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29. 12:16

절도 이유로 초등생 지문 채취하는 교사, 철학이 부재한 사회 당연한 결과

경기도 군포 어느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철학이 부재한 사회가 되어 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일 것입니다. 지갑에서 사라진 돈 2만 원을 찾기 위해 스스로 CSI가 되어 초등학생 아이들의 지문을 뜬 이 교사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끔찍한 단면을 보여주는 씁쓸함입니다.

철학은 사라지고 기능만 존재하는 사회




철학은 경시되고 영어와 기능을 갖춘 학과만이 대접받는 사회에서 이런 웃지 못 할 씁쓸한 사건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임신 휴가를 간 담임 선생님을 대신해 기간제 교사로 들어온 그녀에게 이런 사건 해결 능력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을 테니 말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교탁 위에 올려놓았던 교사의 지갑에서 2만 원이 사라진 이후부터입니다. 누군가 지갑에 손에 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한 교사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과감하게 실행했습니다. 손도장 지문을 받기 전 날에는 학생들 학부모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지갑에 손을 댔는지 확인해 달라는 전화까지 했다는 이 교사는 전혀 교육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전력을 다했습니다.

미국 드라마 CSI 오프닝 장면, 관련 홈페이지 사진 인용


"이씨가 비닐로 된 지갑에 지문이 남아있어 손도장을 받으면 돈을 가져간 학생이 자발적으로 털어놓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으로 안다"

해당 학교 교장이 밝힌 기간제 교사의 변은 겁을 주면 당연히 아이들이 겁을 먹고 자발적으로 털어 놓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더해 이제 막 졸업한 교사가 학생들에게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하고 말았다며 현재는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말로 마무리했습니다. 기사를 검색해보면 7, 8년 전에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음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일상이 되어버린 학교 행태가 새롭게 교사가 된 기간제 교사에게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학창시절 분실물을 찾는다며 눈감고 범인 색출하는 일을 안 당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흔한 일이 학창시절 분실 사건입니다. 이런 분실사건이 일어나면 잃어버린 물건이 문제가 아니라 서로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된다는 점에서 큰 문제를 만들 수밖에는 없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상황에서 솔로몬의 해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어쩌면 선생님들의 몫일 것입니다. 눈을 감고 자발적으로 범인임을 밝히도록 강구하는 방법은 그나마 범인의 인권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였을 것입니다. 그렇게 해도 나오지 않으면 학생들 전원을 책상 위에 올라가라 명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일은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서는 폭력도 불사해야만 한다는 과거 시대의 잔상들의 교사들에게도 그대로 전이된 이유 때문이었겠지요.

그나마 최근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인권에 대한 고민을 하는 교사들이 늘어나 이런 불합리하고 폭력적인 일들이 많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과거 7,80년대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이들에게 학교란 작은 감옥과도 같은 존재였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폭력이 문제로 거론되고 인격을 존중하는 문화로 바뀌게 되면서 학생과 교사의 관계도 많은 변화가 있어왔던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역전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나기도 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찮았지만 중요한 것은 교육의 공간에서 가장 비교육적인 방법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환영할 일입니다.

문제는 울산 '감옥체험'과 비슷하게 이번 초등학생 '지문채취'에서 드러난 교사들의 선택은 폭력보다 더한 정신적 내상을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에게 패배감을 심어주고 과도한 죄책감을 부여하고 굴욕을 강요하는 이런 비교육적 행위가 망설임 없이 행해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 철학 부재가 낳은 필연적 결과일 것입니다.

기간제 교사 역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학생이었습니다. 그녀가 몇 년 동안의 교사 교육으로 갑자기 탁월한 교사로 다시 태어났을 것이라는 기대는 미련한 믿음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녀가 자라면서 받았던 현장의 학교 교육이 그대로 채득된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나온 그녀의 행동은 교육이 현재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엿보게 하는 단초일 것입니다.

기능적인 인간을 만들기 보다 우선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더욱 관심을 가지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교육을 해야만 하지만 우리 사회의 교육은 학원과 다름없습니다. 현 정권 들어 아이들을 줄 세워 순위를 매기고 이를 통해 학교와 교사를 평가하는 제도가 정착되며 더욱 영혼 없는 교육이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학교는 그저 학생들을 점수로 줄 세워 평가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단순히 학습 기능 향상을 위한 것이라는 공교육을 받을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저 실력 좋은 학원에 다니는 것이 더욱 효율적인 방법일 텐데 말입니다. 학교란 사회인으로 자라나는 이들에게 사회인으로서 갖춰야 하는 바른 인성이 완성되도록 만드는 교육기관이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오직 좋은 학교 입학이 모든 교육의 이유가 되어버린 현재의 교육 시스템에서는 괴물이 되어가는 교사와 괴물로 성장하는 아이들의 반복된 패륜의 연속일 뿐입니다.  

학교 교육은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학부모들 역시 적극적으로 아이들 교육에 문제의식을 가져야만 하고, 교사들 역시 자신들이 왜 교사가 되려고 했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우선 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모두가 공멸하도록 부채질 하는 공간이 학교라는 낙인이 찍힐 수밖에 없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