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22. 14:05

SBS 기자 앵커들의 블랙 투쟁이 반가운 이유

방송 3사가 총파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상업 방송인 SBS만은 구체적인 입장을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시작부터 철저한 상업 방송으로 시작한 그들에게 이번 파업은 남의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을 듯도 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른 방송 3사(KBS,MBC,YTN)가 낙하산 사장을 통해 방송을 장악한 것과 달리, SBS는 철저하게 친 정부 성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을 뿐이었으니 말입니다.

SBS의 블랙 투쟁으로 방송 4사가 모두 파업을 감행하는 초유의 상황이 되었다




50일을 훌쩍 넘어서며 하루하루 투쟁 자체가 기록이 되고 있는 MBC는 마지막 발악을 하듯, 김재철은 자신의 후배이자 사원인 기자들을 해임하고 징계하며, 고소 남발을 하는 등 마지막 발악에 정신이 없습니다. 무엇이 잘못인지도 알지 못하는 김재철이나 그의 입이 된 이진숙에 대한 노조원들의 분노는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황입니다.
언론이 권력에 장악당하고 스스로 언론인으로서 사명감을 저버리면서 대한민국의 언론은 언론으로서 가치를 상실한지 오래가 되어버렸습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부정부패에 정신이 없고 재벌들은 동네 상권까지 치고 들어와 서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는 와중에서 그들은 재벌과 정부 찬양에 정신이 없을 뿐이었습니다. 가장 객관적인 입장에서 사회의 문제들을 냉철하게 바라봐야만 하는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권력의 입을 자처하며 개처럼 행동하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혐오감을 일으킬 정도였습니다.

 

정치 혐오증에 이어 언론 혐오증까지 걸린 국민들에게 이명박 정권하의 대한민국은 절망의 연속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사회적 문제가 산재함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는 그저 '국익'을 외치며 거짓된 정보들로 도배되고 있다는 점은 국민들에게 황당함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권력의 부패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상황에서도 덮기에 급급한 언론은 더 이상 스스로 언론이라고 밝힐 수 없었다는 점에서 그들의 파업은 스스로 언론인으로서 자긍심을 찾기 위한 마지막 선택이었습니다. 독재정권 시절이나 다름없는 언론 통제 상황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던 이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토로하며 거리로 나섰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의해 힘겹게 투쟁을 하고 있지만 현재의 투쟁이 그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고통의 폭이 얼마나 넓고 깊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줍니다.

MBC를 시작으로 KBS 새 노조와 YTN, 그리고 연합뉴스까지 합류하며 언론사의 총파업은 그동안의 역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강렬함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그들의 분노를 애써 외면하는 정치권의 한심한 작태는 여전히 답답함으로 다가오기는 하지만 그들의 투쟁에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는 국민들이 많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의 투쟁은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언론사들의 투쟁들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홀로 정상 방송을 하는 SBS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차가워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이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도 그동안 보여주었던 그들만의 방송을 해왔던 그들로서는 파업이 무의미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언론인으로서 작금의 상황에 분개하지 않는다면 언론의 자유를 파괴한 자들과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그들의 태도는 비판 받아 마땅했습니다. 

그런 그들이 다른 방송사들처럼 전면 파업을 통한 연대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판단에 그들은 방송 3사 파업에 응원하는 차원에서 블랙 투쟁을 시작합니다. 매주 금요일 파업 중인 방송 3사가 함께 모여 파업의 정당성과 투쟁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그들의 23일 블랙 투쟁 참여는 큰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언론장악 엠비 심판과 언론독립 쟁취를 위한 언론노동자 총궐기의 날’ 벌어질 SBS의 블랙 투쟁과 함께 CBS 역시 23일 하루 동안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현 정권의 언론장악 실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방식으로 투쟁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검은 옷을 입고 뉴스를 진행하는 데 대해, 시청자들께서 우리나라 언론자유가 답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으로 받아들여 주시길 바랄 뿐이다"

SBS 8시 뉴스 김성준 앵커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철저한 상업방송인 그들 역시 언론자유가 얼마나 소중하고 지켜져야만 하는 절대 가치인지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비록 낙하산 사장들이 장악한 방송사들처럼 장외 투쟁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미약하기는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투쟁을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언론장악 과정을 고백하고 자신의 아바타인 낙하산 사장을 거둬들여야 한다. 이런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다음달 초 전국 언론사 총파업으로 정권을 심판할 것"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이 밝힌 내용을 이 정권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지극히 낮아 보이기는 합니다. 자기 부정이 일상이 되어있는 그들이 언론장악 과정과 실체에 대해 솔직해질 가능성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SBS와 CBS까지 파업에 동참하게 되면서 국내의 방송 5사가 모두 파업에 참여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왜 언론인들이 이렇게 집단행동을 하고 분노하는지에 대해서 그들이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을 알지 못한다면 국민들이 그들과 함께 전면에 나설 수순으로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증오하고 두려워하는 촛불 집회가 다시 한 번 전국적으로 들불처럼 이어진다면 그의 탄핵과 퇴진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 정권은 얼마 남기지 않은 임기 동안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수구언론에게 마저 뒤통수를 맞은 이 정권이 더 이상 도망가거나 감출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국민들 앞에 빌고 언론 자유를 되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그는 역사적으로 가장 무능하면서도 포악한 언론 장악을 한 언론 독재자로 기록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