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5. 12:33

한나라당 선관위 디도스 공격, 꼬리 자르기로 무마될 일이 아니다

한나라당의 홍보기획본부장인 최구식 의원의 비서가 모든 일을 벌였다며 꼬리 자르기에 나섰지만 드러나는 실체는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200대라고 속인 좀비피시는 1,500대가 넘는다고 알려졌고 이는 곧 엄청난 비용을 들인 조직적인 음모였음이 드러나는 부분이라 그 실체가 더욱 궁금해집니다.

민주 선거사상 치욕적인 조작 사건,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된다




고무신과 막걸리로 대변되던 선거 문화. 총칼을 앞세워 표를 가져갔던 독재자들이 지배했던 시절의 선거 문화. 3.15 부정선거 등 과거 독재자들이 벌인 선거 조작사건들은 우리 현대사의 굴욕이자 상처들이었습니다. 민주화 시대가 되며 선거 문화도 급격한 발전을 가져왔고, 이런 상황은 진정한 민주화로 가는 과정 속에 대한민국이 들어섰음을 반증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터진 선관위와 박원순 후보 홈 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은 선거 역사상 처음 있는 사이버 테러 공격이자, 있어서는 안 되는 파렴치한 범죄의 끝이었습니다. 스스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이번 사건은 단순히 넘길 수도 없는 문제입니다. 유사한 사건들이 반복해서 나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일벌백계를 하지 않는다면 민주적인 선거는 종말을 고할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수억 원의 자금과 함께 수개월 동안 전문가 집단들이 준비를 해야만 하는 중요한 사안을 컴맹인 여당 국회의원의 비서가 단독으로 모두 알아서 처리했다는 말은 누가 봐도 웃기는 변명일 뿐입니다. 9급 공무원 신분으로 뻔한 연봉을 받는 그가 10년 연봉을 모아도 마련하지 못할 자금을 들여, 이번 선관위와 박원순 후보 홈 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감행했다는 이야기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 일수밖에는 없습니다.

정치적인 색채를 지니고 있는 존재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컴맹이자 비서인 그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을 단독으로 저질렀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더욱 사회적 파장이 엄청날 수밖에 없는 일을 아무런 대가없이 고향 선배라는 이유로 디도스 공격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해주었다는 공범자의 이야기 역시 의도적인 봉합 수준의 입 맞추기에 불과할 뿐입니다.

최소 6개월 최대 1년 전부터 가해 당사자들이 서로 소통을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사건이 아닙니다. 오래 전부터 신중하게 준비를 해왔고 이는 곧 서울시장 보궐선거용이 아닌, 총선과 대선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의 일환으로 보여 질 수밖에 없기에 그 죄는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대미문의 선거조작과 선거방해가 가능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이버 공격은 그 배후가 누구인지를 국운을 걸고 명확하게 밝혀내야만 할 것입니다.

이 사건을 두고 범인이 잡히기 전까지 북한의 소행이라고 몰아붙인 수구 언론들은 과연 자신들의 발언에 책임을 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범인이 잡히자 사과 보도가 아닌, 기존 기사를 삭제하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이는 그들이 언론인이라 자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일 정도입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봐도 디도스 공격을 위해 사용된 금액이 수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들이 개진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연봉 2천여만 원을 받는 최의원의 비서가 단독범행 할 수준은 넘어서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홍보기획본부장이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그렇게 극찬을 했던 '스핀닥터' 전문가인 조선일보 기자 출신 최의원과 수행비서가 이 사건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은 많은 의혹들을 만들어 낼 수밖에는 없습니다.

선거 전문가라는 최의원과 수행비서. 그리고 선거 방해를 위한 디도스 공격. 이런 관계들이 단순히 우연이라 보기에는 너무 밀접해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미 한나라당은 끝났다고 할 정도로 이번 사건은 최악의 범죄일 뿐 아니라, 선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대하고 고착시키는 사례가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수억 원의 비용이 드는 디도스 공격을 그저 지역 선배의 전화 한 통화로 아무런 생각 없이 감행했다는 디도스 공격자의 말은 국민들을 더욱 황당하게 만들 뿐입니다. 그저 디도스 공격이 있기 며칠 전 전화한 것이 전부라던 그들은 이미 6개월에서 1년 전부터 꾸준하게 통화를 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디도스 공격을 위한 좀비피시의 규모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들의 현재 진술은 몸통을 가리기 위한 초보적인 부정 일 뿐입니다.

최의원이 당직에서 물러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구속된 4명이 범죄 사실을 부정한다고 혹은 혐의를 인정한다고 해서 끝날 문제도 아닙니다. 경찰들 역시 이번만큼은 정직한 수사로 몸통이 누구인지를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만 할 것입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의 모순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찰들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정치인들의 수하라는 비아냥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테니 말입니다.

공비서가 범행 전날과 당일 최의원실 측과 통화한 기록이 남아있다는 점에서도 그의 범죄 행각은 그만의 문재가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게 합니다. 공비서는 철저하게 자신은 공격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공격을 감행한 강씨는 공비서가 디도스 공격을 지시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사건은 성역 없는 수사로 나아가야만 할 것입니다. 공비서가 차명폰으로 제 3의 인물과도 통화를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점에서도 몸통에 대한 수사는 좀 더 적극적이고 과감해야만 할 것입니다.

헌정 사상 유래가 없는 중대한 사건이 터졌음에도 대통령은 이 사안에 대한 그 어떤 발언도 하지 않은 채 논란의 중심이 된 인사에만 집중하고 있는 모습은 우리 시대의 정치가 어떤 모습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거 한 번 잘못하면 나라가 어떤 모습으로 망가질 수밖에 없는지 잘 보여주고 있는 요즘. 그 선거마저 조작하거나 방해하려는 무리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해야만 합니다. 종편은 하루 종일 '박정희 찬양'에 열을 올리고 있고 이를 통해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요구하는지가 명확한 상황에서도 연예인들의 종편 문제나 거론하고 있는 모습은 씁쓸하기만 합니다.

꼬리 자르기에 바쁜 무리들은 자신의 몸통 감추기에 모든 것을 바치려 하겠지만, 이번 사건은 몸통이 드러나지 않는 한 끝날 수 없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숨고 감춘다고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선거를 부정하고 파괴하는 범죄 앞에서 그 누구도 성역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 일 것입니다. 국민들의 분노가 이미 폭발하기 직전까지 올라가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는 공명정대하게 한 점의 의문도 남지 않도록 해야만 할 것입니다. 



[경향신문 사진과 만평, 한겨레 만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