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30. 14:37

도청공무원 사절 내붙인 영세 상인의 아픔, 고착화된 권력비리의 일상이다

한 언론의 사회면 기사 하나가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도청 공무원 사절'이라고 식당 앞에 문구를 써 붙인 식당 주인의 사연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권력 집단들의 비리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부당거래가 아닌 착취의 악습이 고착화된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이 사건은 그렇기에 공분을 살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충청도청 만의 문제일까요? 권력 집단들 모두가 반성해야만 하는 문제




기사의 내용은 도청 앞에서 식당을 시작해 빠른 성공을 거두었던 식당 주인의 이야기였습니다. 음식 솜씨 좋고 상양하면 그 이상 좋은 식당은 없지요. 거기에 공무원들의 단골 식당이 되면 그만큼 안정적인 수입도 보장되기에 많은 상인들이 공공건물 주변에 늘어서는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청주시 도청 근처에서 영업을 하던 그 식당이 음식 솜씨 좋다는 소문이 나자 자연스럽게 도청 각 실과에서 공무원들이 단골이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그들은 실과별로 외상장부를 만들어서 식사를 했고 주인은 고정적인 손님들이 확보되었다는 점에서 대박신화를 꿈꾸었을 듯도 합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이렇게 서민들도 대박이 오기도 하는 구나'라는 기쁨을 느꼈을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기쁨은 잠시이고 매 달 외상으로 쌓이는 비용은 엄청난데 돌아오는 외상값은 수십만 원에 불과해 식당은 잘되는데 빚을 얻어야 하는 이상한 상황이 되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갚아야 할 식사비용을 갚지 않은 채 오직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식사만 하는 그들로 인해 영세상인은 억대의 빚을 져야만 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직접 도청을 찾아 외상값을 갚아주기를 요청했지만 오히려 면박만 받았다는 사실은 경악스럽습니다.

공무원들의 불편부당한 외상 거래는 단순히 실과별로 공무원들이 먹은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고위직에 있는 공무원은 가족들 회식도 공무원 장부에 올리며 외상 거래를 하고서도 퇴직하는 날까지 돈을 갚지도 않는 파렴치함을 보였습니다. 이런 공무원들의 집단의식은 높은 직위나 낮은 지위를 가진 이들이나 다름없이 공통적으로 드러난 폐단이라는 점에서 그 경악스러움은 더욱 놀랍기만 합니다.

3, 4천 원짜리 한 끼 식사를 하고도 외상을 하고 공무원들이 아닌 개인적인 회식임에도 공무원 외상으로 기재하는 그들은 이미 비도덕이 일상이 되어버린 존재들이었습니다. 공무원들에게 잘못 보이면 장사하기 힘들다는 주변의 이야기에 참으며 빚을 내서 장사를 해야만 했던 주인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찾아가자 "부서 공통경비로 해결할 금액을 이미 넘었다. 조금씩 매달 갚아주겠다"거나 "그 정도 외상은 기본 아니냐"는 식으로 오히려 면박을 주었다는 사연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렇게 3년을 버티다 임계점에 다다라 도청을 찾아 외상값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서무 담당자가 바뀌었다. 내 일이 아니다. 상사채권 소멸시효가 몇년인지 아느냐. 장부가 있어도 돈 못받는다"며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온 공무원 조직들은 조폭보다 더한 존재들이었습니다. 한 두 달도 아니고 3년이라는 시간동안 공짜 밥을 먹고 나몰라라하는 그들은 국민들을 위해 일을 하는 공무원으로서는 자격미달이자 범죄자들과 다름없는 존재들이었습니다.

서민이 수억에 달하는 빚을 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욱 공무원들의 파렴치한 행동으로 인해 돈도 받지 못한 식당 주인이 자살까지 생각했다는 것은 공감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서민들에게 더욱 장사를 하는 그들에게 공무원이라는 조직들은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자신들의 잘못과 상관없이 적대적인 관계가 되면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피해의식이 만연해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들의 파렴치한 이런 행동들은 자살을 유도하기에 충분했으니 말입니다.

이 기사가 나가자 수많은 이들이 공무원들의 파렴치한 행동에 비판을 하고 충청도청 홈 페이지를 찾아가 비난의 글을 남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분노의 표현이었습니다. 공무원이란 국가의 일을 하는 직업을 가진 존재들입니다. 그들에게 월급을 주는 것은 국민들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모르고 있는 것인가요? 그들은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살아가는 노동자들입니다. 그런 그들이 자신들의 지위를 악용해 영세상인들을 등치고 자살을 결심하도록 만드는 행위들은 뭐란 말인가요?

권력을 가진 집단들이 파렴치한 행동들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충청도청 공무원들의 이런 행동에 많은 이들이 흥분하는 것은 권력을 가진 자들의 부패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끝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국가 공무원부터 말단 공무원까지 서민들을 피를 빨아먹으러 공무원이 된 것처럼 체계적으로 부정을 저지르는 그들의 모습은 충격을 넘어선 경악일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 공무원들의 집단적인 도덕성 해이는 그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들의 힘을 내세워 영세상인들을 등쳐먹는 인간들이 공무원이라는 명칭으로 떵떵거리고 살아간다는 것은 수치일 수밖에 없습니다.

논란이 커지고 많은 이들이 충청도청 홈페이지를 찾아 비난을 하자 충청도청은 감사실에서 자체 조사를 하고 있다는 짧은 공지를 남기며 수습책을 강구하기에 바쁜 모습입니다. 이런 문제가 충청도청 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유사한 성향을 가진 집단적인 파행이 유독 그곳에서만 일어났을 것이란 생각은 순진한 믿음일 테니 말입니다. 유사한 사례들은 전국 방방곡곡에 넘쳐날 것이고 이런 서민들을 등쳐먹는 권력집단들의 행포는 비단 도청 공무원들 뿐 아니라 수많은 권력 집단들에서 매일 벌어지는 일상이라는 점에서 그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간다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충청도 어느 식당 주인이 내건 '도청 공무원 절대 사절 안 받습니다'라는 문구는 우리시대 권력집단들의 도덕적 해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일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