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13. 14:18

주병진이 초대하고 싶은 이가 전두환과 박근혜? 종편 시청률을 노리는 주병진 쇼의 한계

십여 년 만에 방송에 복귀한 주병진이 자신의 쇼에 출연시키고 싶은 인물에 대해 나열하는 모습은 경악스러움 그 자체였습니다. 그가 언급한 인물들을 보면 주병진이라는 인물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게 하니 말입니다. 삼성 가 3세들과 박근혜와 강용석 그리고 살인마 전두환이라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합니다.

종편과 피를 나눈 MBC 수뇌진, 그들이 주병진에 목멘 이유가 이 것인가?




종편이 강제 개국하며 그들이 내세운 첫 번째 화두는 박근혜였습니다. '형광등 100개를 켠 듯한 아우라'로 대표되는 그들의 찬양방송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당혹스러워했던 것은 그들이 종편을 만든 이유를 개국 방송에서부터 노골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대선 캠프를 이끌었던 최시중을 방통위원장에 앉히면서 현 정권의 방송 장악은 시작되었습니다. MBC와 KBS가 낙하산 사장이 투입되어 공영방송으로서 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 철저하게 현 정권의 나팔수를 자처하며 대한민국의 방송은 최악이 되고 말았습니다. 두 방송의 몰락은 철저한 상업방송인 SBS가 더욱 공정성에서 앞선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이니 이미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가 명확해지니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기존 공중파 방송을 몰락시킨 주된 이유가 종편이 탄생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는 것은 실제로 드러났고 그렇게 개국을 한 종편은 철저하게 1%를 위한 방송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종편에 대한 온갖 특혜는 그들이 빠른 시간 안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니 이 황당한 일은 모두가 비웃을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언론의 공정성도 무시한 채 오직 자신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집단들의 신문이 방송이라는 배로 갈아타기 위해 현 정권과 야합해 만들어진 종편은 시작과 함께 이 졸속이 얼마나 세상에 비웃음거리인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강호동 야쿠자 논란에 말도 안 되는 찬양극으로 시작한 그들의 방송은 채널을 돌리다 걸리는 수준의 시청률을 보이며 굴욕이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당혹스러운 것은 종편들이 행하는 짓들을 공중파에서도 태연하게 자행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점입니다. 한 때 최고의 MC로 군림해왔던 주병진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다시 방송에 복귀해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졌었습니다. 그리고 박찬호와 차승원이 등장했고 이후 김창완 편이 방송되는 이 방송은 첫 회 8%를 넘는 순조로운 시청률을 보여주었지만 2회 반토막이 난 시청률로 벌써부터 우려 섞인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그 시청률 저조가 아니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주병진이 모시고 싶은 손님을 나열하는 순간 이 프로그램이 빨리 폐지되는 것이 답이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는 없었으니 말입니다.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경악스럽기만 했습니다.

"현재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세 자녀(이재용, 이부진, 이서현)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출연 요청을 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잖아요. 많은 분들이 궁금해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예전보다 섭외가 힘들어요. 요즘은 에스엔에스나 매스미디어가 발달되다 보니 괜히 나와 책잡힐 수 있다는 부담을 갖는 것 같아요."

수많은 초대손님 가운데 그가 주력하는 인물이 재벌가 삼 남매와 독재자의 딸이라는 점에서 그가 무엇을 고민하는지 잘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하는 방송이 무엇을 위한 방송인지가 명확해지는 그의 포부는 경악 그 자체일 수밖에는 없으니 말입니다.

빈부 격차가 극심해지고 부의 몰림이 극단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그 극점에 위치해 있는 삼성 가 세 자녀를 초대하고 싶다는 그의 포부는 과연 무엇을 하기 위함인지 고민하게 합니다. 그가 그들을 데려다 독설을 퍼붓고 잘못된 정책에 대해 서민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끌어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기에 찬양극에 가까울 그의 프로그램은 황당할 뿐입니다. 여기에 종편이 그렇게 찬양하고 싶어 안달인 박근혜까지 모시겠다는 주병진에게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게 가장 힘들다. 이번주는 오른쪽, 다음주는 왼쪽 분이 나온다는 것을 동시에 알려야 욕을 안 먹어요. 한번에 두 분을 섭외해야 하니 이중고를 겪죠. "그는 이런 균형을 맞추려고 "강용석 의원은 녹화까지 해 놓고 방송을 내보내지 않았다. 방송에서 그분의 얘기를 듣는 것 자체가 그분을 도와준다고 오해할 시청자도 있을 것 같아 자체 회의를 통해 내보내지 않기로 했어요."

기자의 편향성 질문에 그게 문제라고 이야기를 하면서도 강용석을 섭외해 그런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는 없지요. 스스로도 그 사람이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 그 사람을 편들어 줄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녹화까지 마쳤다는 그들의 행태가 과연 MBC란 말인가 황당할 정도입니다.

더욱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법적인 문제가 여전한 사람을 출연시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말은 당혹스럽습니다. 자신이 성폭행과 관련해 곤혹을 치렀던 전력이 있는데 성희롱을 했던 인물을 출연시켜 동병상련으로 몰아가 그에게 면죄부를 주려 한 방송이었다면 주병진은 비호감 1순위가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녹화 테이프가 있으니 그가 어떤 의도로 그를 불러 방송을 녹화했는지 알 수 있겠지만 강용석 편이 방송이 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아 보이기만 합니다.

이 정도는 그저 시청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정도로 치부할 수 있지만 가장 모시고 싶은 정치인을 전두환으로 꼽는 대목에서는 경악을 넘어 분노가 일 정도입니다. 자국민을 자신의 권력을 위해 처참하게 살육하고 수천억의 비자금으로 대를 이어 부를 누리고 있는 비도덕의 총합과도 같은 독재자를 방송에 끄집어내서 이야기하고 싶다는 그의 발언은 경악을 넘어서는 수준입니다.

"격동의 시대 가장 핵심적인 인물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답은 안 하겠지만 재산 관련 이야기 등 국민들이 갖고 있는 호기심을 저도 갖고 있으니까요."

독재자가 방송에 출연할 이유도 없겠지만 그에게 호기심을 느끼며 모시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그의 의도가 의심스럽기만 합니다. 언급된 거의 대부분의 존재들이 재벌가와 재벌을 옹호하는 정치집단들이라는 점에서 그의 가치관과 사고를 읽을 수 있을 듯합니다. 의도적으로 다른 인물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이들만 언급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언론을 통해 그가 밝힌 내용들은 비난을 받아 마땅한 수준이니 말입니다.

종편이 1% 시청률을 넘기기 힘든 상황에서 '주병진 쇼'의 시청률 역시 1% 향해 치닫는 소리가 들립니다. 전두환이가 등장하면 총알이라도 한 바가지씩 선물할 것인가요? 삼성 세 자매가 출연하면 삼성 로고가 박힌 전기제품이라도 선물 할 요량인가요? 진부한 진행방식에 재미마저 없는 '주병진 쇼'는 스스로 망조든 방송임을 자임하고 있다는 점에서 종편 못지않고 사라져야 할 프로그램 중 하나로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