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26. 12:08

정수장학회 판결, 사법부는 영원히 권력의 하수인을 자처하는가?

독재자가 권력을 동원해 개인의 재산을 약탈했음을 인정하면서도 후손들의 재산 반환은 동의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 10년이라는 시효가 지났기에 그들에게 재산을 반납해야 할 의무가 없다며 왜 재산을 빼앗기고 곧바로 법적인 요구를 하지 않았느냐고 외치는 법정에는 공정함이란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사법부 부러진 화살을 영원히 품고 살 것인가?




대한민국의 사법부는 판사, 검사 할 것 없이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철저하게 권력야합적인 법조인들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끝을 모르게 커져가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의식을 본인들만 느끼지 못하나 봅니다. 어디까지 망가지고 어떤 분노가 폭발해야 그들은 진정한 법조인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5.16 군사 쿠테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박정희가 故 김지태씨의 개인 재산인 부일장학회의 부산일보와 문화방송, 부산문화방송 주식을 빼앗겼습니다. 총칼로 정권을 잡은 그들에게 대항하는 것은 곧 죽음인 시절 강압적으로 재산을 몰수해가는 그들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있었을까요? 정권을 잡은 군부들의 말과 의지가 곧 법인 세상에 자신들이 빼앗고자 했던 재산을 지키려는 이들을 처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었을 테니 말입니다.

정수장학회 전신인 부일장학회 설립자 김지태 차남 김영우/경향신문 사진

서슬퍼런 독재의 그늘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기고 죽어가야만 했던 고 김지태. 그의 유족들이 어렵게 국가를 상대로 자신들의 재산을 되찾으려는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그런 가족들의 요구를 어처구니없는 이유를 들먹이며 이유 없음으로 판결하며 다시 한 번 국민들의 분노를 깨우고 있습니다.

"고 김지태씨가 국가의 강압에 의해 주식을 증여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였다는 증거가 없는 등 무효로 볼 수 없다. 강박에 의한 행위이므로 이를 취소할 수는 있지만, 주식을 증여한 1962년 6월20일부터 10년이 지날 때까지 이를 취소하지 않아 취소권은 이미 소멸했다"

염원섭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국가가 강압에 의해 주식을 증여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의사결정에 독재자의 강압이 결정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어 재산을 탈취한 상황을 범죄로 볼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강압은 있었지만 고 김지태씨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재산을 방어하려는 노력을 보였는지 알 수 없다는 말로 그가 국가에 재산을 헌납했다고 볼 수 있다는 판결은 어처구니없을 따름입니다.

일제하에 일본군에 의해 재산을 빼앗긴 이들이 그들의 총칼 앞에서 적극적으로 대항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일본군의 행위에 문제가 없다고 판결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판결입니다. 군대를 이끌고 정권을 침탈한 박정희가 그런 강압적인 군대를 무기로 개인의 재산을 약탈한 행위를 옹호하는 판결은 결국 힘 있는 놈들이 강압적으로 타인의 물건을 빼앗는 행위 자체를 용인하는 것과 뭐가 다른 것일까요?

조폭들이 일반 시민의 재산을 약탈하고 10년 동안 그들의 강압적으로 분위기로 몰아가며 신고할 수 없도록 유도한다면, 조폭들의 재산 탈취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판결과 다름없습니다. 스스로 모순을 만들고 그 모순 속에서 권력의 편에 서는 사법부의 행동은 그래서 비판을 받을 수밖에는 없는 것입니다.

박정희 독재 정권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던 당시 10년 동안 취소권을 사용하지 않아 이런 권려마저 소멸해 가족들이 재산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은 경악 그 자체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두환 정권에게 성공한 쿠테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했던 사법부가 박정희의 개인 재산 탈취를 정당화해주는 것을 보면 그들은 과거나 현재나 여전히 권력 앞에 한 없이 작아지는 존재인가 봅니다.

자신들에게 날선 비판을 하면 법이라는 이름으로 강력한 처벌을 하고 사법부의 문제를 거론하는 판사는 재임용에 탈락시키는 방법으로 철저하게 권력에 야합하고 권력의 시녀가 될 수 있는 존재만 군림하는 사법부로 만들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경악을 넘어 한심스럽기만 합니다.

최근 파업 중인 MBC 피디수첩 제작진들인 '파워업 PD수첩'이라는 방송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정권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형인 이상득 의원과 막역한 사이인 박정기의 사위인 한상대를 검찰총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당시 한상대가 검찰총장으로 내정되고 국회 청문회를 앞둔 시점 '피디수첩'에 이와 관련된 방송을 내보내려 했지만 윗선에 의해 방송이 되지 못했다며 한상대와 이명박 사이의 긴밀한 커넥션을 공개했습니다.

이상득과 박정기, 이명박과 한상대는 육사 14기, 하나회, 5공 청문회, 고려대라는 끈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존재들입니다. 육사 14기 동기인 이상득과 박정기, 5공 청문회에 비리 혐의로 서야 했던 당시 한전 사장인 박정기와 당시 현대건설 회장인 이명박은 5공 비리의 핵심으로 거론되었던 존재들이었습니다.

형제와 장인 관계, 육사 동기와 고려대 선후배 사이인 이들의 인연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도와주는 관계로 확장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임명된 후 이명박과 이상득 형제와 이 정권에 대한 검찰 수사가 꼬리 자르기도 하지 못한 채 제대로 된 수사 한 번 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런 유착관계가 만들어낸 필연적인 결과물입니다.

이런 사법부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고 야권에서 정권이 바뀌면 가장 먼저 개혁을 해야만 하는 곳이 검찰 등 사법부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 역시 당연한 분노입니다. 독재자의 딸이 당당하게 여권의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그가 사유화한 타인의 재산을 돌려줄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오로지 법에게 물어보라고 강변하는 모습에서 새나라당이 결코 국민들을 위한 정당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같은 사안에 대해 "강요에 따른 국가헌납이므로 국가가 토지와 주식을 반환하거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라고 밝혔음에도 박근혜는 이 결정에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형식적으로 정수장학회가 사회에 환원이 되었다고 하지만 그 누구도 이것이 사회에 환원되었다고 믿는 이들은 없습니다. 여전히 박정희의 그늘에서 살고 있는 이들이 장악하고 있는 장학회가 막강한 자본권력의 힘으로 독재의 그늘을 지속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이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며 재단을 만들어 자신의 친인척과 측근들을 자리에 앉힌 모습은 바로 박정희 정권이 만든 정수장확회를 모델로 했음이 분명합니다. 법적으로 사회 환원의 틀을 갖추고 있지만 영원히 자신의 재산을 사유화하는 이런 못된 짓들은 더 이상 이어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독재집권하에서 강압으로 재산을 내놓은 사람에게, 기간 안에 취소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가범죄는 소멸시효를 폭넓게 인정하는 것에 비춰, 시효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

법원의 판단과는 달리 많은 이들은 말도 안 되는 사법부의 판결에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독재자에 의해 강압적으로 재산을 빼앗긴 사람에게 독재자가 살아있던 10년 동안 자신의 재산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근거로 권리를 박탈하겠다는 것은 법을 작위적으로 판단해 권력에 아부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일제의 앞잡이들이 여전히 권력을 행사하고 사회 곳곳에 자신들의 힘을 키워가고 있는 한국 사회는 독재자의 그늘 역시 깊고 어둡게 내려 앉아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직접 나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용기 있는 이들을 내세우는 것일 것입니다. 국민들의 투표권이 왜 중요한지는 이런 문제들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한 표가 세상을 건강하게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