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3. 10:10

개콘보다 못한 KBS 시사국장의 MBC 파업 취재 불가 지시 황당하다

극적인 합의를 해서 파업이 종료된 KBS는 여전히 내홍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미 충분히 예견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 이명박의 낙하산인 김인규가 여전히 사장 자리에 있다는 점에서 문제는 지속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MBC 파업에 관련된 취재를 시사국장이 취재를 막아서는 행위는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개그콘서트도 하는 MBC 파업 이야기를 추적 60분은 하지 못하는 현실

 

 

 

 

 

지난주 개그콘서트에서는 재미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요즘 가장 많은 이들이 좋아한다는 '용감한 녀석들'에서 노골적으로 MBC 파업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기 때문입니다. 개그라는 틀을 갖추고 있지만 철저하게 현재의 문제점을 지적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건넨 그들은 진정 '용감한 녀석들'이었습니다.

 

개그맨들도 하는 사회 비판을 정작 비판의식을 가지고 들여다봐야만 하는 시사프로그램은 할 수 없다는 사실이 황당합니다. 이런 KBS를 방송 정상화라고 부르기 힘든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표면적으로 합의를 통해 파업을 종결하기는 했지만 파업철회 직후부터 부당 징계 이야기도 나오더니, 이제는 과거와 다름없이 취재마저 방해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기만 합니다.

 

"제작진이 'MBC 파업' 취재 기획안을 제출한 이후 검토에 검토를 거듭하며 답변을 유보하던 권순범 시사제작국장은 결국 오늘 아침, 최종적으로 '안된다'라는 입장을 통보했다. 권 국장께서 밝히신 취재 불가 사유는 '공정성이 담보될 수 없다'는 것이다"

 

'추적 60분'은 시사 프로그램으로서 그 역사성이나 공정성에서 정평이 난 프로그램입니다. 물론 중간 사측에 의해 정상적으로 취재를 하지 못하고 비판을 받은 적도 있지만, MBC의 '피디수첩'과 함께 시사 프로그램의 양대 산맥이라고 불러도 좋은 방송입니다.

 

그들이 'MBC 파업'에 대한 취재를 하겠다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가장 뜨거운 화두를 가진 채 5개월 동안 진행되고 있는 파업에 대해 '추적 60분'이 담아내지 못한다면 과연 누가 담아낼 수 있을까요? 하지만 이런 그들의 노력에 대한 권순범 시삭제작국장의 발언은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연대파업의 당사자였던 KBS 노조원이 관련 아이템을 취재한다면 그 방송은 공정한 방송이 되지 않을 것이다"

 

권 시사제작국장의 발언이 문제가 되는 것은 여전히 자신의 후배이자 현역 피디와 기자들을 믿지 못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언론인을 여전히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며, "그들이 함께 파업을 했기 때문에 공정한 방송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발언했다는 점은 참혹스러울 정도입니다. 같은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고 진실을 왜곡한 채 편파적인 보도를 할 수밖에는 없을 것이라는 시각은 자신들이 그동안 그렇게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해왔기 때문에 쌓은 문제일 것입니다.

 

"언론사 파업문제는 국회 개원협상의 선결조건 중 하나였을 정도로 우리 사회 가장 중요한 이슈다. 이런 문제를 공영방송의 시사프로그램에서 다루지 않는다면 오히려 직무유기 아닐까?"

"파업에 참여했던 제작진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보나마나 그 프로그램은 공정하지 못할 것이고, 때문에 그 아이템은 추진조차 할 수 없다는 국장님의 편견이야말로 후배 기자, PD들의 자질을 평가절하 하는 것일 뿐 아니라 나아가 기왕에 제작해 왔던 KBS 시사 제작물 자체의 공정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닐지 몹시 유감스럽다"

"어제 방송된 개그콘서트를 보셨습니까? 개그맨도 '만나면 좋은 친구, 무한도전을 보고싶다'고 당당하게 외치는 MBC 사태가, '추적60분'에서는 취재 불가 성역으로 취급받아서야 되겠습니까?"

 

이런 황당한 주장으로 'MBC 파업'에 대한 취재를 거부한 사측에 대해 '추적 60분'팀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국회 개원의 선결 조건 중 하나였던 파업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산재한 문제들 중 가장 중요한 것들 중 하나임이 증명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이런 문제를 '추적 60분'이 아이템으로 잡아 방송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입니다.

 

당연한 행동을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로 언론인의 가치마저 부정하며 오직 언론사 파업 문제가 부각되는 것만을 막으려는 KBS 사측의 행동은 황당함을 넘어 경악스럽기만 합니다. MBC 취재를 통해 자신들의 치부까지 드러날까 염려해 KBS의 피디와 기자들을 공정성도 담보해내지 못하는 어중이 언론인으로 폄하해버렸다는 점에서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시사제작국장이라는 자리에 있는 자가 자신이 맡고 있는 부서의 공정성과 선명성까지 부정하며 막을 정도로 '언론사 파업'은 중요했나 봅니다. 자신들이 비난을 받는다 해도 적나라하게 드러날 권력의 시녀가 된 언론사의 현실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는 없다는 단호함이 묻어있으니 말입니다.

 

'추적 60분'의 성명서 말미에도 나왔듯 개그맨들도 당당하게 외치는 MBC 파업을 '추적 60분'에서는 취재 불가 성역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이명박 정권이 만들어 놓은 언론 탄압은 현재 진행형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사실만 보더라도 MBC 해법의 선결과제가 김재철 퇴진이 되어야만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사장으로 낙점된 이들 사장이 물러나지 않는 한 방송 정상화는 요원한 일이 될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KBS가 노사 합의를 통해 정상화를 꿈꾸었지만 김인규 사장이 건재한 상황에서는 여전히 '언론 자유'는 지켜질 수 없는 과제라는 점이 확실하게 드러난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치권에서 어설프게 MBC 파업을 방치한다면 이는 단순히 19대 국회에 대한 비난만이 아니라 정치권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만 할 것입니다. 배임 혐의가 드러난 김재철의 퇴진은 당연하고 구속 수사를 통해 법의 심판을 받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근본적인 원인인 낙하산 사장이 물러나지 않은 상황에서는 결코 언론 노조들이 외치는 '언론 자유'는 되찾거나 지켜질 수 없는 가치임을 KBS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언론 자유'를 위해 선결과제가 무엇인지만 명확하게 보여주는 'MBC 파업 취재 불가'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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