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17. 10:03

손석희와 JTBC, 한겨레와 중앙일보 진보와 보수의 실험 성공할까?

진정한 언론인으로서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았던 손석희 아나운서가 종편으로 향했다는 소식은 충격이었습니다. 손석희와 종편은 어떻게 바라봐도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서는 손석희가 종편에 굴복했다는 의견과 종편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진보와 보수의 결합, 과연 이들의 실험은 성공할까?

 

 

 

 

김재철로 인해 종편보다 못한 방송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던 MBC를 손석희가 떠나는 것은 당연해 보였습니다. 새로운 사장 역시 김재철 아바타로 불리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MBC가 변할 것이라 기대하는 이들은 없었습니다.

 

현재의 MBC는 결코 김재철이 싸질러 놓은 변보다 나아질 것은 없어 보입니다. 박 정권은 이 정권에 이어 여전히 방송을 장악하고 권력을 휘두르려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MBC가 아닌 종편을 택했다는 사실이 크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물론 손석희가 종편이 아닌 다른 언론인들처럼 개별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좋은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MBC의 김재철에 의해 부당해고를 당했던 많은 언론인들이 대안언론으로서 활약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손석희의 종편 행은 배신처럼 다가오기도 합니다. 

 

 

종편보다 못한 MBC를 버리고 종편으로 향한 손석희가 과연 종편을 바꿀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종편보다 못한 언론으로 전락한 MBC를 구하지 못한 그가 종편으로 향한다고 뭐가 달라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보도담당 사장으로 임명되어 MBC와 달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보여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JTBC를 통해 공정 보도를 하는 방송으로 변화를 가져갈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은 없을 것입니다. 종편이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권력에 야합하고, 그런 권력을 쥐기 위해 영혼까지 팔고 있는 그들에게서 희망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사실은 여전합니다.

 

"균형, 공정, 품위, 팩트를 4대 가치로 한 방송뉴스를 만들겠다"

 

손석희는 JTBC 신임 보도담당 사장으로 임명되어 밝힌 내용 중 한 부분은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뉴스 보도에 있어, 균형감과 공정성, 그리고 품위와 팩트라는 4가지는 뉴스를 만드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입니다. MBC가 비난을 받고 종편이 조롱을 받는 이유는 바로 이런 문제가 결여되었기 때문입니다.

 

뉴스 보도의 공정성이 결여된 언론은 언론으로서 가치가 없다는 점에서 MBC나 종편이나 다를 것은 없습니다. 권력이 장악하고 있는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런 상황에서 정권을 만들어냈다고 자부하는 종편의 행위가 언론 위의 언론이라는 사실은 이상할 것도 없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손석희의 JTBC 행과 함께 한겨레와 중앙일보의 실험입니다. 삼성과 한 몸인 중앙일보, 그리고 JTBC의 사주인 그들이 보이는 행동은 흥미롭습니다. 이명박부터 박근혜까지 그들이 주창하는 종북 지배이데올로기를 극단적으로 외치는 두 종편과 달리, JTBC의 행보는 전혀 다른 측면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5.18 민주화 항쟁 기념일을 앞두고 TV조선과 채널 A는 사활을 걸듯, 5.18이 북한이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하는 모습은 경악스럽습니다. 32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종편들이 종북 놀이에 미친 듯이 집착하는 것은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 가치가 그것 외에는 없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전두환이 군을 이끌고 정권을 잡는 과정에서 자신이 잡은 권력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낸, 북한 개입설을 그대로 따라하는 이 황당한 종편들은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전두환이 무고한 시민들을 잔인하게 살육해 권력의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역사이자 진실입니다. 그런 사실을 부정하고 북한 간첩들이 저지른 만행을 전두환이 제압한 대단한 행위라고 왜곡하고 있다는 사실은 큰 문제입니다. 

 

두 종편이 미친 듯이 종북놀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사이 JTBC는 진보적 언론인 한겨레와 함께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신문이 함께 한다는 것부터가 큰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과연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극단적으로 갈라진 대한민국에 변화를 줄지 기대가 되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한겨레신문과 중앙일보는 매주 한 차례 하나의 사안에 대한 자사의 사설을 상대사의 사설과 비교하며 입장이 극단적으로 갈리거나 미세하게 다를 경우 그 배경과 논점을 짚어내는 기사를 게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필진은 자사 기자가 아닌 교사 등 교육·논술 분야 전문 필진을 섭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각 사의 기자가 필진이 되면 기본적으로 논의가 힘겨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외부 전문 필진을 섭외한다는 방식은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격 주로 각 신문사들이 섭외해 같은 날 동시에 게재하는 방식입니다.

 

한겨레와 중앙일보의 이런 행보에 대해 일부에서는 한겨레가 타락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는 곧 손석희의 종편 행과 유사한 반응이라고 읽히는 부분입니다. 다른 이들은 이런 변화에 보수와 진보가 서로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하게 됩니다.


손석희의 JTBC 행과 한겨레와 중앙일보의 프로젝트는 무모하고 위험한 실험일 수도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이들의 실험이 성공할 것이라 믿기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대한민국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삼성이라는 거대한 재벌이 버티고 있는 중앙일보와 JTBC. 그들과 결합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손석희와 한겨레의 도전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진보와 보수가 좀 더 공개적으로 의견을 나눠야 한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극우주의자들이 득세를 하는 상황에서 건강한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진보가 초심으로 돌아가 보다 건강한 진보로 거듭나는 것은 아마겟돈 같은 대한민국에는 절실합니다. 극우주의자들의 종편 좀비 놀음을 막고 건강한 사회 발전을 위한 이들의 행보는 일단 반갑습니다. 과연 이 실험이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지 알 수는 없지만 시도마저 비난받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들이 과연 건강한 진보와 보수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갈지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