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7. 16:35

장자연 사건은 카우치 현상이 아닌 권력의 문제다

3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여배우 장자연의 리스트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고질적인 연예인 성상납의 희생양이었던 그녀는 더 이상 악습을 이어갈 수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방법으로 자신의 문제를 통해 연예계 전반의 문제들을 환기시키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죽음은 거대한 권력들과 연결이 되어 있었고 그런 권력이 가해자가 되었을 경우 진실은 언제나 숨겨질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해주기만 했습니다.

장자연 사건은 카우치 현상이 아닌, 권력관계에서 빚어진 악습이다




장자연 사건을 두고 일부에서는 카우치 현상쯤으로 인식하고 바라보는 이들도 존재합니다. 자신이 성공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혹은 충분히 이해하고 합의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성상납을 일방적으로 남자들에게만 문제를 삼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의견이지요.

분명 이런 식의 카우치 현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가진 외모와 재능을 활용해 남들보다 좀 더 빨리 목표에 도달하고자 하는 욕심이 누구에게나 존재는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일부의 모습을 전체로 포장해 억울하게 피해를 당한 이에게 까지 이런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죽은 자에 대한 예의도 아닐 뿐더러 지금 이 시간에도 약자라는 이름으로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는 많은 이들에 대한 상처일 뿐입니다.

장자연 사건은 3년 전의 일이지만 그 사건에 연루된 남자들의 면면이 너무 대단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모 유력 일간지 사장들과 재벌들 연예 기획사, 드라마 제작사, 피디 등 사회 전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위 사회 지도층이라 불리는 이들이 장자연에게 성상납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늦은 나이에 연기자가 되기 위해 뛰어든 그녀는 운이 나쁘게 악덕 기획사 사장을 만나게 되었고 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연기자가 되고 싶어 하는 이를 사지로 몰아넣었습니다. 모든 연예 기획사가 장자연 소속사 사장 같지는 않지만 상당수 이런 악덕 사장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강제로 성상납과 술시중을 들게 하고 이를 통해 부당이득을 취하고 연예인을 자신의 소유물로 이용하려고만 했던 기획사 사장은 경징계를 받는 것으로 이 사건은 종결되어버렸습니다. 그녀는 죽음으로 자신의 억울함과 성상납의 고리를 끊어내고자 했지만 죽음마저 헛되게 권력의 힘은 모든 진실을 덮고 그녀의 죽음만 억울하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잊혀지는 듯했던 사건은 SBS 8시 뉴스에서 발굴 보도하며 다시 여론의 중심에 서게 되었습니다. 지인에게 건넨 편지 50여 장에 적힌 31명의 명단과 이들에게 100여 회의 성상납을 했다는 장자연의 주장은 다시 사건을 원점으로 돌려놓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사건에 다시 주목을 하는 이유는 앞서 이야기를 했듯 단순한 카우치 현상이 아닌 권력에 의해 강압적으로 벌어진 범죄 행위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강자가 약자에게 가하는 부당한 대우와 강압적인 폭력은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뉴스 보도로 인해 여론이 들끓자 이귀남 법무장관은 재수사를 지시했다고는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점들이 많다는 그의 발언에 이번 재수사가 얼마나 공정하게 이뤄질지는 확신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경찰에서 그러한 일(장씨의 편지 50통)을 묵살했다고 보도가 된 것 같다. 그런 메모가 있었던 것을 검찰에서 알았다면 (조사를 했을 것)"
"메모지에 무슨 내용이 들어있었는지 정확하지 않다"



이번 사건은 그녀가 왜 죽음을 택하면서 까지도 진실을 알리려고 노력했는지에 대해 포커스를 맞춰야만 합니다. 그녀가 거짓을 진실이라 꾸미기 위해 자신의 귀중한 목숨까지 버렸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요? 그녀는 노예계약에 준하는 계약에 묶인 채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성을 상납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은 존재였습니다.

자신의 억울함을 이야기하고 그 억울함을 풀어줘야 할 권력을 가진 존재들이 그 악마와 같은 모습으로 그녀를 농락하는 상황에서 그녀가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고 그 악의 고리를 끊기 위해 선택해야만 했던 자살에 우리는 다시 한 번 관심을 가져야만 합니다.

권력을 가졌다는 이유로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대통령부터 시작해 말단 공무원까지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것은 상식적인 수준의 선입니다. 그 선을 넘어서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죄를 받고 서로를 존중하는 사회를 만드는 노력들이 어느 분야에서건 시작되지 않으면 부패해 썩어가는 대한민국은 더 이상 치유가 불가한 존재가 되어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번만큼은 죽으면서까지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했던 장자연의 사연을 귀담아 듣고 그 악마 같은 31명이 처벌을 받을 수 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