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28. 11:19

100일간 6명이 자살한 영구임대아파트, 우리 시대 아픔의 현장이다

서울의 한 영구아파트에서 최근 100일 동안 6명이 자살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단일 공간에서 100일이라는 기간 동안 여섯 명이 자살을 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이들의 죽음은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그들이 거주하는 임대아파트는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모여 산다는 점에서 그들의 죽음은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영구임대아파트 거주자의 집단 자살, 우리의 모습이다

 

 

 

 

 

영구임대아파트는 말 그대로 사회적 약자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곳에 입주할 수 있는 조건들에서 알 수 있듯 사회 보호망을 통해 그들에게 최소한의 삶의 터전을 마련한 곳이 바로 이곳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죽음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94살 할아버지가 잠든 손자를 뒤로 하고 새벽 5시가 넘은 시간 13층 집 베란다에서 투신했습니다. 천수를 누리던 그 할아버지가 왜 가족을 뒤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만 했을지 예측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장애아들을 둔 이 할아버지에게 삶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확신만은 명확합니다.

한겨레 신문 사진 인용

나흘 뒤에는 이씨 할아버지의 친구도 6층 복도에서 몸을 던져 삶을 마감했습니다. 98살이라는 노파는 창문 위로 올라 설 힘도 부족해 유모차를 끌고 와 힘들게 뛰어내릴 정도로 그에게 삶은 죽는 것보다 더욱 힘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적장애 2급인 김 씨는 아버지가 음주폭력으로 입건된 사이 투신을 했습니다. 이들은 왜 죽음을 선택해야만 했을까요. 그들이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을 선택해야 할 정도로 우리 사회는 각박해졌습니다. 없는 사람들은 더욱 없는 세상이 되었고, 그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려주는 이들도 힘든 그들에게 어깨를 빌려 주는 이들도 사라진 대한민국에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죽음 밖에는 없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사회 시스템이 철저하게 가진 자들을 위해 움직이고 그들을 위해 모든 것이 움직이고 있는 사이, 정작 사회 전체가 도와야 하는 이들을 내팽겨 쳐 버린 이 사회는 더 이상 국가로서 존재하지도 못하는 듯합니다. 사회적 박탈감을 강요하고 한강 르네상스를 외치는 사이 사회적 약자들은 더욱 힘겨운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이런 죽음은 결국 사회가 강요한 죽음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장애인들이 살기 힘든 대한민국. 그런 나라에서 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시스템도 구축되어 있지 않고, 그들이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교감도 만들어지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은 '주홍 글씨'를 세기고 살아가는 것과 다름없는 삶이었습니다.

 

장애인들도 힘든 삶이지만 그들을 부양해야만 하는 가족의 삶 역시 힘겨운 삶을 살아가야만 한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모진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지독한 운명이기도 합니다.

 

이명박 정권 들어 오직 가진 자들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정책으로 일관하며 사회는 더욱 각박해지기만 했습니다. 낙수효과를 보일 것이라는 막연함 속에 재벌들에게 온갖 혜택을 쏟아 부었지만 그들이 한 행동은 '고용 없는 성장'이 전부였습니다.

 

사돈의 팔촌까지 재벌이라는 이름으로 동네상권까지 빼앗고, 돈 권력으로 권력마저 사들여 재벌 공화국으로 만드는 사이 정부는 무엇을 했을까요? 당연한 복지를 포퓰리즘이라 몰아세우며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에 경악스러워하던 이 정권은 서민들을 돕는 정책들을 거둬들이는데 전력을 다한 존재들이기도 합니다. 

 

한 번 실패한 자들은 더 이상 일어설 수 없는 사회가 되었고, 재벌이 아니라면 결코 인생 역전이란 있을 수 없는 사회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들의 죄악은 상상이상으로 악질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두가 많은 돈을 벌고 행복한 삶을 살 수는 없는 일이지만, 최소한 사회적 약자를 돕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도 존재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 정권은 그런 사회적 안정망을 거둬들이는데 정신이 없었습니다.

 

다수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앞세워 세금 22조를 쏟아 부은 이 정권은 망조든 정권임이 분명합니다. 이런 정권의 이 황망한 권력 남용이 결과적으로 가진 것 없는 서민들을 죽음으로 내몰 수밖에 없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모여 사는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연이은 자살이 의미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더 이상 밀려 날 곳이 없게 되었다는 의미 일 것입니다. 마지막 보루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우리가 과연 무엇을 지향하고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지는 분명해졌을 것입니다. 국민들이 원하는 세상은 재벌 공화국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행복해지는 사회라는 사실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니 말입니다.

 

꼼수가 아닌 진정성으로 권력을 위한 권력이 아닌, 국민들을 위한 권력을 사용할 줄 아는 책임감 있는 정치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정말 위험한 국가로 전락할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참혹한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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