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31. 13:16

자살 논란을 학부모 탓으로 모는 웹툰 작가의 편협한 사고가 사건을 키운다

중학생들의 자살이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법 유명하다는 웹툰 작가의 그림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자살한 학생들의 문제는 그들 가정이 문제라는 그의 이야기는 아이들의 죽음으로 피눈물을 흘리는 부모들을 두 번 죽이는 행위가 아닐 수 없지요.

편협한 웹툰 작가의 시선이 근본적인 해결을 막고 있다
 



대구에서 벌어진 중학생의 자살 사건이 사회적 논란이 되자마자, 몇 달 전 같은 학교에서 왕따 문제를 담임선생에게 문의하고 자살을 한 사건은 공교육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왕따 당하고 있는 친구를 돕기 위해 담임에게 편지를 썼던 학생은 상담 등을 통해 신중한 사건 해결을 할 것이라 믿었던 담임이 공개적으로 논란을 키우고 반 학생 전체를 체벌함으로서 학생을 자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불같이 화를 내는 담임으로 인해 자신의 도움 요청은 부메랑으로 다시 자신을 옥죄는 상황으로 몰아갔습니다. 학생들 사이에 횡횡하는 왕따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학생으로서는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을지는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날 집으로 돌아와 자살을 해버린 학생은 왕따를 당하는 친구를 구하기 위한 노력이 오히려 자신을 죽음으로 내몬 결과가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도 가정교육이 잘못되어 혹은 가정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을까요? 만약 학교라는 공간에서 제대로 교육을 하고 있었다면 이런 상황들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광주에서 자살한 중학생도 집단 따돌림을 당한 흔적들이 발견되고 있고 청주에서 자살한 중학생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학생 자살이 그저 부모를 잘 못 만난 탓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 세상은 참 단순해지고 사건 해결 역시 쉽게 해결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모든 사건을 저지른 존재들은 모두 가정의 문제이기에 사회에서는 그저 가정교육에만 집중하도록 하면 모든 사건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릴 것입니다. 웹툰 작가의 논리대로라면 멀쩡한 부모 밑에서는 절대 범죄자나 문제아가 나올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멀쩡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어디다 떨어뜨려놔도 멀쩡한 법입니다. 학교폭력 방지, 왕따자살 방지는 부모하기 달렸습니다"

부모하기에 달려있다는 논리대로라면 학교나 사회의 역할이라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모든 것이 가정 탓이기에 가정 단속만 하면 모든 사회적 모순과 문제들은 일거에 사라질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조건에서 자라는 것이 멀쩡한 부모가 있는 가족의 기준인지도 모호한 상황에서 그의 어설픈 해법 제시는 황당함을 넘어 경악스럽기만 합니다. 

- 편협된 시각으로 피해자를 또 한 번 울리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해버리네요. 만화를 보며 분노가 치미네요

- 광주에서 자살한 학생의 친구다. 죽은 친구는 성격도 활발하고 아버지와 사이도 너무 좋았다. 윤서인씨는 사과하라

- 아이의 자살을 마치 부모의 무관심이나 사랑부족, 가정교육 부실이라고 지적하다니, 당신은 아빠 자격조차 없다

웹툰이 공개되자 많은 이들은 이 황당한 주장에 대해 비판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더욱 광주에서 자살한 학생의 친구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죽은 친구가 부모와의 관계도 좋았다며 그의 편협한 사고에 비판을 가했습니다. 자신도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죽은 이를 학교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가정교육의 문제로 치부하는 그의 논리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우리 아이도 거의 매일 엄마랑 문자를 하는 등 가족과 화목하게 지냈다"
"웹툰 작가가 학교폭력이나 왕따로 고립된 아이들의 상황을 잘 모르고 그림을 그린 것 같다"
- 국민일보 인터뷰 기사 인용

대전에서 자살한 아이의 부모 역시 웹툰 작가에게 가정교육의 문제가 아님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었습니다. 이런 주장에 웹툰 작가는 죽었으니 그렇게 변명하는 것 아니냐고 강변할 수 있겠지만 그가 보인 편협함은 자신의 아이가 아니기에 던지는 어설픈 감정일 뿐이었습니다.

이 작가의 경우 과거에도 소녀시대를 비하한 웹툰으로 몰매를 맞은 경험도 있고 일본 문화에 대한 무조건적인 경외심에 반해 한국 문화를 경시하는 식의 발언들을 쏟아내 논란을 받았던 전력이 있던 작가라는 점에서 대중들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만 하는 일을 해당 학생 부모 그것도 죽은 아이들의 부모가 문제라는 식으로 논리를 이끌어가는 웹툰 작가는 그에 상응하는 입장을 밝혀야만 할 것입니다. 어설픈 자기 논리로 수많은 이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드는 그야말로 가장 큰 문제이니 말입니다.

사는 게 각박해진 현대 사회에서 그 작가가 원하는 풍족한 사랑을 모두 쏟아줄 수 있는 가족이 얼마나 될까요? 재벌가를 비롯한 1%의 가진 자들이나 가능한 물샐틈없는 관심이 그들의 아이를 지켜낼 수 있다고 한다면 99%의 힘겨운 부모들은 아이도 낳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요? 빈부 격차가 극단적으로 변하는 세상에서 그의 주장은 99%에게 저주를 내리는 것과 다름없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