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15. 06:20

노회찬 의원직 상실, 삼성공화국 비판은 중범죄라는 엄연한 현실이 두렵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의원이 대법원 선고로 인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었다. 뇌물을 주고받았던 당사자들은 모두 무죄이지만, 이들을 폭로한 현직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는 현실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비리 검찰들은 삼성에게 돈을 받아도 무죄이지만, 이를 비판하면 입에 재갈을 물리듯 범죄자로 취급하는 현실에서 과연 법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두려울 정도다.

 

삼성공화국의 위엄을 드러낸 노회찬 대법원 선고

 

 

 

 

삼성공화국에서 삼성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반역이 되는 세상이 왔다. 그 기묘함은 단순히 어느 한 집단의 행동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국가 권력이 그들을 위해 충성을 하고 있으니 문제다. 법 위에 군림하는 그들에게 감히 바른 소리를 한다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음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대법에 의해 국회의원 자격을 상실한 노회찬 의원. 그가 왜 국회의원 직을 상실 할 수밖에 없는 지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권력에 순종적인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기에 국회의원이라는 선출직보다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무엇이 더욱 큰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2005년 안기부(현 국정원)의 도청 녹취록을 인용해 노 의원은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전·현직 고위 검사 7명의 이름을 공개했었다. 그리고 대법은 이번에 이런 행동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며,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의 판결로 인해 노회찬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었다.

 

감히 삼성공화국을 흔들려했고, 전·현직 고위 검사 7명의 이름까지 공개한 행위에 대해서 같은 법조계가 강력한 처벌을 내림으로서 그들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집단인지만 명확하게 했다. 왜 이번 판결이 부당한지는 당시 뇌물을 공여한 자들과 뇌물을 받은 자들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이유는 명확하다.

 

노회찬 의원을 의원직 박탈로 이끈 이 사건은 1997년 안기부의 도청 녹취록으로부터 시작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과 이학수 삼성 부회장, 홍석현 중앙일보사 사장 및 떡값을 받았다는 전·현직 검사들에 대한 정보가 모두 드러나고 뉴스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가 될 정도로 2005년의 상황은 대단했다. 

 

2005년 당시 특별수사팀의 지휘를 맡았던 황교안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 박근혜 정권의 법무장관 후보자 중 하나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그가 이끈 특별수사팀은 이 사건에 대해 녹취록에 드러났던 이들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이건희라는 삼성회장과 이학수 삼성 부회장, 그리고 홍석현 중앙일보사 사장 등 삼성가 사람들과 떡값을 받은 전·현직 검사들 모두 처벌을 받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그들은 결코 처벌을 받지 않았다.

 

뇌물을 주고 받은 이들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지만 이를 보도한 이상호 <문화방송> 기자와 김연광 <월간조선> 편집장은 되레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를 당했다. 언론의 의무로서 당연한 결과였지만, 이런 언론에 족쇄를 채우는 행위는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삼성공화국과 검사들을 구한 황교안 특별수사팀장은 박 정권이 들어서 법무장관 후보에 까지 오르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그들의 잘못을 고발한 노회찬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잘못을 잘못이라고 하는 이들에게는 처벌이 내려지고, 잘못한 이들에게는 세상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사회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2013년 대한민국이다.

 

노회찬 의원은 삼성공화국과 검사들의 잘못을 세상에 알렸다는 이유로 의원직을 잃고 말았다. 이를 보도했던 이상호 기자는 최근 MBC에서도 해고되었지만, 재미있게도 조선일보 출신의 김연광은 새누리당 의원이 되어 이제는 박 정권의 신임 국회의장 비서실장이 되는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 당선자가 자신이 정치를 하는 이유가 박정희를 위함이라고 밝혔듯, 박 정권은 그 본질을 그대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박정희를 추모하고 그의 사진을 휴대폰 고리로 만들어 차고 다니는 이가 국방장관이 되고, 새로운 새마을 운동을 벌이겠다는 현재의 모습은 박 정권의 의도가 무엇인지도 명확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불법감청된 내용이더라도 공익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뚜렷하면 공개할 수 있지만, 떡값 검사 문제는 8년 전의 대화 내용이어서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대법원의 '삼성 X파일'에 대한 보도에 관련해 이와 같은 판결을 했다. 공익을 시간이 지나면 의미 없어진다는 식의 판결은 당혹스럽기만 하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죄를 지어도 일정한 시간만 지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의미다. 재벌이 검사들에게 뇌물을 준 행위가 뒤늦게 드러났다면 엄중 처벌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8년이나 지난 일을 뒤늦게 밝혔다며 오히려 이런 사실을 밝힌 이들이 잘못이라는 판결이 법의 기준이라면 과연 우리 사회에 정의란 존재할 수 있은 것인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정경유착은 시간이 흘러도 중범죄일 수밖에 없다. 사회적 정의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이런 범죄 사실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당연함에도 범죄보다는 이런 범죄사실을 보도하는 행위가 잘못이라는 판결은 결국 박 정권에서 언론의 자유는 보장될 수 없음만 명확하게 했다.

 

이 정권은 방송을 장악해 권력의 시녀로 만들더니, 이제는 법이 앞장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사실은 두렵게 다가온다. 거대한 재벌이 자신들이 가진 엄청난 부를 이용해 권력을 사유화하는 행위는 잘 숨기기만 한다면 뒤늦게 밝혀진다 해도 죄가 아니라는 사실은 씁쓸하게 다가온다. 과연 그들이 이야기하는 사회 정의란 무엇인지 그게 궁금하다.

 

"2005년 12월 수사발표문에서 (황 후보자는) '독수독과론'을 적용해 저와 기자 두 사람의 행위가 범법행위라는 판단을 내렸다. 반면에 의혹을 받은 떡값 검사는 조사도 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안기부 엑스파일 사건을 덮는 작업을 주도한 사람이 법무부 수장으로 지명된 같은 시점에 저는 국회를 떠나게 됐다. 하지만 불의가 이기고 정의는 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대법에 의해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게 된 노회찬 의원은 확정 판결 후 이와 같은 이야기를 남겼다. 이 내용에 담겨진 사실이 현실이고 이런 현실이 우리 사회의 정의라면 과연 정의의 기준이 뭔지 의문스럽기만 하다. 그들이 내세우는 정의의 기준과 원칙이 모두 돈이 기준이라면 대한민국의 현실은 부담스럽기만 하다.

 

"역사에는 시효가 없다. 거대권력의 비리를 규명하고 처벌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노회찬 의원의 발언에 주목해야만 할 것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정의가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정의이니 말이다. 그런 정의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노 의원을 응원하고 그와 함께 하는 것이 결국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 저항해 진정한 정의를 구현하는 일이 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