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13. 14:04

신라호텔 한복 출입금지 경악할 노릇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 큰딸인 이부진이 운영하는 신라호텔에는 트레이닝복과 한복을 입으면 출입이 안 된다고 합니다.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한복은 신라호텔의 격식에 맞지 않기에 출입을 하지 말라는 말에 우리 것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한복이 기모노보다도 못한 존재인가?




외국의 경우 자신들의 고유 의상을 입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명절 때는 당연하게 입어왔던 한복을 어느 순간 부자연스러운 일이라도 되는 양 사양하게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입는 과정에 복잡하고 활동이 일반 평상복보다 부자연스러운 것이 문제이지만 그보다 큰 이유는 한복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나 애정이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생활이나 가치관을 엿보기 위해서는 드라마를 몇 편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 드라마 속에서 한복이 사라진지는 오래고 방송을 통해 보여 지는 생활은 철저하게 서구 사회의 모습을 모델로 한 전형성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방송을 통해 보여 지는 이미지들은 대중들의 기호로 반영되고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반복적으로 보여지는 모습들은 대중의 삶으로 재현되고 일상이 되고는 합니다. 한복에 대한 애정도 관심도 모두 사라져 버린 상황에서 한복은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전락하고 몇몇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되어버린 한복의 모습은 우리 모두 다시 고민해봐야 할 문제가 되었습니다.

삼성 이건희의 큰딸이 운영하는 신라호텔 뷔페식당에 약속이 있어 출입하려던 한복 디자이너 이혜순씨는 황당한 출입제지 사유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우리 호텔엔 드레스 코드가 있다. 한복은 출입이 안된다"
"한복은 위험한 옷이기 때문. 부피감이 있어 다른 사람들을 훼방할 수 있다"
"우리 호텔은 한복과 트레이닝복을 입은 사람은 출입이 되지 않는다"

직원과 당직 지배인이 그녀에게 건넨 말은 평생을 한복 개량과 세계화에 앞장서왔던 모든 일들을 허탈하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다른 나라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호텔 중 하나인 신라호텔에서 한국의 전통의상인 한복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에 입을 수 없다는 말은 당혹스러움을 넘어 경악스럽습니다.

트위터를 통해 공개된 내용은 이내 트위터라인을 통해 퍼지고 이슈가 되자 신라호텔 관계자는 "한복 입장을 가능하게 하겠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의 대처는 여전히 논란만 부추길 뿐입니다. 한복이 트레이닝복과 같은 취급을 당하며 폄하되는 상황은 어떤 식으로든 정당화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일본 전통의상인 기모노를 입고 출입하는 것은 우월하고 한복을 입고 출입하는 것은 타인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식의 반응은 그들이 과연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게 합니다. 철저하게 서양에 종속된 삶을 살며 이를 당연하다고 여기는 이들로 인해 우리 고유의 문화는 모두 무의미하고 트레이닝복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일제시대 식민지 백성의 출입이 거부되고 이소룡 영화에서도 등장하듯 "개는 출입이 가능해도 중국인 출입은 금지"와 비슷해 보입니다. 이소룡은 분노를 참지 못해 현판을 깨 부스는 행동을 했지만 시대가 변한 지금 많은 이들은 트위터를 통해 황당한 신라호텔의 한복 폄하를 성토하고 있습니다.

양복을 입고 서양인들이 즐기는 파티를 하는 것이 상류층의 삶이라고 인식하는 사회 속에서 한복에 대한 이런 대접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심하기 그지 없는 졸부들의 세상에서 돈 없고 권력 없는 이들의 삶은 조롱거리 밖에는 안 되나 봅니다. 어디 이소룡같은 존재가 다시 등장하지는 않는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