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6. 12:19

체육회 강제 귀국 연기로 본 올림픽, 무엇을 위한 올림픽인가?

폭염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릴 정도로 뜨거운 여름의 연속. 그 안에 대중들을 들끓게 하는 올림픽. 이 둘이 합해져 만들어낸 결과는 모든 것을 잊고 올림픽에 집중하도록 하는 효과였을 듯합니다. 무더위에 지치고 정치, 사회에 짜증난 국민들에게 스포츠에 대한 마력은 그 무엇보다 강력한 무기이니 말입니다.

 

모든 매체가 올림픽에 집중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에어컨마저 시들해지는 더위는 죽을 맛입니다. 그 무더위를 어떤 식으로든 해소하려 해도 쉽게 해소하기 힘들 정도로, 37도를 넘어서는 불볕더위가 일주일 이상 지속되는 상황에서 불쾌지수는 더욱 치솟기만 합니다.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도심의 경우, 그 열기는 더욱 뜨겁게 치솟으며 마치 가마솥 안에 앉아 있는 것처럼 만들고 있어 두렵기까지 합니다. 에어컨은 내부를 차갑게 해줄지 몰라도 외부로 내보내는 열기는 다시 도심 전체를 더욱 뜨거운 도가니로 몰아간다는 점에서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의 더위 해소법을 도시인들은 행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무더위가 이어지는 상황에 런던 올림픽은 어쩌면 소시민들에게는 그나마 행복한 소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신 줄 놓기 일보직전의 더위와 복잡다단하고 힘겨운 삶을, 아주 잠시라도 잊을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매력적일 수밖에는 없으니 말입니다.

 

그 행위가 에어컨이 내뿜는 실외기 온도의 압박처럼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다시 힘겨움으로 다가온다고 해도, 현재의 고통을 조금은 해소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올림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에 의도하지 않았던 다양한 이슈들과 금메달 소식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이를 다시 재가공해서 무한 반복하듯 열거하는 미디어로 인해 2012년 8월 대한민국은 끔찍한 무더위와 올림픽이 전부가 되어 버렸습니다.

 

올림픽이 개최되기 직전 터져 나왔던 이명박 대통령 친인척 논란도, 녹차라떼라 표현될 정도로 죽어버린 강이 되어버린 4대강 사업 논란도, 노조 파업에 앞장서왔던 컨택터스가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 개인 경호를 했던 인물의 회사라는 소식도 모두 무더위와 올림픽에 묻히고 있습니다.

 

MB 측근 비리는 그 규모와 범위가 방대해서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 측근 비리가 공개적으로 거론되지 못하는 현실은 아쉽기만 합니다. 탄핵을 받아도 수십 번은 받았을 그가 월요일 아침에는 '오심'에 대해 분노한다고 말하는 뻔뻔함을 국민들은 들어야 하는 아이러니를 경험하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자신의 들보는 외면한 채 남의 들보만 거들먹거리는 모습이, 국민들의 비아냥 거리가 된다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는 슬픔으로 다가옵니다. 이 대통령을 후보 시절 경호한 인연을 가진 컨택터스는 용역깡패의 진화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지만, 몇몇 진보적 성향의 언론을 제외하고는 거론도 되지 않고 있습니다.

 

히틀러 사냥견에 물대포까지 갖추고 노조원들을 잔인하게 폭행하는 이 포악한 집단들을, 대한민국 공권력이 비호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언론의 심층 취재를 통해 밝혀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중요하게 방송에서 다뤄지지 못하는 것은 그 거대한 올림픽의 힘이겠지요.

환경연합에서 연일 녹차라떼가 되어버린 4대강 문제를 사진과 함께 문제점들을 비판해도 들어주는 언론이 존재하지 않다는 사실도 문제입니다. 진보적 성향의 언론을 제외하면 4대강 문제를 언급하는 곳조차 없다는 사실은 심각합니다. 국민의 혈세 수십조가 들어가고 매년 수조원의 관리비가 들어가야 하는 사업이 강을 죽이는 사업이라는 사실은 국민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이니 말입니다.

 

자연을 파괴하며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4대강 사업은 결과적으로 강을 병들게 하고 서서히 죽어가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회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4대강 마지막 사업 현장인 두물머리 유기농 단지에 대해 법원은 사업을 허락하면서 여전히 반사회적인 법적용으로 논란만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잘못된 사업이라도 이미 너무 많이 진행이 되었으니 지속해야 한다는 이상한 법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그들에게는 당연한 결과였는지 모르겠지만, 자연을 파괴하고 토건업자의 배만 불리는 사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국민들에게 이 사업은 국민 모두를 지옥으로 몰아넣는 사업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새누리당의 4.11 총선이 '공천장사'를 통해 이뤄졌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언론은 올림픽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의원이 자신은 사과할 이유도 없다는 발언을 뻔뻔하게 하고 있어도, 언론은 별다른 이야기가 없습니다. 그들에게는 오직 올림픽만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올림픽이 거대한 산업으로 자리 잡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올림픽 행사에 거대한 재벌 그룹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올림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충분합니다. 그들이 거액을 들여가며 스폰서를 자처하는 이유는 거대한 시장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장사꾼들과 정치꾼들이 묘하게 어울려 같은 곳을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 올림픽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마냥 올림픽에 열중할 수 없게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국가주의적 이데올로기가 개인을 짓누르게 만드는 올림픽은 집단을 병적인 광기로 이끌게 한다는 이야기'는 이젠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이야기로 다가옵니다.

 

그렇다고 일부 지식인들이 올림픽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국민들을 꾸짖는 행위에 무조건 동조할 수는 없습니다. 그들이 왜 올림픽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들이 또한 그들이기 때문입니다. 사회 구조적으로 억압되어 있는 국민들이 탈출구를 찾지 못해 분노하는 상황에서 올림픽 같은 거대한 쇼는 이런 분노를 표출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도구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순수한 열정을 정치적인 혹은 경제적인 방식으로 이용하는 무리들로 인해 많은 것들은 왜곡되고 폄하되어 왔다는 사실 역시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지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올림픽 기간에 모든 방송이 올림픽 중계에만 몰두하는 것은 심각한 전파낭비입니다.

 

올림픽이 개최된다는 이유만으로 국민들의 '선택의 권리'마저 빼앗고, 강제적으로 하나의 스포츠 행사만 보라고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 스포츠 행사가 누구를 위한 것이고 무엇을 위함인지 모호하게 만드는 방송 장악은 문제가 될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 대한 체육회는 메달을 딴 선수들이 경기를 마쳤음에도 귀국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도 메달리스트들의 귀국을 강제로 연기시킨 뒤 개선행사와 카퍼레이드에 참가시켰던 그들이 다시 한 번 메달리스트들을 동원해 정치적 쇼를 하겠다는 생각은 더위에 지친 국민들을 더욱 짜증나게만 합니다. 

 

정치인들의 들러리 도구가 되어 그들의 허무한 일장연설을 들어야 하고, 그들 앞에서 대국민 선전용 사진과 웃음을 전달해야하는 메달리스트들은 무슨 죄란 말인가요? 스포츠의 순수함을 열망하고 갈구하는 많은 이들에게 올림픽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스포츠 행사입니다. 하지만 이런 순수함을 철저하게 자신의 목적을 위해 악용하는 무리들로 인해 순수함이 타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올림픽 행사로 인해 전체주의 국가처럼 변해버린 대한민국. 이를 더욱 그럴 듯하게 만드는 지배 권력자들과 그에 부화뇌동하는 미디어. 그들의 만행으로 인해 순수함마저 미련함으로 비난받아야 하는 국민들. 올림픽이 보여주고 있는 단상들은 우리를 더욱 분노하게 만들 뿐입니다. 과연 올림픽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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