 복귀에 자신감을 가지는 이유 역시 이런 것들 때문이리라. 법이란 언제나 강자에게는 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박근혜는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는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고도 박근혜와 최순실이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 역시 법이 자신들을 구원할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용이 마음에 드신다면 아래 공감을 눌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