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1. 10:03

국정원 여직원 정치글 논란, 중요한 것은 앞으로 5년이 더 두렵다는 사실이다

국정원 여직원 논란은 지난 대선에서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였다. 국정원이라는 특수 업무를 하는 공간에서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행위를 조직적으로 행했다는 사실은 경악스러운 일이니 말이다. 중요한 국가 기관들이 특정 후보를 위해 한 몸으로 움직였다는 사실은 지난 선거 결과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우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국정원 여직원의 거짓말 퍼레이드, 향후 5년이 더욱 두렵다

 

 

 

 

국정원 여직원이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특정 후보를 돕기 위한 행위를 했다는 사실은 경악스러웠다. 일반인도 아닌 국가정보원의 직원이 여당 후보를 위해 여론 조작을 했다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이 문제는 일관된 거짓말과 진실을 원하지 않는 조직들로 인해 진실은 저 너머로 숨겨져 있었다.

 

지난 대선에서 인터넷을 활용한 선거전은 대단했다. 조직적으로 야당 후보에 대한 비난을 주도한 이들의 행동들은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조사는 본격적으로 이뤄지지도 않았고 그런 실체 밝히기는 그저 또 다른 형식의 야당 공격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마치 국가의 모든 기구가 한 여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시나리오라도 짜놓은 듯한 행동들은 점점 교묘해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다양하고 조직적인 선거 조작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가온 것은 역시 국정원 여직원 논란이다. 그녀가 행한 행동이 다른 조직들이 행한 분량에 비해 적을 수는 있지만, 그녀가 속한 곳이 국정원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는 심각할 수밖에 없다.

 

국가 정보를 총괄하고 조직적으로 모든 조작이 가능한 절대 권력을 가진 조직에서 여직원이 선거 조작에 앞장섰다는 사실은 다른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니 말이다. 논란이 불거지며, 철저하게 거짓으로 일관하던 그들은 더 이상 진실 앞에서 거짓을 숨길 수는 없었다.

 

그동안 자신은 절대 논란이 되었던 글들은 쓴 적이 없다고 주장하던 국정원 여직원은 자신의 글이 밝혀지자 말 바꾸기에 여념이 없다. 국정원 여직원이 이런 조작을 행했다는 사실도 황당하지만, 이런 사실이 알려지고 공개되었다는 것도 국가정보원의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하기 때문이다.

 

"한겨레가 보도한 글은 김씨가 북한 아이피(IP)로 작성된 글들이 출몰하고 있는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서 북한 찬양·미화 등 선전선동에 대응하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대북심리전 활동을 위한 글이지, 정치적 목적으로 올린 글이 아니다"

"이러한 글들을 정치적 목적으로 게재했다고 오도하는 것은 정보기관의 대북심리전 활동을 위축 시킨다"

 

한겨레의 집요한 추적과 보도에 대해 국정원이 발끈하며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들이 주장하듯 대북심리전 활동의 일환이라는 반박이 곧 그들의 변명이 얼마나 초라한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북심리전은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심리전이지 우리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임무는 아니기 때문이다.

 

전직 국정원 요원이 국정원 발표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은 중요하다. "최근 들어 국정원 역할이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과거 국정원에선 국내 누리집에서 벌어지는 이런 일을 대북심리전이라고 부르지도 않았고, 그런 일을 하지도 않았다"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일들이 현재 벌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대북심리전이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해왔던 만큼 그들이 주장하듯 국정원 여직원의 행동을 '대북심리전'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계속 말을 바꾸는 것은 범죄자와 똑같은 심리다. 범죄자는 처음에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다 증거가 나오면 증거가 나온 부분만 인정한다. 그러다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면 원래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변명한다. 국정원이 지금 하는 행동과 같다"

 

범죄 심리 전문가인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의 발언은 흥미롭다. 국정원의 말 바꾸기가 범죄자의 심리와 동일 하다는 것이다. 이런 심리 전문가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현재 국정원이 보이는 행동은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익숙하게 봐왔던 범죄자들의 행위와 닮아 있기 때문이다.

 

거짓이 사실로 드러나며 여직원이 조작에 앞장섰다는 증거들에 대해 국정원은 그녀도 국민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의 주장을 하는 행위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그런 행동이 표현의 자유라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법조계의 한 인사는 한 개인의 표현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국정원이라는 특수임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행하는 행위를 표현의 자유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직원의 행위가 자신들의 업무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국정원은 여직원의 행위가 자신들의 업무라고 사실상 시인함으로서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불명예를 벗어나기는 힘들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기반성과 새로 태어나기 위한 노력을 좌시 한 채 아집만 내세우는 국정원은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안기부라는 어둠의 기억을 벗어나기 위해 국정원으로 이름을 바꾸었지만, 그들이 여전히 안기부의 그늘에 남겨져 있다는 사실이 국민들을 두렵게 하니 말이다.

 

51%의 국민이 선택한 대한민국의 5년. 시작도 하기 전에 논란과 고민을 가득 담은 상황은 답답하다. 정의는 사라지고 오직 권력을 위한 권력만 존재하는 대한민국.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입증하는 2013 대한민국에서 과연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꿀 수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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