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1. 12:03

국방부 천안함프로젝트 상영 가처분 신청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은 따로 있다

국방부가 정지영 감독의 신작인 <천안함 프로젝트:백승우 감독>에 대해 상영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천안함 문제에 극도로 민감한 국방부가 의문을 제기한 영화에 대해 이런 강한 언급을 하는 상황은 큰 문제로 다가옵니다. 

 

천안함 프로젝트에 보이는 국방부의 행동은 국민에게 재갈물리기다

 

 

 

 

천안함 사건은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그 일로 인해 죽어야만 했던 많은 이들에 많은 이들은 추모의 마음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천안함이 과연 국방부가 주장하듯 북한의 소행인지, 아니면 반론을 제기하는 많은 이들의 주장처럼 좌초인지는 아직도 의문입니다.

 

이 사건이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은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부를 관통하는 '종북 논리'의 핵심에 천안함 사건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에 반하는 모든 이들을 종북으로 몰아간 그들에게 천안함은 그런 종북 논리를 확고하게 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었습니다. 

 

 

현재의 논란 역시 천안함에 대한 반론은 곧 종북이라는 주장입니다. '진보=종북'이라는 논리로 모든 것을 풀어가는 현재의 정권에게 '천안함 프로젝트'는 종북의 만행 정도로 취급되는 듯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영화를 상영하지 못하도록 막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국방부와 정지영 감독 측의 주장은 극명하게 다릅니다. 그리고 그들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는 점에서 모든 판단은 국민들의 몫일 것입니다. 국민들의 판단을 묶고 자신들의 주장만이 답이라고 강변한다면 이는 국민들에게 재갈을 물리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이미 객관적으로 조사해 나온 자료를 부정하는 한 두 사람이 고소당했다가 (재판에서 자신들이 옳다고) 주장하고 있는 내용으로 영화를 만든 것은 또 다른 오해를 낳을 수 있다. 이미 콘센서스가 이뤄진 조사결과를 놔두고 몇 사람의 의견만을 대변한 영화는 합당하지 않다. 우리 내부의 갈등만 증폭시키고 믿지 못하는 또다른 사람들이 생길까봐 걱정이다"

홍영소 해군본부 공보실장의 이야기를 보면 그들이 불편해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명확합니다. 이미 모든 것이 정리가 된 상황에 왜 의문을 품느냐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의문은 오히려 말도 안 되는 의문만 양산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자신들이 한 조사 내용이 사실이기에 더는 의문을 품을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의견입니다. 세상이 흑과 백으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문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런 의문마저 막고 오직 자신들의 이야기만이 답이라는 주장은 문제입니다.

 

"군이 이렇게까지 대응할지는 몰랐다. 소통하자고 영화를 만들었더니 군이 앞장서서 소통을 막기만 하는 형국이다"


"정부가 간섭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이 정부 발표에 대해 '궁금한데 다시 질문 하겠소'라고 하니 '질문하지마'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이 세워놓은 정부가 국민에게 입 다물라는 격이다"

 

"군의 이런 대응으로 천안함 프로젝트의 내용이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국민 여론을 제대로 알아가는 계기로 이어지면 다행이나, 자칫 '이제 국민들은 정부 발표가 있으면 까불지 말고 침묵을 지키라'는 메시지로 국민들에 전달된다면 이것이야말로 암흑시대이자, 큰일 나는 시대다"

국방부의 반응에 정지영 감독은 그들에 반하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소통하기 위해 만든 영화를 군이 앞장서서 소통을 막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국민들의 정당한 의문을 이런 식으로 막는 것은 암흑시대의 도래와 같다고까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두 주장은 미디어 오늘 기사 발췌) 

 

정 감독의 주장처럼 이 영화는 국방부의 주장에 반하는 다양한 의문들을 제시하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극장에서 <천안함 프로젝트>를 관객들이 보기는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서는 여러 의견들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적의 잠수함에 의해 피격되어 침몰했다는 국방부의 주장과 달리, 드러난 증거에 의문들은 끊임없이 제기되었습니다. 포탄에 맞아 침몰한 것이 아닌, 암초 등에 의한 좌초라는 의견들도 많습니다. 이런 다양한 주장들에 대해 국방부는 단호하게 북한의 소행으로만 귀결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다시 천안함 사태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국방부의 주장에 동의하는 이들도 많겠지만, <천안함 프로젝트>가 건네는 의문처럼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많습니다. 서로 다른 의견들이 존재한다면 의문들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단순히 자신의 주장만이 맞기에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은 바로 종북이나 같다는 식의 논리는 문제입니다.

 

국민들의 의문에 재갈을 물리는 행위는 정지영 감독이 우려하듯 '암흑시대'와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의 의문을 풀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임에도 이를 도외시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몫을 외면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천안함 프로젝트>에 대한 상영 가처분이 아니라, 왜 많은 이들이 여전히 의문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더 해야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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