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28. 12:38

벤츠 여검사 사표를 민망하게 만든 백검사의 사표

'부당거래'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영화 속의 이야기만 아니라 현실 속에서도 이젠 뿌리를 깊게 내린 이 부당거래는 자연스럽기만 합니다. 물대포를 쏘고 흥분해 있는 시민들 틈으로 들어가 폭행을 당하며 스스로 이슈를 만드는 경찰 서장이나 벤츠도 모자라 샤넬 백에 미친 여검사의 행동들이나 우리 사회를 좀먹는 존재들인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두 여검사의 다른 행보, 그래도 희망을 볼 수 있는 것인가?



부당한 거래를 당연하게 여기는 풍토는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부당한 거래에는 자연스럽게 '청탁'이 자리할 수밖에는 없고 이런 청탁이 오가는 상황에서 공정성이 담보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진리이니 말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어 가장 먼저 검찰 개혁을 이야기했었습니다. 물론 생각과는 달리 검찰 개혁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 개혁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면 우리나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 되었을 것입니다. 성 접대를 받고 대가 성 청탁을 받은 검사들마저 법원에서 그들이 죄가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리는 모습을 보며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법복을 입고 벌이는 그들만의 논리가 얼마나 현실과 왜곡되어 있는지 더불어 그들의 집단 이기주의가 스스로 법의 존립가치를 위협하고 있음을 말입니다.

경향신문 자료

같은 법조인들끼리는 상부상조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그래서 성 접대를 받은 것도 뇌물을 받은 행위들도 용서해줄 수 있는 것인가요? 말단 공무원이 1만 원짜리 뇌물을 받아도 파면이 되기도 하는 상황에서 이런 상황들은 국민들에게 법조인들에 대한 신뢰감만 떨어트리는 행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정권들어 권력의 시녀라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스스로 자신들을 감싸고 비호하는 집단으로 낙인찍혔다는 사실을 법조인들은 스스로 자각 하고 반성해야만 할 것입니다.

벤츠 여검사 논란은 우리 시대 법조인들의 도덕적 해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와 내연의 관계를 맺으며 현역 검사가 벤츠를 선물 받고(법적으로 변호사 로펌 소유이고 다만 빌려줬을 뿐이라는 너무나 뻔뻔스러운 변명) 법인 카드로 수천만 원을 사용한 여검사는 경악스럽습니다.

여기에 사건을 해결하는 대가로 명품 가방 값을 요구하는 행위까지 보인 그 여검사는 건강을 이유로 사표를 냈습니다. 아마도 그녀는 법적인 처벌을 받지는 않을 것입니다. 성 접대와 수억의 뇌물을 받아도 법조인이라는 이름으로 무혐의를 받는 세상에 내연 남에게 그 정도 선물은 죄도 아닐 테니 말입니다.

사회 지도층의 부패가 만연한 상황에서 이런 정도의 행태는 너무 익숙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법조인들이 자기들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하면서 돈거래를 하는 것이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되는 양 떠드냐며 조소를 보낼 정도로 우리네 시선은 이미 부패의 온상이 되어버린 법조인에 바라는 것도 없습니다. 이미 썩을 대로 썩어버린 조직들에게 분노하는 것만큼 무의미한 것이 없으니 말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그런 부패한 것들을 처단하고 도려내서 새살이 돋도록 노력해야하는 것도 국민들의 몫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진절머리 난다고 외면하면 그들은 우리의 숨통까지 옥죄는 일을 서슴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비판 대상이 되는 가장 큰 원인은 국민적 관심사가 집중되는 큰 사건들을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지키며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데 있다고 생각한다"

"형사부에서 고소사건 수만건을 아무리 공정하게 처리해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단 하나의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 못하면 검찰이 쌓아올린 신뢰는 무너지는 게 현실. 어쩌다 검찰이 여당 국회의원에게조차 `정치를 모르는 정치검찰'이라는 말을 듣게 됐는지 모르겠다"

"검찰의 진정성을 몰라주는 국민과 언론만 탓하기보다는, 너무 엄격한 증명으로 무죄를 써댄다고 법원을 비판하기보다는, 정말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는지, 검찰의 기준과 상황판단이 시대 흐름에 뒤처져 정당성을 상실하게 된 점은 없었는지, 사건처리의 공정성 문제는 없었는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

벤츠에 이어 대가 성 명품 가방을 요구하던 여검사와는 달리, 썩을 대로 썩은 조직을 비판하며 사표를 던진 백검사의 모습은 그나마 우리에게 희망이 존재하고는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며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백검사의 판단은 정확합니다.

여당 국회의원들에게조차 '정치를 모르는 정치검찰'이라는 비아냥까지 듣게 된 검찰 조직은 이미 그 정체성을 상실한 조직이 되고 말았습니다. 정치검찰 노릇을 자처하지만 정작 정치를 모른다는 이 말보다 더욱 굴욕적인 이야기는 없을 테니 말입니다.

그녀가 법복을 벗으며 던진 마지막 이야기는 모든 법조인들이 새겨들어야만 하는 말일 것입니다. 스스로 자신들을 뒤돌아보고 왜 국민들이 자신들을 비판하고 신뢰하지 않는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면 이런 괴리감은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한 두 사람의 의지만으로 이미 굳어질 대로 굳어진 조직이 변할 수는 없습니다. 정치인들 한 두 명이 세상을 바꾸겠다고 한다 해도 세상은 바뀌지 않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과거 모습만 회상해 봐도 견고한 조직들은 오히려 대통령을 사지로 몰아넣는 과도함을 보이기까지 하니 말입니다.

가장 모범이 되어야만 하는 정치인과 법조인, 언론인들이 국민들의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은 중요합니다. 이 세상이 얼마나 썩어 문드러졌는지에 대한 명확한 증거이자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바람이 극에 달했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개그맨 최효종이 개그 프로그램에서 이야기를 하듯 경제 문제를 엉망으로 만들고 총선이 되면 다시 너나없이 "경제를 살리겠습니다"라고 외칠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그려진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그럼에도 그런 정신없는 의원들을 다시 뽑아주는 유권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더욱 절망스러운 일이라는 사실 역시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