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5. 06:08

대선 TV토론회-이정희 후보 앞에 쥐된 박근혜 후보, 이래도 찍을 것인가?

첫 대통령 후보자 TV 토론회가 열렸다. 다른 대선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최소한의 TV토론회가 열리는지 잘 보여주었다. 박근혜 후보가 절대 토론을 통해 자신의 소신을 밝힐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은 한 번의 토론만으로도 충분했으니 말이다. 철저하게 박 후보를 위해 TV 토론을 바꾸기까지 했음에도 박 후보가 보여준 모습은 과연 누가 지지하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이정희 후보의 강력한 TV 토론의 힘 통쾌했다

 

 

 

 

TV 토론이 왜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 대선후보 토론회였다. 그동안 박 후보와 새누리당이 극단적으로 토론회를 기피한 이유는 세 번의 법적인 토론회 중 단 하나만 진행되었음에도 그 이유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자신의 철학도 정권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자격 미달임을 명확하게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첫 번째 대선 후보 TV 토론회의 스타는 이정희 후보였다. 그녀가 왜 대단했는지는 토론회를 보신 분들이라면 모두가 공감했을 것이다. 논리 명확하게 자신의 주장을 전달하고 상대의 공격에 흐트러짐 없이 답변하고 역공을 이어가는 모습에서 강함을 느낀 것은 당연했을 것이다.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정당 정치 안에서 서로를 위한 정책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이정희 의원은 자신의 소신만이 아니라 박근혜 후보의 모순에 대해 깊이있게 들어가며 수첩공주를 뿌리까지 흔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대단히 궁금하신 모양인데 말씀드리겠다. 저는 박근혜 후보 떨어뜨리려 나왔다. 그것만 기억하시면 된다"

 

이번 대선 TV 토론의 핵심이었던 발언이다. 이정희 후보가 질문 내용과 상관없이 "단일화를 주장하는 분위기인데 이 후보가 왜 토론회에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박 후보의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늘어놓는 상황에 쓴 웃음을 지으며 단호하게 밝힌 이 내용은 방송을 보는 중 가장 통쾌하게 다가왔다.

 

질문해야 하는 내용을 망각한 채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는 이 후보에게 황망한 질문을 하는 박 후보의 한계도 명확했고, 이런 박 후보의 한심한 질문에 조금도 주춤하지 않고 박 후보 떨어트리려 나왔다는 발언은 밋밋하기만 했던 토론회를 강력하게 만들었다.  

 

첫 번째 TV 토론은 밋밋했다. 우선 박 후보가 토론에 약하고 자신의 주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토론회는 철저하게 박 후보를 위한 방식으로 이어졌다. 후보자들 간의 토론은 최소화 되었고, 주어진 질문에 답변을 하는 방식으로 짜여 진 이번 토론회는 최악이었다.

 

방송까지 장악한 박 후보를 위한 형식적인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이 후보는 완벽할 정도로 강력하게 박 후보의 문제가 무엇인지 박 후보가 왜 대통령 후보로 나서서는 안 되는지 명확하게 해주었다.

 

"여성대통령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왕은 안 되지 않겠나. 불통과 오만, 독선의 여왕은 대한민국에 필요 없다"

 

"솔직히 말해 권력형 비리 근절 방안을, 장물로 월급 받고 살아온 분이 말하니 믿기지 않는다. 박 후보가 이사장이던 정수장학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지태씨를 협박해 뜯어낸 장물 아닌가. 영남대도 빼앗아서 28살 때 이사장하지 않았나. 새누리당은 비리가 굉장히 많은데 박 후보 지지율 지키느라 꼬리 자르기를 한다"

"측근 비리 드러나는 즉시 대통령직 사퇴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할 의향이 있냐"

 

여성대통령을 외치는 박 후보에게 불통과 오만, 독선의 여왕을 대한민국에 필요하지 않다고 강력하게 반박하는 장면에서 마리 앙뚜와네트와 다름없는 박 후보를 비판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문제만 생기면 무조건 꼬리 자르기로 모면하는 새누리당의 행각을 비난하며 측근 비리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박 후보에게 측근 비리가 드러나면 즉시 대통령직 사퇴하겠다고 약속을 하라고 몰아 붙였다.

 

 

박 후보는 이 후보의 공격에 마지막 순간까지도 약속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책임감 운운하며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측근 비리에 대해 자신은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말만 명확하게 해주었다. 비리 백화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새누리당과 박 후보의 모순을 지적하는 장면은 중요했다.

 

전두환에게 받은 6억(현재 금액으로 따지면 수백억에 달하는)을 받고, 장물인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지냈던 박 후보가 28살에 같은 장물인 영남대 이사장을 지닌 상황에서 비리 근절을 외치는 것처럼 웃기는 일은 없었다. 이런 이 후보의 지적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박 후보의 모습에서 왜 그들이 그토록 토론을 기피했는지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전두환에게 받은 6억은 대권을 잡으면 돌려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 박정희가 죽고 나서 정신이 없고 동생들을 데리고 살기도 힘들어 어쩔 수 없이 받았다는 주장만 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장에 이 후보가 영남대와 정수장학회 이사장이었다는 명확한 사실을 제시하며 공격한 부분은 중요했다. 국민들에게 박 후보의 문제가 무엇이고 왜 그녀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는지가 그 안에 가득 담겨 있으니 말이다. 

 

자신의 비리와 문제에 대해서는 한 없이 관대하면서도 비리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말 뿐인 개혁은 한심하기만 하다. 만약 대선에서 승리해 권력을 잡게 된다면 이런 말잔치에서 나온 말들은 모두 무의미한 일로 만들 것임을 이제 국민들은 알아야만 할 것이다.  

 

"외교의 기본은 주권을 지키는 것이다. 충성혈서를 써서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키 마사오, 누군지 알거다. 한국이름 박정희. 군사쿠데타하고 굴욕적인 한일협정 밀어붙인 장본인이다"

 

방송에서 박정희의 일본 이름인 다카키 마사오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대선 토론은 성과가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 모든 언론들이 박정희 미화에 동원되고 신격화시키기에만 급급했다는 점에서 이정희 후보의 이 발언은 일부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충성혈서를 작성해 일본 장교가 되어 독립군을 탄압했던 다카키 마사오. 스스로 자신을 퍼스트레이디라고 주장해왔던 유신 공주 박근혜 후보가 애국심을 이야기하는 것은 심각한 모순일 뿐이다. 북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는 그들의 전략이 애국심 코스프레로 이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그들에게 애국심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가 나름 안정적인 토론을 했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아쉬움이 많았다. 박 후보의 문제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고, 좀 더 강력한 대선 후로서 가치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사실도 아쉽다. 하지만 이정희 후보가 보인 강력한 모습은 박근혜 후보가 얼마나 대통령으로서 자질이 없는가를 증명하는 자리가 되었다. 이번 토론을 통해 박근혜 후보가 기본적으로 자질 부족이 상당하다는 점을 명확하게 했다. 수구 세력들이 대통령 후보로서 내세워 지지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질이 부족한 후보라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상황에서 국민들이 '묻지마 투표'를 한다면 이 역시 한심한 작태가 될 것이다.

 

안 후보가 정권 교체에 대해 밋밋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과 달리, 이정희 후보는 강력하게 정권 교체가 왜 되어야만 하는지를 명확하게 해주었다. 최소한 새누리당이 정권을 잡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증명했다. 정권 교체가 없으면 새로운 정치도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이 후보는 자신의 방식으로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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