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18. 14:06

한기호발언논란, 70년대 빨갱이 논쟁이 새누리당의 전부인가?

과거의 잘못을 질책하면 간첩이라는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의 발언은 정말 경악스럽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빨갱이 논란을 본격적으로 끄집어내더니 새누리당이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가치가 반공 외에는 존재하지 않음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습니다.

 

70년대 회귀를 원하는 박 후보에게 한기호는 무엇일까?

 

 

 

 

박근혜 후보가 쿠데타를 구국의 혁명이라 외치고, 최측근인 홍사덕 전 의원이 '유신독재'가 아니었다면 현재의 대한민국은 있을 수 없다며 독재자 박정희를 미화하는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모든 것이라 부를 수 있는 유일한 가치인 종북논란은 여전히 새누리당의 최고 가치이자 영원한 가치라는 사실을 한기호 의원은 다시 한 번 보여주었습니다.  

 

통진당 의원들에게 종북주의자라 외치며 그가 지난 6월 한 라디오 방송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기가 막힙니다.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종교까지 끄집어들인 그의 모습은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종북의원을) 얼마든지 가려낼 수 있다. 옛날에 천주교가 들어와서 사화를 겪으면서 십자가를 밟고 가게 한 적이 있다"

 

종북의원들은 얼마든지 가려낼 수 있다며 과거 미국에서 매카시 광풍이 불게 했던 시절처럼 흑백 논리로 몰아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습니다. 박정희가 자신의 독재 정권에 맞서는 수많은 인사들을 빨갱이로 몰아 무차별적인 살상을 하던 역사는 전두환으로 이어졌고, 이런 그들의 빨갱이 논쟁은 한나라당을 거쳐 새누리당에서도 여전함을 잘 보여주고 있는 대목입니다.  

"현행법상 쿠데타지만 역사적으로 시간이 흐른 이후에는 결론적으로 구국의 혁명일 수 있다"

 

한 의원은 더 나아가 박 후보의 발언과 맥을 같이하며 박정희의 군사 쿠데타는 구국의 혁명이라고 발언을 함으로서 과거의 잘못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이런 과거의 잘못을 언급하고 사과를 하라는 이들에게 그가 내세운 단 하나의 가치는 '간첩'이라는 단어였습니다.

 

자신들의 가치를 부정하고 잘못을 비판하는 존재들은 모두 간첩이라는 이 황당한 주장의 근거는 역시 과거 박정희 시대의 유물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뭐 더 나아간다면 이승만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빨갱이를 앞세워 자신의 입지를 다진 인물은 이승만 에서부터 였으니 말입니다.

 

친일파 처벌을 막고 친일 행각을 해왔던 존재들을 자신의 친위부대로 삼아 나라를 개인의 몫으로 돌려 버린 이승만에서 시작한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여전히 '빨갱이' 안에 메몰되어 있다는 사실이 황당하기만 합니다. 민주 정권 10년 동안 남북의 평화를 간절하게 원하며 안정에 주력해왔지만, '빨갱이 논란'만이 오직 자신들의 정치 전략 전술의 모든 것인 그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시대였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역사를 쓰는 일에만 몰두해서 과거로 발목잡기를 하는 세작(간첩) 들이 있다"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바로잡지 않으면 그 잘못된 과거가 연속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은 수많은 역사에서 알 수 있는 지혜입니다. 많은 이들이 역사를 공부하고 그 역사 속에서 미래를 이야기하는 이유 역시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그 나라는 바로 설 수 없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승만이 친일파에게 자유와 권력을 주면서 대한민국은 친일파들이 여전히 득세하는 세상을 만들어냈습니다. 친일파와 일본에 맞서 싸웠던 독립군 후손들은 여전히 친일파들의 막강한 권력에 짓눌려 살아가는 것이 2012년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만약 이승만(그가 정권을 잡은 것 자체가 문제였지만)이 친일파 처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확실하게 친일 잔재를 없앴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 현재의 대한민국의 모습은 상당부분 달라져 있었을 것입니다.

 

이런 가설은 박정희 독재 시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박정희 추종자들은 박정희가 있었기에 현재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고 하지만, 만약 그가 아닌 다른 이가 있었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대한민국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왜 부정하는 것일까요? 그건 단순히 박정희의 잘못을 덮어내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 그것 외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박정희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종신 대통령, 아니 현대사의 새로운 왕으로 군림하기 위해 유신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그리고 그런 박정희의 곁에서 정치를 배우고 실제 함께 했던 박근혜가 '유신독재'를 당당하게 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박 후보에게 정치는 '유신독재'가 전부일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이명박 정권에서 내세울 수 있었던 유일한 정치적 수단과 방식이 '종북' 하나였듯, 새누리당의 새로운 대통령 후보 역시, '종북'에 더해 '빨갱이'가 전부라는 점에서 황당하기만 합니다. 2012년을 사는 대한민국에서 1970년대 '유신독재'를 찬양하고, 그런 모습을 지적하는 이들에게 '간첩'이라고 비난하는 현역 국회의원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불행한 일입니다.

 

강병호 박근혜 후보 공보단장이 인혁당 사건 논란과 관련해 모두를 기겁하게 하는 발언을 하더니, 이제는 이런 잘못된 역사 인식으로 사로잡힌 존재들을 비판하는 이들을 싸잡아 '간첩'이라 부르는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의 등장은 그들이 무엇을 지향하는지만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지면 모두 '간첩', '빨갱이'로 몰아가는 그들의 행태를 보니, 과거 인혁당 사건이 2012년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다가오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잘못된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이명박 정권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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