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5. 11:14

EBS 사장의 다큐프라임 폐지 발언 심각하게 변질된 방송 현실 두렵다

독립유공자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나는 독립유공자 후손입니다'를 제작하던 담당 피디가 한직으로 밀려나고, 제작은 중단되었습니다. EBS 노조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반박하고 피켓 시위를 통해 방송이 정상적으로 제작될 수 있기를 요구했습니다. 이는 언론인으로서 당연한 권리였습니다. 부당한 방법으로 준비 중인 방송이 제작 중단되는 상황은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EBS 사장 반민특위에 경기를 일으키는 이유는 뭔가?

 

 

 

MBC 신임사장이 김재철 아바타로 불리는 대전 MBC 김종국 사장이 신임 MBC 사장이 되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만들어 놓은 청와대바라기 언론은 박 정부에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제입니다. 더욱 심화된 방식으로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난 것이 바로 MBC 사장 선임이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김재철의 아바타로 불리며 쫓겨난 그가 남긴 10개월을 책임지는 김종국 신임 사장은 선출 과정에서 보인 방문진의 모습에서 이번 정권에서도 철저하게 권력 지향적인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MBC의 문제를 바로보지 않고 이를 고민하지도 않는 방문진 이사들의 행위는 그저 위에서 내리는 지시를 혹은 알아서 모시는 수준으로 방송 정책을 펴겠다는 의지만 명확해졌습니다.

 

"앞으로 경영진은 공정방송, 경영권 확립의 책임을 다하겠다. 노조는 언론사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데 협력해줄 것을 요청한다"

 

김종국 신임 사장이 밝힌 내용을 보면 노조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아 MBC가 현재의 모습으로 몰락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재철의 부당함과 정치적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채, 중립을 지키고 언론인으로서 사명감을 외치는 노조를 정치적 편향성으로 몰아가는 모습만으로도 그의 행보가 어떨지는 명확하기만 합니다.

 

KBS가 알아서 정권에 충성을 하는 상황에서 MBC마저 김재철 아바타가 장악한 상황은 황당하기만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EBS 사장이 보인 행동은 박근혜 정부의 언론이 무엇을 지향하는지가 명확했습니다. 지난 해 EBS 사장이 된 신용섭 사장은 EBS 역사상 최악의 낙하산이라는 오명을 받아왔던 인물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상임위원이었던 신용섭이 의원직 사퇴를 하고 EBS 사장에 응모했습니다. 방통위 위원이 방통위가 관리 감독하는 사장에 응모하는 것도 황당하지만, 그를 EBS 사장으로 선택한 방통위의 의도 역시 황당하기만 합니다.

 

"공영방송에 대한 비전과 방송에 관한 전문성을 고려하고 학교교육 보완, 국민의 평생교육, 민주적 교육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능력과 비전을 갖춘 전문가를 선임한다는 기준에 의해 신용섭씨를 신임 EBS 사장으로 선임하기로 의결했다"

신용섭을 EBS 사장으로 선임한 방통위는 방송 전문성을 고려해 그를 선택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EBS 관리 감독 기관인 방통위 출신이 EBS 사장으로 선임된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일 뿐입니다. 얼만 전까지 관리 감독하던 자가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어떤 의미로도 황당하기 때문입니다.

 

교육방송 분야에 대한 지식도 없는 자가 EBS 사장에 선임된 것은 MBC와 KBS에 이은 권력의 방송장악과 다름없음은 분명합니다. 자격도 절차도 엉망인 EBS 사장 선임에 대한 심각한 우려는 최근 다큐프라임 폐지 발언에서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이번 주 안으로 피켓 시위를 접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하겠다. 이렇게 가면 <다큐프라임> 폐지 확률이 90% 이상이다"

 

제작 중이던 다큐멘터리 '나는 독립유공자입니다'를 갑작스럽게 중단시킨 사장은 이에 반발하며 피켓 시위를 하는 노조원들 앞에서 폐지를 시키겠다는 막말을 쏟아냈다고 합니다. 공영방송의 사장의 기본 자질도 없는 자를 낙하산으로 내려 보낸 결과는 이런 참혹함으로 다가왔습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나는 독립유공자입니다'편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일본에 충성을 맹세한 이들을 처벌하기 위해 진행되었던 반민특위는 친일청산을 위한 가장 중요한 일보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권력을 가지고 있던 이승만 대통령과 경찰과 사법부를 장악하고 있던 친일파들이 반민특위를 강제 해산했습니다. 반민특위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이들을 친일파들은 '간첩'으로 몰아 탄압을 했다는 점에서 이 다큐는 중요했습니다.

 

종북을 앞세우는 상황에서 친일파들이 득세하는 이 황당한 현실이 바로 1948년 제헌국회 상황과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친일은 찬양받지만 그들이 내세운 간첩과 현재의 종북은 비난의 대상이 된다는 황당한 평행이론은 신 사장에게는 두려움이었을지도 모릅니다.

 

70%의 제작이 완료된 상황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연출한 김진혁 피디는 전보 조치를 당했습니다. 갑작스럽게 중단된 반민특위 다큐는 현재를 바로 보게 만드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중요했습니다. 이를 막고자 하는 무리들에게는 과거와 다름없는 현재가 국민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두려울지 모르겠지만 강압적으로 사실을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박정희를 찬양하는 프로그램이 KBS에서 준비되고 있는 상황에서 친일파를 청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반민특위 다큐멘터리가 사장에 의해 강압적으로 중단되는 상황은 황당하기만 합니다. '간첩'과 '종북'이라는 조금은 다르지만 동일한 공격 표어에 친일파가 함께 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독립유공자 후손입니다'는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언론의 중립이 사라진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 일은 그저 일상이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시작부터 문제였던 신 사장이 자신의 사장 자리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란 이런 것이 전부라는 사실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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