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31. 14:19

최시중의 돈봉투, 그가 급하게 방통위 사퇴한 이유인가?

이명박 정권의 멘토이자 핵심인사였던 최시중의 사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그가 긴급하게 사퇴를 하자마자 수없이 쏟아지기 시작하는 추문들은 그를 둘러싼 비리는 양파 껍질을 이제 막 까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최시중을 둘러싼 논란은 돈봉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정상적인 언론을 기능마비로 만들고 존재 가치가 없는 조롱거리로 만들어버린 최시중 방통위원장. 그의 긴급 사퇴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었지만 그의 몰락과 추문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양아들로 불리며 방통위의 실세로 군림했던 정용욱은 그 비리의 게이트 역할을 하면서 모든 권력을 누렸던 존재입니다.

사정당국에 의해 비리 사실들이 노출되고 위험 수위에 가까워지자 급하게 방통위를 떠나 외국으로 도망간 정용욱처럼 최시중도 자신을 향해 옥죄어 오는 상황을 피하고자 긴급하게 방통위원장 직을 사퇴하기는 했지만 그들의 악행과 비리는 사라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정용욱이 2009년 미디어법 날치기가 된 후 돈봉투를 돌린 사실이 밝혀지고 이런 식의 비리 사건들이 수시로 등장하는 상황에서 그의 급작스러운 사퇴는 이미 이후 어떤 비리들이 쏟아질지에 대해서 감지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들이 왜곡된 미디어법을 강제로 통과시키고 이런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문방위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린 사실만으로도 그들의 죄는 과중합니다.

한 국가의 언론 정책을 총괄하는 중요한 자리에서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언론 전체를 망가트린 그들은 당연히 자신들이 저지른 죄에 대해 엄벌을 받아 마땅하니 말입니다. 종편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부터 숱한 논란이 있었던 점 역시 검찰이 정확하게 수사를 해야마 할 것입니다. 더욱 종편이 개국하는 과정에서 방통위가 어떤 역할을 하고 이를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비리유무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수사해야만 할 것입니다.

약탈적 광고 시장을 내준 한나라당의 '종편 직접 광고'와 관련해서도 그들이 어떤 이야기들을 나눴고 또 다른 돈봉투 의혹은 없었는지도 밝혀내야만 할 것입니다. 현재 드러난 사실만 봐도 종편과 관련된 일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돈봉투가 일상적으로 오갔다는 점에서 엄청난 돈이 오갈 수밖에 없는 '직접 광고'와 관련한 의문들은 사회단체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을 수가 있으니 말입니다.

"최 위원장이 2008년 9월 추석 직전 친이계 일부 의원들에게 수백만∼수천만원이 든 돈봉투를 돌렸다. 최 위원장이 내게도 줬지만 최 전 의원장의 보좌역이었던 정용욱씨에게 즉시 돌려줬다"

"최 위원장과 헤어질 때 '차에 쇼핑백을 실어줬다'고 해 나중에 보니 2천만원이 들어 있어 곧바로 돌려줬다"

최시중이 방통위원장으로 재직하며 친이계 의원들에게 수시로 뇌물인지 격려인지 알 수 없는 돈봉투를 돌렸다는 사실을 실제 받은 의원이 사실 확인을 해주었다는 점에서 그의 검찰 수사는 당연합니다. 외국으로 도주한 정용욱을 통해 거래된 돈봉투들이 과연 최시중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친이계 의원들에게 수천만 원씩의 돈을 건넨 이유와 무슨 돈인지에 대한 철저한 출처를 밝혀내는 일 역시 검찰에게 주어진 사명입니다.

권력의 시녀를 자처한 검찰이 과연 이번 논란에 대해 어떤 대책을 세우고 수사에 임할지는 알 수가 없지만 이번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드러난 사건에도 눈감고 귀 막는다면 그들은 더 이상 검찰로서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 조직일 뿐일 것입니다.

<시사저널>에서 밝힌 내용이 중요한 이유는 그 시점이 절묘하기 때문입니다. 2008년 9월 추석 무렵은 이명박 정부 출범 때의 인사파동과 쇠고기 촛불집회 이후 청와대와 내각이 개편된 직후였습니다. 긴박하고 이명박 정권이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이 시기 최시중이 친이계 의원들에게 돈을 돌린 이유는 명확해집니다.

또 그해 4월 총선 공천 때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이 이상득 의원 퇴진을 주장하고 박영준 당시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을 겨냥해 '권력 사유화' 논쟁을 벌인 뒤끝이라는 점도 그 돈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최시중이 친이계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전한 것은 이런 상황들을 무마시키기 위한 일종의 뇌물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할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이 자금의 출처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재계에서 당선 축하금으로 건넨 자금 일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미 최시중이 당시 '당선 축하금을 받고 다니는 듯 했다'는 의원들의 이야기 속에서 그의 자금 출처는 더욱 명확해지는 듯합니다.

"최 위원장이 사퇴한 지난 1월27일 오전 10시 이후 몇 차례에 걸쳐 최 위원장 쪽에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청한 상태였다. 최 위원장은 이날 답변하는 대신 사퇴했다. 최위원장이 갑자기 사퇴한 배경에 < 시사저널 > 취재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는 대목"

최 위원장과 관련된 비리 혐의를 취재하던 <시사저널>은 자신들의 집요한 취재로 인해 압박을 받은 최시중이 답변대신 사퇴를 선택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주장이 터무니없기보다는 그럴듯하게 들리는 것은 전후 사정을 보면 최시중의 잘못은 명명백백하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과연 그가 이명박 정권이 이야기를 하듯 세상에서 도덕적으로 가강 완벽한 정권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이 모든 비리들에 대해 솔직하게 답변을 해야만 할 것입니다.

까면 깔수록 끊임없이 쏟아지는 이명박 정권의 끝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 예측도 불가능합니다. 친인척 비리와 측근 비리 등은 산처럼 쌓여 명박 산성의 또 다른 이름으로 청와대 앞을 감싸고 있기에 그 비리의 명박산성을 넘어서면 과연 그 안에 얼마나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비리들이 숨겨져 있을지 두렵기까지 할 정도입니다. 최시중과 그의 양아들이라 불리던 정용욱의 돈봉투 사건은 철저한 수사로 모든 의문들이 풀려야만 할 것입니다. 이어 그들에 의해 자행된 종편 사업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다시 점검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 일 것입니다.



[한겨레 신문 사진과 경향신문 만평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