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 28. 17:45

세월호 보도개입 이정현 2심 감형 말도 안 된다

세월호 당시 KBS에 보도 개입한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이정현 무소속 의원에게 2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했다. 언론 보도에 정치적인 압력을 가한 사건에 대한 첫 재판이 이렇게 용두사미가 되는 것 같아 한심하기만 하다. 이런 식이라면 정치권력의 언론 탄압은 줄어들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의원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KBS가 해경 등 정부 대처와 구조 활동의 문제점을 주요 뉴스로 다루자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뉴스 편집에서 빼달라", "다시 녹음해서 만들어 달라"며 편집에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의 대화 내용은 그대로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일하던 이 의원은 이런 간섭을 당연한 업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홍보수석 자리에 있는 자들은 뉴스 편집까지 개입해 보도를 악의적으로 이끌 수도 있다는 말인가?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방송법 제4조와 제105조는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이 규정만 제대로 적용한다면 이 의원은 징역형에 처해져야 한다. 그게 정상이다. 

 

"승객을 구조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해경이 구조 작업에 전념토록 하거나, 사실과 다른 보도를 시정하기 위해 범행에 이른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 청와대 홍보수석 지위에서 이런 행위가 종전부터 관행으로 이어져 가벌성(처벌 가능성)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의원의 손을 들어주었다.  KBS의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정현 의원은 2심에서는 벌금형으로 감형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0부(김병수 부장판사)는 28일 방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에게 벌금 1천만 원을 선고했다.

 

이 의원의 범죄 행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는 재판부의 판단이 당혹스럽다. 종전부터 관행으로 이어져왔기 때문에 범죄라고 인식하지 못했으니 감형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 정당한 판결로 잘못을 근절할 수 있다는 말인가? 정말 어이없는 판결이 아닐 수 없다. 

 

이 의원의 1심은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도 형이 유지된다면 국회의원 자격을 잃게 된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인해 총선까지 그 지위를 누리게 되었다. 참혹한 사건에 처참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피고인과 김시곤 국장의 지위와 둘 사이의 관계, 대화 내용 등을 보면 단순한 항의나 오보를 지적한 것이 아니다. 향후 해경을 비난하는 보도를 당분간 자제해달라거나 보도 내용을 교체·수정해달라고 방송 편성에 간섭했다. 청와대 홍보수석이라고 해도 방송법에 금지된 행위를 하는 것은 정당한 직무집행이 아니다"

 

"간섭이란 굳이 정의하지 않아도 그 의미와 방송법의 체계에 비춰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는 용어다. 죄형 법정주의에 반하지 않는다. 다른 언론매체에 비해 방송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해 그 자유와 독립을 엄격해 보장해야 하고, 방송 보도에 대해서는 다른 방법으로 비평하거나 정정보도를 요청할 절차적 수단이 마련돼 있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방송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

 

재판부가 이 의원의 잘못을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이는 훈계처럼 보이는 대목일 뿐이다. 방송 편성에 간섭했다고 하면서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방송법 위반 처벌은 이렇게 허무하게 마무리되고 있다. 검찰이 대법까지 끌고 갈지 알 수 없다.

 

방송은 자유오하 독립이 엄격히 보장되어야 한다. 물론 가짜뉴스를 퍼트린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세월호 보도에 개입하고 이를 통제하려 한 행위는 정치적으로 악랄한 범죄다. 재판부가 그렇게 보지 않는다면 아주 나쁜 사례가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한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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