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4. 10:26

문성근 탈당선언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년 전 민주당 개조론

민주당이 당대표 선출에 정신이 없는 사이 민심 이반이 심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친노세력의 핵심인 문성근이 민주당 탈당선언을 하면서 이런 흐름은 더욱 크게 일어날 것으로 보여, 향후 민주통합당이 어떤 모습을 갖출지 예측도 불가능하게 합니다.

 

정계개편은 자연스럽고 새로운 가치에 대한 갈증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민주당이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국대의원대회를 하루 앞둔 지난 3일 문성근 민주통합당 대표대행이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습니다. 문성근 대표대행의 탈당 선언은 단순한 탈당 이상의 무게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지난 대선 패배의 잘못을 친노세력으로 몰아간 상황에서 민주통합당에서 친노로 분류된 이들이 계속 머물 근거도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새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구태의연한 방식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하는 민주통합당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과거와는 너무 달라져 있습니다. 민주 10년을 보내고 이후 그들이 보이는 모습은 과연 우리가 그렇게 지지하고 믿었던 정당인지 의심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이 권력을 쥐어줘도 그마저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한심한 그들에게 더는 국민들의 지지는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최근 치러진 선거에서 현재의 민주당의 모습은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단 한 명도 당선시키지 못한 제 1야당의 현실은 참혹할 정도입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차이가 뭔지 모호해하는 이들이 나올 정도로 현재의 민주당은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하지 않는다면 이름만 존재하는 당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끔찍한 상황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후보를 양보했던 안철수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당선이 되며 국회의원으로서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그의 여의도 입성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를 중심으로 새로운 정당 출범이 가시화되었다는 점입니다. 홀로 국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구조적인 현실 속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당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미 안철수 국회 왕따가 논란이 될 정도로 철저하게 안 의원을 배척하려는 모습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그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자신과 생각을 같이하는 현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새로운 정치를 위한 정당 창당만이 그가 꿈꾸는 정치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신당은 그저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진보정의당 강동원 의원이 탈당을 하면서 안철수 신당에 대한 무게는 더욱 커졌습니다. 평화민주당 창당에 함께 했던 그에게 민주당은 중요한 정당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가 자연스럽게 민주통합당 입당도 고민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현재의 흐름을 생각해보면 안철수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 혹은 진보정의당 등에 입당하지 않는 한 그의 신당 창당은 자연스럽습니다. 그동안 새누리당과는 다른 편에서 민주통합당의 문제를 지적해왔던 그가 두 당에 입당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더욱 안 후보가 두 거대 여야 정당에 들어서는 순간 그 조직의 시스템 속에 사멸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런 무모한 행동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성근 대표대행의 탈당이 당장 도미노 현상을 불러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 이반은 점점 가속화될 수밖에는 없고, 안철수 신당이 어느 정도 틀을 갖추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이탈은 급격하게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불리하게 왜곡된 시장구조, 자본과 판매조직의 열세, 이런 상황에서 경쟁사는 신개발 제품으로 시장을 석권하고 있고 우리 제품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이것이 오늘 민주당이 처한 현실이다.'

 

20년 전 1993년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이었던 노무현 의원이 '말'지에 실은 칼럼 중 일부입니다. 당시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의 현실과 문제를 적나라하게 지적한 이 글은 2013년 현재의 민주통합당을 지적하는 것처럼 다가올 정도입니다.

 

20년 전 지적했던 민주당의 문제가 20년이 흐른 뒤에도 그대로 남아있다는 사실이 문제입니다. 김영삼 정부에 대한 우려는 과거의 문제가 아닌 현재진행형이었습니다. 정체도 알 수 없는 '창조경제'를 외치는 박 정부는 과거 김영삼 정부의 모호하기만 한 경제 정책과 다를 게 없기 때문입니다. 김영삼 정부가 국가 파탄으로 이어진 IMF의 주범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는 부분입니다.

 

공부하는 정당을 강조했던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년 전 민주당 개조론은 2013년 전당대회를 하고 있는 그들을 위해 쓴 미래 예언서와도 같아 보입니다. 현재의 문제를 20년 전에 이미 예측한 것이 아닌 당시의 문제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처럼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참혹함으로 다가옵니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뀐 이 시점에도 20년 전 민주당 개조론이 유용함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은 한심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지도부를 뽑는 5.4 전당대회는 20년 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했던 '민주당 개조론'보다 진보한 방식의 당 혁신이 거론되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5.4 전당 대회는 계파경쟁·상호 비방전으로 흐르며 구태의연한 정당의 현실만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이런 상황에 민주통합당을 믿어달라는 외침보다 허무한 것은 없을 것입니다.

 

안철수 의원의 신당이 모든 문제를 풀어줄 신비한 정당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실 정치를 시작한 그가 어떤 새로운 정치로 국민들에게 위안을 줄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구태정치를 일삼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에 지쳐있는 국민들이 안철수 신당을 바라는 것은 새로운 정치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해주기 바라는 마음이 크게 때문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대안은 '겸허한 자세와 자기반성'이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년 전 '민주당 개조론'의 마지막 문장은 현재에도 유효함으로 다가옵니다. 겸허한 자세와 자기반성 없는 정당이나 정치인은 몰락할 수밖에 없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민주당을 사랑하고 믿어왔던 국민들이 더는 분노하지 않도록 그들은 구태정치를 몰아내고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는 희망을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안철수이 국회의원 당성과 문성근 민주통합당 대표대행의 탈당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여기에 이제는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년 전에 쓴 '민주당 개조론'은 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20년 전과 같은 존재로 전락해버린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20년 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글을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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