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18. 09:05

새누리당 의원 조선종편 협찬 강요가 재벌들의 언론 장악의 신호탄인 이유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일들이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현역 여당 의원이 공기업들을 찾아 종편 방송의 광고 책임자라도 되듯 드라마 제작 투자를 강요했다는 사실은 이 정권이 만들어 놓은 종편이 어떤 존재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니 말입니다.

종편 사업자들의 광고 업무를 대신하는 새누리당 공당이 맞기는 한가?




국민들이 원하지도 않는 종편 사업자들을 서둘러 만들고 그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온갖 편법이 난무하는 상황입니다. 길을 열어주고 이제는 그들이 약탈적 광고를 할 수 있는 '미디어 법'를 개정해 알아서 광고를 수주하도록 길을 터주면서 광고시장을 혼탁하게 하면서 방송의 질을 급락시킨 원죄는 그들을 옥죌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시청률 1% 드라마에 만성 적자 공기업들이 거액의 투자를 했다는 사실은 뭘까요? 종편에서 제작하는 드라마에 여당 현역 국회의원이 직접 나서 투자를 독려하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일까요? 과연 그 국회의원은 왜 TV 조선의 광고를 위해 그토록 열심히 뛰어다는 것일까요? 어떤 식으로 생각을 해봐도 그 현역 의원의 행동은 적절하지도 않았고 이해할 수도 없는 황당한 행동임이 분명합니다.

"지난해 상반기 권 의원이 한전과 발전사 간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반도가 에너지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인만큼 홍보에도 도움이 될테니, 지원을 한 번 검토해봐라’는 얘기를 했다. 우리들로선 이를 무시할 수 없어서 협찬을 했다"

한겨레 보도 내용을 보면 TV 조선에서 방송하는 드라마 '한반도'에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해 자회사 6곳이 종편 드라마 협찬비로 3억 4000만원을 지원했다고 합니다. 한전이 1억을 지원하고 나머지 6곳이 각각 4000만 원씩을 지원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현역 국회의원이 주도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드라마 한반도 포스터

공중파와 종편을 떠나 상황에 따라 드라마 제작에 투자는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투자에는 투자 전문가 집단이 내린 평가서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지 누군가의 압력을 받아 결정하는 문제는 아닙니다. 더욱 자신들의 생사결정권을 쥐고 있는 현역 국회의원이 직접 나서서 협찬을 종용하는 상황은 약탈적 광고 시장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기만 합니다.

그나마 투자는 투자 성공 시 수익이 되어 돌아오지만 협찬금은 말 그대로 그저 주는 자금이라는 점에서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공기업이 이런 식으로 국민들의 혈세를 종편 사업자들에게 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행동일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 이런 협찬이 가능하도록 종용했던 여당 국회의원이 한전과 발전회사들을 국정 감사하는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이라는 점입니다.

국정감사에서 악감정을 품고 자신들에게 위해를 끼칠 수도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관계자가 자신들에게 협찬을 하라고 강요한다면 이는 곧 따라야만 하는 명령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기업도 아닌 공기업에 국정감사를 담당하는 부서 소속 현역 의원이 협찬을 이야기했다는 것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권력을 남용했다고 밖에는 볼 수가 없습니다.

새누리당의 권 의원이 발전사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지원을 요구하는 발언을 했고 이후 드라마 제작사인 래이래몽이 실제 그들에게 협찬을 요청해왔다는 점에서 이는 충분한 인과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SBS에서 시청률을 문제로 거부했던 드라마가 종편 사업자를 찾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투자대비 수익이 저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투자의 어려움을 겪던 제작사가 현역 여당 국회의원의 도움으로 거액의 협찬비를 받았다는 사실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해당 국회의원은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드라마가 에너지를 소재로 하고 있어, 발전회사 홍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며 "한번 검토해보라는 수준으로 이야기한 것이지, 액수를 정해주거나 압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사이탈 권까지 쥐고 있는 현역 국회의원. 그것도 자신들을 국정감사에 올릴 수 있는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의원이 노골적으로 종편 드라마를 지목해 지원을 요구했는데 공기업에서 이를 무시할 수 있었을까요?

"(협찬을) 안 하면 나중에 뒷감당을 어떻게 하냐 라는 생각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는 공기업 관계자의 말에서 알 수 있듯 권 의원의 요구에 그들은 부당한 일임을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종편 드라마에 투자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국민들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기업 관계자가 여당 국회의원이 무서워 지원 가치도 없는 드라마에 거액을 지원한 것도 문제이지만 이들에게 강압적으로 지원을 강요한 현역 여당 의원은 이 문제에 책임을 져야만 할 것입니다.

새누리당이 강제적으로 통과시킨 '미디어 법'은 이런 유사한 상황들이 횡횡할 수밖에 없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권력을 악용해 광고시장을 교란시키고 그렇게 만들어진 콘텐츠가 정상적일 수 없다는 점에서 방송시장이 철저하게 재벌들의 입맛대로 변할 가능성은 농후해졌습니다.

초기 약탈적 광고 수주를 할 종편 사업자들에게 재벌들이 자금을 지원하는 구조가 되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자본 권력을 지닌 재벌들에 방송이 종속될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재벌들은 광고비를 이용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송을 강요할 수 있게 되고 이는 곧 자신들을 비판할 수 있는 뿌리마저 제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론의 기능을 크게 침해하는 상황을 만들 수밖에는 없게 될 것입니다.

이 정권이 들어서 재벌들에게 탐욕적인 성장이 가능하도록 하더니 종편 사업자들을 출발시키고 그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기 위해 광고시장을 무력화시켜 재벌들이 방송을 장악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이 문제의 심각성은 크게 다가옵니다.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공기업을 통해 종편 사업자들을 도와주는 방식은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약탈적 광고 시장의 시작일 뿐입니다.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재벌이라는 거대 자본 권력에 방송을 받치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도록 강요하는 이번 새누리당의 '미디어 법'은 폐기되어 마땅할 것입니다. 이는 곧 재벌공화국이 된 대한민국이 그들에게 언론마저 장악당한 채 완벽한 그들만의 나라로 바뀔 수밖에 없음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