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16. 12:09

황의건을 한없이 민망하게 만든 김여진 발언이 아름답다

김여진이 한진중에 의해 고소를 당하고 경찰이 즉시 처벌을 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하는 상황에서 황당한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커밍아웃으로 화제가 되었고 이를 통해 성공한 홍보 대행사 사장이 김여진에 지독한 편견에 사로잡힌 모욕적인 발언을 쏟아냈다는 사실은 경악스럽기까지 합니다.

편견을 위해 싸우던 이가 지독한 편견에 사로잡히다




성적 소수자로서 커밍아웃을 하는 일은 쉬운 게 아닙니다. 더욱 성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엄청난 한국 사회에서 커밍아웃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건 용기일 수밖에는 없으니 말이지요. 황의건이라는 인물 역시 이런 성적 소수자로서 사회가 가지고 있는 편견에 맞서 싸우며 화제가 되고 이를 통해 현재의 그가 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은 사회적 억압과 편견에 맞서 당당하게 싸우는 그의 모습에 공감을 하고 박수를 보냈던 것은 그가 보여준 용기 때문이었습니다. 누구나 평등할 수 있는 권리. 그 평범한 진리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대중들은 의미 있게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렇게 사회적 억압과 편견에 맞서 싸웠던 인물이 지독한 편견에 휩싸인 채 늘어놓은 말 같지도 않은 말로 다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가 트위터에 싸놓은 더러운 흉물들은 기회주의자 성적 소수자의 현재를 보는 듯해서 경악스럽기까지 합니다.

"몇 년 전 한 명품 브랜드가 출시될 때 그 여배우는 공짜 옷을 협찬받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왔다"

"그랬던 그녀가 몇 년 사이 변했는지 아니면 원래 기회주의자인지, 연기에 뜻이 없는 건지, 정치를 하고 싶은 건지 당최 헷갈린다"

"김미화가 안쓰러워하는 그 여배우는 요즘 제일 '핫'하다. 나는 그녀가 어디에 출연했는지는 기억 못 하지만 어느 시위 현장에 갔는지는 기억한다"

"연기자로서 존재감이 없는 것은 그녀의 슬픈 현실"

"연예 뉴스에는 한 번도 못 나온 대신 9시 뉴스에 매일 나오는 그 밥집 아줌마처럼 생긴 여진족 여자"

"토 쏠려서 조금 전에 소화제 한 병 마셨다"

커밍아웃으로 자신을 사회에 알렸던 존재가 늘어놓은 이야기들을 보면 왜 많은 이들이 경악해하는지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천박함을 넘어 지독한 편견에 휩싸인 채 한 개인에 대한 지독한 비난은 썩은 내가 진동할 정도로 자극적이기만 합니다.

연예계에 관심이 없는 것인지 의도적으로 김여진을 비하하기 위함인지 알 수 없지만 어느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하는 이가 노골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배우에게 비난을 퍼붓는 것을 보면 황의건이라는 존재가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가 봅니다.

"국밥집 아줌마라니 영광이다"

"그렇지만 나는 공짜 옷 협찬 받으러 간 적 없고, 이 부분은 명백히 허위사실이니 정정해 달라

"당신이 그 동안 국밥집 아줌마와 '뜨지 못한' 배우들, '시위하는' 사람들을 어떤 마음으로 대했는지 잘 알겠다. 그 차별의 마음을 말이다"

"그래도 당신이 차별을 받을 때 함께 싸워드리겠다"

이런 비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인 비난에 맞서는 김여진의 쿨하고 담담하지만 강력한 한 마디는 그녀가 왜 대단한 존재인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합니다. 국밥집 아줌마와 뜨지 못한 배우, 시위하는 사람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봤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는 부분에서는, 편견을 이긴 커밍아웃 사업가의 이기적이며 기회주의적인 차별과 편견을 꼬집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커밍아웃을 무기로 방송으로 자신을 알리고 이를 통해 어느 정도 성공한 존재가 된 그가 고장 난 사회에 바른 이야기를 하는 한 여성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당당하게 적어내고 김여진에 대해 인격적인 모독까지 서슴지 않고 하는 모습에 황의건 그의 표현대로 '토 쏠릴 지경'입니다.

수준 이하의 인간에게 어떤 식으로 대적해야지 잘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보여준 김여진의 짧지만 강력한 한 방은 속이 시원할 정도입니다. 편견을 무기로 자신의 성공을 치장하고 이를 통해, 다시 편견을 들이대며 타인을 비난하는 속물을 넘어선 수준 이하의 인간에게 최대한 예의를 갖추면서 잘못된 점들을 지적하고 방향성까지 제시하는 그녀는 최고입니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님, 저는 정말 당신 앞에 아흔아홉번, 아니 구백구십번, 구천구백번이라도 무릎을 꿇을 수 있습니다. 부탁합니다. 제발 그 사람 다치지 않고 내려올 수 있도록 대화해주십시요."

한진중의 고소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안위는 상관없이 161일째 사쪽의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고공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과 대화를 해서 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그녀의 외침은 가슴을 뜨겁게 만들고 있습니다.


"저에게 법적 조처가 내려진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법을 어겼으니까요. 하지만 그 사람을 만나러 가는 일을 그만 둘 수 없습니다. 그 사람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저도, 그 사람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트위터리언들도 제대로 인생을 살아갈 수 없을 겁니다. 그것은 너무나 큰 상처입니다. 제발 막아주시길 바랍니다."

자신에게 가해지는 처벌을 달게 받을 테니 제발 만나서 이야기하고 그들이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그녀의 외침이 너무 아프게 들립니다. 오늘 연동된 트위터에 이런 글이 올라왔었습니다.

군 장교가 나라는 안지키고 오히려 그 총구를 나라에 돌려 대통령까지 된 것에 대해서는 "장교가 나라는 안지키고 정치라니!"라며 비판하지 않던 사람들이, 배우가 노동운동 연대하고 등록금 문제 지적하니까 "배우가 연기는 안하고" 라고 탓하는구나.

김여진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을 가장 잘 대변하는 글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대중들이 분노하기 시작하며 변화를 바라는 대중들은 다시 한 번 촛불을 손에 들고 정권교체를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움 추렸던 대중들이 깨어나기 시작하며 다시 역동적으로 변화를 꿈꾸는 대한민국은 아직 살아있음을 강한 몸부림으로 증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잘못을 바로잡고 좋은 세상으로 만드는 것은 대중들의 힘이며 대중들이 움직이지 않는 한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