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1. 12:03

파업콘서트는 촛불집회의 흥겨운 2012년 버전이었다

6월의 마지막 날 비가 온 서울 광장에서 MBC 파업콘서트는 개최되었습니다. 203명이나 되는 파업 노동자들을 위해 모인 1만 여명의 시민들은 열정적이고 뜨겁게 그들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마치 전국을 촛불로 뜨겁게 달궜던 2008년 5월의 그 열정이 그대로 전해진 '파업콘서트'는 단순히 김재철의 사퇴를 위함이 아닌 대한민국에 다시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절대적인 열망이었습니다.

 

파업콘서트에 왜 국민들은 뜨겁게 열광할 수 있었을까?

 

 

 

 

 

종복 논란을 입에 달고 사는 무리들에게 이번 그들의 '파업콘서트'는 종복콘서트로 들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일군사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것을 종복주의자들의 짓이라고 울부짖는 이 황당한 세상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일 테니 말입니다. 친일과 종미는 찬양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그 외의 주장은 모두 종북으로 치부하는 이들에게 열정적인 콘서트는 보고 싶지 않은 결과였을 듯합니다.

 

여야 정치인들만이 아니라 사회단체와 시민들이 하나가 되어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라는 이름의 김재철 사장 헌정 콘서트가 개최되었습니다. 이명박과 한 몸이 되어 버린 이 남자에 대한 헌정 콘서트에 대한 김재철 본인은 자랑스러워할지가 궁금할 정도입니다. 

 

이은미, 박완규, 김C, 들국화, DJ DOC 등이 출연해 노래를 통해 시민들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현장에 무대 위에 올라선 이들 외에도 "제가 김재철 사장이라면 쪽 팔려서라도 물러나겠다"는 말로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은 박범신에 이어, 탤런트 차인표, 변영주 감독, 탤런트 정찬, 가수 이상순, 신영복 교수, 조국 교수,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금태섭 변호사, 이상돈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 이석연 전 법제처장,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 정세균 민주통합당 의원,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인명 미디어 오늘 기사 인용)등도 영상 인터뷰를 통해 MBC 파업 지지의 뜻을 밝혔습니다.  

 

오늘 행사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인물은 바로 새누리당의 남경필 의원이었습니다. 그동안 MBC 파업에 대해 구체적인 발언을 하지 않던 여당에서 직접 파업콘서트에 참석했다는 점은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19대 국회 개원을 위한 합의 과정에서 여야가 모두 현재 파업 중인 MBC 정상화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보도에 이어 여당 국회의원이 현장에 직접 나와 공개적으로 방송 정상화에 대한 발언을 했다는 점은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김재철이라는 이름을 명문화하지는 않았지만 '방송의 공적 책임과 노사관계에 대한 신속한 정상화 위해 노사양측 요구를 합리적 경영판단 및 법상식과 순리에 따라 조정 처리하도록 협조'라는 문구를 통해 김재철의 사퇴는 여야 합의로 결정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문제는 방문진을 장악하고 있는 박근혜 세력이 과연 낙하산 투여를 고민하지 않느냐 하는 점입니다. 많은 이들이 알고 계시듯 MBC의 지배주주인 정수장학회를 움직이는 존재가 박근혜라는 사실은 이미 모두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독재자 박정희가 자신의 탐욕을 위해 개인의 재산을 강탈한 이 장물을 여전히 자신의 것으로 하고 있는 파렴치한 상황에서 정수장학회가 가지고 있는 지분 문제도 심각한 논의 대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독재자 박정희가 강탈한 장물인 정수장학회를 원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법은 여전히 권력의 편에만 서 있습니다. 자신에게 반하는 행동을 하는 이들을 거침없이 죽이던 박정희 시절 빼앗긴 재산에 대해 돌려달라고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돌려 줄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은 지나가던 개도 웃을 일입니다. 

 

총칼을 앞세워 권력을 차지한 독재자에게 자신이 빼앗긴 재산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70년대가 과연 이를 가능하게 해줄 시대적 환경이었을까요? 박정희에 이어 전두환까지 국민들을 무참하게 학살해 정권을 잡아간 상황에서, 자신의 재산권 요구마저 사치가 되고 죽음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그들의 억울함이 지금 터져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최소한 한 국가의 대통령 후보가 되고자 한다면 결자해지 차원에서 독재자 아버지가 강제로 침탈한 타인의 재산 정도는 돌려주는 행동을 해야만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기대를 하기에는 너무 사치스럽다는 점이 문제이고 이런 문제들은 곧 대선을 위해 김재철 이후 유유상종인 존재를 사장으로 앉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 고민입니다.

 

현재의 분위기에서 무식한 방식의 박심이 들어가 있는 존재를 내세우기는 힘들겠지만 대권에 대한 욕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무리수도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많은 시민들이 궂은 날씨에도 서울광장을 찾고 그들의 '파업콘서트'에 함께 한 이유는 최소한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특정 정권이나 세력을 위한 마음이 아니라 공정한 방송을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강하다는 점에서 더 이상 언론은 권력의 사유물로 생각하는 세력들이 나와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남경필 의원이 현장에서 이야기를 했듯, "어떤 정권이 들어와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서 방송 왜곡을 하지 못하도록 구조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는 말은 그동안 MBC 파업노조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주장하던 발언과 동일합니다. 여야 모두 방송이 정상화되고 국민들을 위한 방송으로 돌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절실한지는 알고 있을 것입니다.

 

남 의원에 이어 박영선 의원의 발언은 구체적인 방식의 제안과 다름없었습니다. "현재 지금의 MBC는 사장 구조 자체를 완전히 뜯어 고쳐야 한다. MBC 사장을 직원들이 뽑는 직선제로 했으면 좋겠다" 사장을 직원들의 직선제로 바꾸자는 박 의원의 제안은 노조에서도 이야기가 나왔던 방식 중 하나였습니다. 현재와 같은 지배구조 속에서는 다시 한 번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MBC 직원들이 직접 사장을 뽑는 직선제 방식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이명박 정권 하의 수많은 문제들이 매일같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MBC 파업이 중요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이 모든 것들을 바로잡아 갈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어느 권력에도 휘둘리지 않는 방송만이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처럼 권력에 종속된 채 철저하게 권력의 앵무새 노릇만 하는 언론은 결코 진실을 밝혀낼 수 없습니다. 언론이 바로서고 공정방송을 하게 된다면, 현재처럼 철저하게 권력에만 충성하던 사법기관이나 권력 집단들 모두 국민들을 위해 충성하는 모습으로 변모할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언론이 무너지자 그 언론을 장악한 권력에 대한 미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미화된 권력은 대한민국 전체를 흉물로 만들어버렸고 서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면서도 자신들의 주머니 채우기에 급급한 모습만 보여 왔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단죄를 내릴 수 있는 것은 국민들이고 그런 국민들에게 사안을 바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은 모두 건강한 방송이라는 점에서 방송 정상화는 그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입니다.

 

MBC 파업 해결을 통해 방송 정상화는 잃어버린 대한민국을 다시 찾는 시발점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빠른 시간 안에 김재철의 퇴진과 함께 새로운 MBC가 출발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미국 쇠고기로 인해 들불처럼 일어났던 촛불 집회가 지배 권력을 두렵게 만들었듯, '파업콘서트'역시 저물어가는 권력이나 새롭게 권력을 차지하려는 이들 모두에게 강력한 경고로 다가올 것입니다. 국민들이 '파업콘서트'에 왜 열광하는지를 그들은 알아야만 할 것입니다. 국민을 외면한 권력은 곧 종말과 동급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구독+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