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9. 14:31

조현오 사의표명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수원 살인사건은 연일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며 논란은 증폭되기만 하고 있습니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수많은 논란 속에서도 굳건하게 버티더니 그도 이제는 버틸 수 있는 근거가 부족했나 봅니다. 조현오가 청장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이 사건이 무마될 수 없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절실한 것은 엉망이 된 사회를 근원부터 새롭게 시작해야만 한다는 당위성만 강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조현오 사퇴로 이 사건은 무마되지 않는다

 

 

 

 

 

조현오 경찰총장이 사퇴하는 것은 당연하고 관련자들이 문책당하는 것 역시 당연합니다. 그들이 여전히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들의 안위만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은 공직에 있을 이유가 없으니 말입니다. 9일 현재 시점에도 범죄자의 목소리를 숨긴 채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들만 공개하는 그들을 국민들은 믿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엽기적인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사이 경찰들은 그 한 맺힌 울음을 외면한 채 대한민국 경찰 조직의 한계를 명확하게 드러냈습니다. 이런 일들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극심해질 뿐입니다. 조현오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물러나겠다고 발표를 할 정도로 이 사건의 심각성은 경찰 조직의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경찰 조직이 시민들과 연결되는 가장 중요한 고리 중 하나인 112 신고 전화가 이렇게 무참하게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그 심각성은 다른 곳에서 찾아볼 필요가 없을 테니 말입니다. 사건 사고를 받아 수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112 신고 전화가 이런 식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면 시민들을 위한다는 경찰 조직이 과연 무슨 의미를 가질지 의문이 되니 말입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그들의 업무처리의 불능도 문제이지만 사건이 끝난 후 벌어지는 그들의 뻔한 거짓말들이 국민들을 더욱 당혹스럽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정상적으로 112가 작동되었다면 그녀는 죽음을 면할 수는 있었을 것입니다. 술 취한 낯선 남자와 어깨를 부딪쳤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하고 집으로 끌려가는 상황에서도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곳이 경찰이라 믿은 그녀는 112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했습니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그리고 어느 곳으로 끌려가고 있는지 자세한 설명까지 하고 전화 추적까지 요구했음에도 신고를 받는 경찰들은 황당함 그 자체였습니다. 마치 신고자가 장난이라도 하는 듯 허무한 대화로 상황을 무마하고 나아가 범죄 상황이 그대로 전달되고 있는 중에도 부부싸움이나 하는 것 같다는 말로 상황을 정리해버린 이들의 허탈한 상황 정리는 국민들을 경악스럽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부부싸움이더라도 신고자가 분명하고 폭행 가능성이 있다면 경찰이 신고자에게 달려가야만 합니다. 그 진위 여부는 이후의 문제이지 자신들이 상황을 재단해 평가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휴대폰 추적에 자신이 현재 끌려가고 있는 지점이 어디인지 그리고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고 있었음에도 13시간이나 걸려 범인을 잡은 경찰 조직은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도 자각하지 못하고 오로지 자신의 잘못을 덮기에 정신이 없는 모습은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끝없이 쏟아지는 비판과 사실 여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도 오직 자신들의 면피를 위해 진실마저 축소 은폐하는 그들은 정상적인 조직은 아닙니다.

 

국민들이 위험에 처해 마지막으로 손을 내밀었는데 그 손을 잡아주지는 못할망정 그 손을 뿌리치고 의심부터 한 그들의 모습은 이해할 수가 없는 조직임이 분명합니다. 집 안이라는 정보를 주고 특징적인 지명과 지형, 위치까지 소상하게 알려주었음에도 그저 순찰차로 가볍게 순찰하는 것만으로 임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이 황당한 경찰 조직은 근본부터 바로잡지 않는다면 유사 사건은 끊임없이 이어질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13시간 만에 잡았으면 빨리 잡은 겁니다. 신고 직후 사망했을 겁니다. 빨리 수색했어도 어차피 죽었을 것을…."

 

사건이 불거지고 논란이 경찰조직에게 집중되자 해당 경찰들이 던진 이 한 마디는 그들이 얼마나 형편없는 존재들인지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13시간 만에 잡았으면 빨리 잡은 것이라는 그들의 자화자찬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사건 지역을 특징해 정확한 묘사까지 겸해진 신고에 13시간이 과연 빠르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국민들을 경악스럽게 만든 것은 바로 이들의 시각입니다. 신고 직후 사망했을 것이라는 이른 확신과 함께 어차피 빨리 수색했어도 죽었을 텐데 어쩌란 말이냐는 그들의 자기 위안은 이 조직이 얼마나 잘못된 조직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어차피 죽을 운명인데 우리가 조금 늦게 움직였다고 뭐가 달라지느냐는 그들의 시각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범죄를 만들어냈다는 점을 알아야만 할 것입니다.

 

부검 소견이 이야기를 하듯 그들이 자기 위안을 위해 꺼낸 "어차피 죽었을 것을..."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는 국민들을 더욱 섬뜩하게 합니다. 피해자가 신고 후 6시간 정도 살아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그들의 이런 안일함이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수많은 잘못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조현오의 사퇴는 당연하고 관련자들이 문책을 당하는 것 역시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중요하게 생각해야만 하는 것은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만 합니다. 경찰 조직과 검찰 조직이 만들어내는 경직된 문화 자체를 바꾸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불안은 끊임없이 이어질 수밖에는 없을 테니 말입니다.

 

무작위로 진행된 사찰에 정신이 빼앗기고 이런 권력자들을 지키기 위한 권력 남용은 결국 국민들을 경악스러운 상황으로 몰아넣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것은 변화입니다. 이명박 정권의 악행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부도덕한 권력을 몰아내고 새로운 변화를 통해 국민들이 주인이 되는 대한민국을 다시 만드는 것밖에는 답이 없습니다.

 

4월 11일 국민들이 스스로 주인 되는 방법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리인 투표로 스스로를 증명하는 방법밖에 없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제 우리가 좀 더 당당하게 권리를 요구해야 할 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