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25. 10:03

이 대통령의 사과와 초등학생의 명답이 극명하게 비교되는 현실

이명박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취임 이후 그가 보인 사과 멘트로는 여섯 번째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무의미에 가까운 의미 반복으로 다가옵니다. 진정성을 담보하지 않은 사과는 사과를 받는 사람들을 더욱 황당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과는 그저 사과라는 형식을 위한 사과였음이 문제였습니다.

 

사과에는 진정성이 존재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대통령 혼자 작성해서 발표했다는 청와대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이들은 차라리 도움이라도 받지 그랬냐는 지적을 합니다. 그만큼 불통의 대통령답게 중요한 사과마저도 자기 방식대로 자기 하고 싶은대로 처리했다는 비난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불통과 함께 그의 사과문에 주어는 없이 오직 그저 사과한다는 말만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가 무엇을 위한 사과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을 뿐입니다.

 

 

현재의 상황을 고려해 사과를 받는 사람이 이런 의도를 가진 사과인가 보다고 추측을 해야만 하는 사과는, 당연하게도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는 없습니다. 무슨 일로 왜 자신이 사과를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없이 그저 어설프게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사과는 대중의 비난을 받을 수밖에는 없으니 말입니다.  

 

"근자에 제 가까운 주변에서, 집안에서 불미스런 일들이 일어나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렸다. 이러한 일들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제 가까이에서 참으로 실망을 금치 못하는 일들이 일어났으니 생각할수록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다. 이제 와 누구를 탓할 수 있겠나. 모두가 제 불찰이다. 어떤 질책도 달게 받아들이겠다"

 

측근 비리에 대한 사과일 것이라는 추측은 가능하지만 이상득 전의원과 이 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그저 에둘러 사과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성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측근들 입장에서도 알아서 들으면 다 알 수 있는 문제인데 트집 잡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들에게는 대단한 존재일지 모르지만 대중들에게는 실패한 대통령이고 무거운 책임을 져야만 하는 당사자일 뿐이기에 전혀 다른 반응이 나올 수밖에는 없습니다.

 

이 대통령의 공개적인 사과는 지난 2008년 5월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미국 쇠고기 협상에 대한 사과를 시작으로 뼈저린 반성을 했다는 그의 사과와 달리, 미국 쇠고기 협상은 국민들의 저항과 상관없이 철저하게 미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처리되었다는 점에서 그 사과가 얼마나 형식적이었는지는 모두 증명이 되었습니다.

 

2009년 11월에는 세종시 수정추진과 관련해 반성 없는 사과를 이어가더니, 2011년 4월에는 동남권 신공항 폐지와 관련해 선거 공약을 거스른 문제로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습니다. 2012년 2월에도 취임 4주년 특별기자회견을 빌어 측근비리에 대해 사과를 했지만 이후 유사 사건들이 무한 반복되듯 이어지며 이 대통령의 사과 쇼는 그저 사과를 위한 사과라는 인식만 주고 있습니다.

 

"제 자신이 처음부터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는 확고한 결심을 갖고 출발해,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월급을 기부하면서 나름대로 노력했다.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자부해 왔다"

 

"개탄과 자책을 하고 있기엔 나라 안팎의 상황이 너무 긴박하다.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잠시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는 자신은 완벽하게 깨끗한 정치를 했는데 주변에서 문제가 생겨서 당황스럽다는 식의 발언을 했습니다. 그가 이야기하는 사회 환원이 측근들을 내세워 자신의 재산을 보호하는 형식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본인 스스로 잘못되어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문제가 더욱 큰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만 할 것입니다.

그가 느끼는 개탄과 자책이 무엇인지도 모호한 상황에서 나라 안팎의 상황이 너무 긴박하다며 논란을 덮기에 급급한 모습은 사과로 보기도 힘들 뿐입니다. 그러면서 그가 그렇게 위급하다고 하는 문제가 한일병합과 비교되는 한일군사협정 체결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을 팔아버리고, 미국을 위해 8조원 전투기 사업을 급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시급한 일인가요? 아니면 철도를 민영화하는 것이 시급한 일인가요. 공공성이 보장되어야만 하는 사업마저 헐값에 매각하려는 의도가 의문인 사안들을 목숨 걸고 하려는 의도가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이런 사과들이 더욱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오지 않는 것은, 비리 백화점임이 드러난 현명철 국가인권위원장을 나라 안팎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임을 강행하려는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이 정권의 핵심 참모 중 하나였던 권재진이 법무부 장관으로 옮겨가며 결격사유가 넘치는 김병화 대법원 후보를 두둔하는 모습에서도 이 정권은 절대 사과란 존재하지 않는 집단임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모두가 인지할 수 있는 것마저 무시하며 오직 자신만이 옳다고 외쳐대는 이 불통의 권력. 그런 권력이 어설프게 고개 숙이며 사과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해도 그 사과에서 진정성을 찾기는 힘들기만 합니다. 이 대통령의 사과와 함께 어느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답안지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잘못을 너그럽게 용서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면 어떤 때인지 한 가지만 써 보시오." 라는 질문에 초등학교6학년생의 답이 많은 이들을 감탄하게 만들었습니다. "대통령이 바른 정치를 하지 못했을 때"라는 답을 적은 이 학생도 대단하지만 이 답에 정답 표시를 한 선생님도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이 사연을 듣고 수구세력들은 선생님과 초등학교 6학년생을 빨갱이라고 몰아세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반박이 '종북'이 전부이니 말입니다. 현직 대통령의 진정성이 없는 사과와 대통령의 책무와 역할에 대해 질타하는 초등학생의 한 마디는 우리 사회의 현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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