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11. 14:42

장자연 사건에 침묵하는 여성가족부는 뭘 하고 있나?

여성가족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남성의 모습을 보며 생각해봅니다. 그들은 왜 '장자연 사건'에 대해 논평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여성과 관련된 작은 폄하라도 놓치지 않고 이야기하던 그들이 권력에 의해 한 여성이 처참하게 짓밟힌 사건에 대해서만큼은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가족부로서 존립 의미는 무엇인가?




여성가족부는 말 그대로 남성 위주의 사회라는 편향된 시각을 바로잡기 위해서 만들어진 특별한 부서입니다. 여성가족부를 찬성하과 환영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그 부분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 남성 위주로 편성된 사회가 발전을 거듭하며 양성 평등으로 나아가는 시점에 여성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대변하고 교육할 수 있는 전담 부서가 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반가움과는 달리 여성가족부는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이 내세우는 주장이 현실적으로 황당함으로 이어지는 오기의 발산인 경우들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지요. 남자들의 군대와 관련해서도 해서는 안 되는 발언을 여성부라는 이름으로 막말을 서슴지 않고 여성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과자가 여성 성기를 닮았으니 판매를 금지하라는 정말 창의적인 발언도 쉼 없이 늘어놓는 그들은 본래의 취지는 사라지고 우스꽝스러운 정치 집단화 되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유명했던 망언들을 모아 보자면,

조리퐁 불매운동(여성 성기를 닮았다)
여자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남자보다 뒤라 불평등 하다
소나타 3의 앞 헤드라이트가 남자 성기와 비슷하다
군대는 집 지키는 개(이연숙 국회의원)
아들바위사건(남아선호사상 상징)
스타크래프트 매딕이 죽는 소리는 성행위시 여자 신음소리와 닮았다



언뜻 봐도 그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엉망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물론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름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활동들을 전개하고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 시키고 있다고는 하지만 정작 국민들의 입장에서 여성가족부가 있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진정 여성 인권을 존중하고 여성 노동자의 지위 향상에 적극적이었다면 홍대 청소 노동자들의 투쟁에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되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월급에 300원 짜리 점심을 먹어야 하는 그들에게는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열악한 노동환경에서도 가족을 위해 노력하는 그들에게 여성가족부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요?

아동 성폭행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고취하고 강화된 법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하고 있으신가요?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가수들의 가수에 술이나 술집이 등장한다고 타박하지 말고 근본적인 원인들을 제거하는 노력에 좀 더 힘을 쏟아야만 합니다.

최근 SM은 자사 그룹인 'SM 더 발라드'의 노래 중 가사 속에 '술'이라는 단어가 삽입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청소년 유해 판정을 내린 여성가족부에 행정소송을 했습니다. 가사 중에 '술에 취해 널 그리지 않게' '술에 취해 잠들면 꿈을 꾸죠'라는 내용이 들어있다는 이유였는데요 이미 술과 관련된 가사들이 많은 상황에서 이들에게만 청소년 유해 판정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SM의 주장이에요.

여성가족부로서는 SM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예기획사이니 만큼 청소년에 대한 기준을 강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는 분명하게 형평성에 어긋난 행동일 뿐입니다. 바이브의 '술이야'나 임창정의 '소주 한 잔'등은 제목부터가 음주를 조장하는 듯한데 왜 이 곡들에 대해서는 청소년 유해 판정을 내리지 않는 것일까요?

SM 전에도 보드카레인의 3집 수록 곡 '심야식당'에 '한모금의 맥주'라는 가수가 들어갔다며 청소년 유해 판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가사에 술이 포함된 141 곡의 가요 중 4곡만이 청소년 유해 판정이 내려진 상황에서 이를 받아들일 가수들은 없을 겁니다.

형평성도 없이 자신들의 기분에 따라 기준을 제시하고 집행하며 권력을 자위하는 여성가족부는 장자연 사건이 다시 불거진 이 시점 이와 관련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널리 알려진 사회 지도층 인사 31명이 100여 회에 걸쳐 성상납을 받은 희대의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그들의 행보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자기 모순적 행동일 뿐입니다.

여성들을 위한 부처가 아닌 소수 집행부의 권력을 위한 모임 정도로 여성가족부가 존재한다면 이는 폐지되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여성의 인권이 사회적 지위에 따라 달라진다면 이는 말도 안 되는 일일 것입니다. 여성의 지위와 권리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가장 낮은 곳에서 권력에 의해 짓밟힌 인권을 회복하고 재발할 수 없도록 방안을 세우는 것일 테니 말입니다.

조선일보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문성근 씨와 여성가족부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시지프스라는 필명을 쓰는 네티즌의 모습을 보며 우리 사회의 권력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과연 권력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 권력은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