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6. 11:20

한선교를 문방위원장으로 내정한 새누리당 박심이 문제다

18대 국회에서 도청 의혹을 받았던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이 문방위원장으로 내정되었다는 사실은 당황스럽습니다. 한선교 의원이 다시 국회의원이 되었다는 사실도 문제이지만 도청 논란으로 반의회적 인물로 낙인찍힌 그를 문방위원장으로 내정한 새누리당의 의도 속에는 박심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문제입니다. 

 

한선교를 내세워 이명박 정권에 이어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의도

 

 

 

 

 

한선교를 문방위원장에 내정한 것은 새누리당이 이명박 정권에서 구축한 언론 장악 기조를 차기 대권을 노리는 박근혜에서도 그래도 이어가겠다는 의지와 다름없습니다. 19대 국회 개원의 중요한 합의 중 하나인 언론 문제를 시작부터 붕괴시키며 철저하게 파국으로 이끌겠다는 새누리당의 꼼수는 결국 19대 국회 역시 국민들의 분노를 사는 국회로 전락할 가능성만 커졌습니다. 

 

지난 해 KBS 수신료 인상처리와 관련해 민주당의 비공개회의를 도청한 혐의를 받았던 KBS 기자와 이를 그대로 낭독한 한선교 의원 논란은 큰 파장을 불러왔습니다. 토씨 하나 빠트리지 않고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 내용을 그대로 전달한 사실은 도청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중대한 범죄행위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도청을 했다고 의심받은 기자는 수사가 시작되자 자신의 휴대폰과 노트북이 분실되어 새롭게 장만했다는 말도 안 되는 장난을 치고, 한 의원은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들먹이며 수사를 피해간 사건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건입니다. 결국 수사당국에서는 이들의 명백한 도청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리를 하며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수사 대상자인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과 KBS 장모 기자에 대해 증거불충분에 따른 무혐의 의견으로 서울남부지검에 사건을 송치할 예정이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영등포경찰서의 발표를 보면 수사를 피해 외국까지 갔었던 한선교 의원이나 증거가 되는 휴대폰과 노트북을 급하게 교체한 KBS 기자에게 증거불충분이라는 이유로 무혐의 처리했다는 것은 경찰 조직인 철저하게 권력의 시녀였음을 증명한 내용이었습니다.

 

희대의 국회 도청 사건은 말도 안 되는 무혐의로 종결되며 우리 사회가 얼마나 권력 지향적이고 권력자에 취약한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동일범주를 만들어내기는 힘들지만 만약 그들이 권력을 쥐고 있는 세력이 아니었다면, 혹은 그들이 권력이 없는 일반인이었다면 결과가 동일하게 나왔을까요? 절대 그럴 수가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 사건은 권력집단들의 도덕적 불감증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문방위 법안심사소위원장을 맡고 있던 한선교 의원은 교체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그를 다시 문방위원장에 내정한 새누리당의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요? 오랜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닌 채 1년도 안 된 사건이 여전히 국민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음에도 그들이 한선교 의원을 문방위원장에 내정한 이유는 이명박 정권의 언론 탄압을 지속하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명과 다름없어 보입니다.

 

"지난 6월 28일 김재철 사장은 임원과 일부 간부들이 동석한 티타임 성격의 간담회에서 '8월 퇴진설이 왜 나왔느냐'며 참석자들의 반응을 살핀 뒤 '8월에 들어올 (여권) 이사들은 이미 다 내정돼 있다'는 취지의 폭탄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철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이 아무리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됐다 해도 방문진에 영향력이 남아 있다'며 간부들의 동요를 차단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MBC 노조가 밝힌 김재철 사장의 발언은 국민들을 다시 한 번 경악스럽게 했습니다. 여야가 합의를 해서 방문진 이사진들이 교체되면 김재철 퇴진도 자연스럽게 진행되도록 결정이 되었다는 것과 다르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측의 간담회에서 8월에 들어올 이사들이 모두 내정되어 있고 자신을 해임하지 않고 그대로 임기를 마치도록 할 것이라는 김재철의 발언이 허언인지 아니면 실제 그런 언질을 받았는지는 아직 알 수는 없습니다.

 

노조 측에서 사실과 상관없는 말을 지어내지 않았다면 김재철 사장의 발언에 주목해야만 합니다. 그가 단순히 자신의 자리를 보존하기 위함이 아니라 문제가 많은 그를 현 정권이 버리지 않고 가겠다는 의지가 중요하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숱한 문제들을 만들어내고 국민들의 분노를 한 몸에 받았음에도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과반수 의석을 얻는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물론 투표율이 현저히 떨어지고 전체 투표수가 야당보다 저조하기는 했지만 의석 수 확보에 성공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니 말입니다.

 

그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은 무척이나 중요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언론은 철저하게 새누리당을 위한 언론임을 보여주었습니다. 마치 모든 방송이 종편이라도 되는 듯 편향된 시각으로 진행된 선거의 결과가 이렇게 나온 것은 당연해 보였으니 말입니다.

 

제대로 된 토론도 하지 않고 법으로 정해진 토론장을 박차고 나가고, 불성실한 토론 방송을 이어간 새누리당 후보들이 대거 선택된 것은 무너진 방송의 역할이 큰 의미로 다가왔음을 부정하기 힘듭니다. 방송에 대한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다수의 국민들에게는 여전히 방송을 통해 전해지는 내용을 믿는 경향이 크다는 사실을 지난 총선에서는 잘 보여주었으니 말입니다.

 

이런 총선의 결과는 자연스럽게 대선으로도 이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새누리당 대선 후보 중 하나인 박근혜가 철저하게 방송 파업에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는 것 역시 이해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김재철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이유나 불법 도청 논란과 음주 뺑소니 여자 운전자 동승 논란까지 있었던 한선교 의원을 문방위원장에 내정한 새누리당의 의도는 너무나 명확합니다.

 

총선의 결과를 대선에서도 그대로 적응하겠다는 의미라는 점에서 한선교 의원의 문방위원장 내정은 재고되어야 할 사안이며, 김재철의 퇴진은 당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방문진을 통해 다시 한 번 김재철을 보호하려 한다면 그들은 국민들의 분노와 싸워야 할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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