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3. 12:05

이 정권의 핵에 대한 두 얼굴, 정상회의와 그린피스 입국 거부

핵 안보에 관한 정상회의를 예정된 4, 5월이 아닌 총선을 앞둔 시점 개최하며 북한의 핵 공격 위협을 화두로 삼아 선거전에 그들을 참여시키는 현 정권에게 그린피스 회원들의 입국은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이었나 봅니다. 그렇게 핵 안보에 대해 열변을 토하던 정부가 핵 안전을 위해 입국을 하려던 그린피스 회원들을 입국 저지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선거 전에 도움이 되는 각국 정상들과 도움이 되지 않는 그린피스 회원들

 

 

핵안보정상회의는 총선을 대비하는 여당에게는 가장 축복과도 같은 행사였습니다. 4, 5월 중 행사가 치러지는 것과 달리 그들은 총선을 앞둔 시점 급하게 회의를 개최하게 된 이유는 명확합니다. 수구언론들이 언제나 그러하듯 북한을 전면에 내세워 수구세력들을 결집시키는데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핵안보정상회의는 모든 것을 갖춘 종합선물세트 같은 행사였습니다.

4, 5월 개최 예정이었던 핵안보정상회의가 왜 갑자기 4월 총선을 앞두고 개최되어야만 했는지에 대해서는 오바마의 일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을 하지만 이명박과 오바마가 나누는 거래를 생각해보면 그들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는 좀 더 선명해지기만 합니다. 한미 FTA를 통해 디트로이트를 살리겠다며 오바마와 함께 디트로이트를 방문한 이명박에 대한 선물로 총선을 앞둔 시점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했다는 것은 많은 이들의 의심을 받을 수밖에는 없습니다.

역대 정권들이 선거철만 되면 북한을 전면에 내세워 안보 선거를 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번 역시 그와 다름없다는 점에서 그들의 선택은 충분히 의심 받을 수밖에는 없습니다. 휴전선에 들려 북한을 바라보는 오바마의 사진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선전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거래는 충분히 매력적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바마에게 디트로이트 건과 이명박에게 핵안보회의는 서로에게 윈윈이 될 수밖에는 없었을 테니 말입니다.

핵안보정상회의를 하는 국가에서 원전이 멈추고 정전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불안을 조장하는 상황에서 외치는 핵 안보는 허망하게 다가올 뿐입니다. 일본 원전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고 그런 핵 불안은 당연히 대한민국에도 문제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지만 오래된 원전에 대한 문제나 새롭게 지어질 원전에 대한 문제까지 무엇하나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오로지 정부의 이야기만 믿으라는 그들의 모습에 믿음을 가질 수 없는 것은 단 한 번도 믿음을 준 경험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문제로 지적하던 고리 원전은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고장을 일으켰습니다. 문제는 이 문제를 철저하게 덮기에 급급했다는 점에서 이 정부의 표리부동함은 당혹스러울 정도입니다. 원전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 존재인지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더욱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파괴된 원전으로 인해 일본이 초토화되어버린 경험은 우리에게도 낯설지는 않습니다. 이미 1년이 지났지만 일 원전으로 인해 오염된 일본은 불안함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고리 원전 사고는 심각한 수준이었음에도 사실을 밝히기보다는 숨기기에 급급한 정부에 어떤 믿음을 가질 수 있느냐는 점에서 그들의 핵안보정상회의의 그럴 듯한 이야기 남발은 그저 그들만의 이야기 만들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의 핵무기 개발은 침묵으로 일관하지만 중동의 핵개발은 악마의 장난이라 치부하는 것 역시 열강의 논리일 뿐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일반인들도 쉽게 아는 현실입니다. 미국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도록 강요당했던 시대는 여전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들이 늘면서 미국이 주장하는 세계관이 모두 옳다고 믿는 이들도 적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지요.

이들이 펼치는 논리에서 그 정당함이란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면 선이라는 일방적인 주장만이 전부일 뿐입니다. 팔레스타인을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으로 가두고 고립된 그들을 돕기 위한 민간 기구를 이스라엘 군인들이 총으로 제압하고 죽이는 일련의 사건들도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당연함으로 이야기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야만이 지배하는 세상에 과연 미국이 선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는 논리는 과거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화두일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불법행동을 한 것도 아닌데, 아무런 설명 없이 정부에 의해 활동을 방해받은 건 처음"

"반대 의견이 있다면 열린 토론을 통해 해결해야지 일방적으로 입국금지를 시키는 건 한국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우려스러운 일"

"한국 민주주의의 훼손이라는 점에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총리실 민간인 사찰과 이번 조치는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문제"

국격이라는 단어를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사용하고 모든 가치의 척도로 이야기하던 이 정권은 항상 국격에 반하는 행동만 하기에 정신이 없다는 것은 이제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 되었습니다. 그린피스 나미두 국제사무총장이 밝힌 울분은 다시 한 번 이명박 정권이 추구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실체가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언론을 통제하고 광장을 막아서고 전 방위적인 불법 사찰로 감시 사회를 일반화했던 이명박 정권에게 그린피스의 입국저지는 어쩌면 당연함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정권이 듣기 싫은 소리를 하겠다는 그들의 입국을 막아 원천봉쇄하겠다는 그들의 논리는 이미 수없이 행한 악행으로 모두 드러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관계기관의 요청에 따라 대한민국을 해할 우려가 있는 국익유해자로 분류된 3명에 대해 입국을 금지했다. 구체적인 사항은 관계기관이 판단하는 것이고, 이 기관이 어디인지는 말할 수 없다. 일행 중 2명은 이미 지난해에도 입국금지를 당한 적이 있다"

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가 밝힌 내용을 보면 그린피스 회원들이 국익유해자라는 이유인데 과연 그들이 무슨 잘못으로 국익유해자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핵안보정상회의 시점에 그들이 입국할 수는 없다는 이유만이 명확하게 다가온다는 점에서 그들의 의도는 분명할 뿐입니다. 

핵안보정상회의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치러졌지만 핵 위험을 밝히고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그린피스 회원들에게는 입국조차 거부하는 정부의 의도는 명확할 뿐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그들이 벌인 동일한 사안에 전혀 다른 두 존재에 대한 이 정권의 입장은 명확하기만 합니다. 국익에 모든 것을 건 이명박 정권에게 그린피스 정도는 국익과는 전혀 상관없는 존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에게는 그저 자신의 위신을 세워주는 그럴듯한 꾸밈이 중요할 뿐 실질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은 의미 없음이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