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1. 14:16

학교 폭력 해법, 구속 수사만 답은 아니다

학교 폭력에 대해서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은 반갑습니다.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범죄를 쉽게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일벌백개하듯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사후 약 방문하듯 사건이 터지면 수사하는 방식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을 뿐이기에 보다 근본적 대책에 사회 전체가 나서야만 합니다.

철저한 수사와 처벌도 중요하지만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전국의 중 고등학생들이 학내 집단 따돌림으로 인해 자살하는 사건들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갑자기 생긴 문제가 아니라 무척 오래된 고질적 병패라는 점에서 이제는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학교 폭력이 심각한 이유는 이런 폭력의 고리가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는 점입니다. 조폭들이 자신들의 조직원들을 길러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학교 폭력을 조장하고 비호한다는 것은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더욱 학교 폭력에 길들여진 이들이 사회에서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 힘들다는 것 역시 이미 여러 사례들과 보고들로 인해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학교 폭력은 자연스럽게 사회생활에도 그대로 적용이 되며 회사 폭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히 학교에만 국한시킬 문제는 아닙니다. 집단 따돌림과 폭력이 만연한 집단생활에서 학생들이 배우고 느끼는 것들이 무엇일까요? 이런 환경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사회인이 된다면 어떤 상황이 될지는 안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니 말입니다.

대구 중학생 가해 학생들에 대한 구속 수사 결정에 환영하는 이유는 친구들끼리의 다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조폭들의 폭력을 넘어서는 폭력이 만연하고 죄의식조차 없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에 대한 처벌이 가볍다는 사실을 악용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기에 엄벌에 처하는 것은 필요한 조치이기 때문입니다.

"학교 폭력 문제는 경찰 내에서 통상 여성·청소년 등을 담당하는 생활안전 기능이 맡아왔는데 이보다 10배 가까이 조직이 큰 형사·수사 기능이 투입된다는 것은 학교 폭력을 성인 강력범죄에 준하는 수준으로 강경하게 대응하자는 취지"

새해 들어서자마자 경찰은 학교 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전 방위적으로 단속을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대구 자살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조치이지만 방학을 맞이한 학교에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입니다. 이런 규모의 단속과 수사가 과연 상시적으로 운영될 수 있느냐는 점에서 전시행정이 될 가능성도 점쳐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범죄에 따라 학생 신분을 이유로 훈방 조치하던 현재의 관행을 바꿔 구속 수사를 늘려간다는 것은 학교 폭력과 범죄가 심각하다는 인식에서 나온 결과라고 보여 집니다. 무의미한 듯한 청소년 법이 어느 정도 현실적인 법률로 수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냐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범죄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은 옳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무분별한 처벌과 구속 남발이 이뤄지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완도 함께 따라야만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지 않을 것입니다.

경찰은 우선 학교 폭력 우범지대인 학원가, 공원, 학교 주위, PC방, 오락실 밀집지역 등에 외근 형사를 집중적으로 투입해 순찰을 강화하고 학교 폭력이 가장 크게 일어나는 수업 종료 시간대를 집중적으로 예방하고 단속한다고 하니 눈에 보이는 범죄는 많이 줄어들 수 있을 듯합니다.

일진회를 비롯한 폭력 서클들을 단속하고 없애는데 학교 측과 협조해 진행하겠다는 의지 또한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대책들은 사회적 파장을 불러 온 사건이 일어났을 때 항상 나왔던 대책 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 때와 다른 것이라는 구속 수사를 통해 처벌 강화가 도드라진 것 정도일 것입니다.

집단 따돌림 당하는 친구를 위해 담임에게 도움을 청한 편지 내용-경향신문 사진 인용

문제는 경찰의 엄중 처벌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교육부는 왜 지금까지도 학교 폭력 근절에 대한 고민과 대안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지 의문입니다. 각 시도 교육청의 발표만으로 해결 될 수 없는 고질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교육부 자체에서 근본 대책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집중해야만 하는 시점입니다.

더불어 일선 학교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들과 관리직인 교장 교감들에 대한 인식 전환과 적극적인 개입이 절실하다는 점 역시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앞선 대구 중학생 자살이 더욱 심각하고 충격적이었던 것은 두 사건 모두 자살 전에 담임교사에게 집단 따돌림과 폭력에 대해 고민 상담을 했다는 점입니다.

앞선 여중생의 죽음은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를 돕기 위해 담임에게 편지를 썼다가 반 학생들에게 보복을 당할 것을 우려 해 자살을 선택했습니다. 한 달 후 같은 학교에서 자살을 한 학생 역시 담임에게 고민을 상담했지만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일선 학교의 선생들에 대한 교육 역시 이번 기회에 집중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이런 전체적인 문제들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효과를 얻을 수 있기 위해서는 현 정권 들어 노골화된 줄 세우기 교육부터 바뀌어야만 합니다. 학생들을 오직 성적으로 줄 세우는 교육으로서는 그 어떤 예방도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직 공부 잘하는 것만이 미덕인 세상에서 폭력은 자연스럽게 태동하고 서로를 파괴할 수밖에는 없기에 이명박 정권이 내세운 줄 세우기 교육 정책부터 사라져야만 할 것입니다.

학교 폭력은 더 이상 방관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정부, 교육부, 각 시도 교육청, 일선 학교, 경찰, 사회단체, 학부모, 학생 등 사회 전체가 하나가 되어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이고 어떤 방법으로 예방을 하고 사라지게 만들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답안들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어야만 할 것입니다. 단순히 경찰의 구속 수사 남발만이 정답이 아님을 알아야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