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7. 13:12

용산 참사, 그 씻을 수 없는 고통에 박원순 시장 손을 내밀었다

박원순 신임 시장의 행보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전임 시장들이었던 이명박과 오세훈 임기동안 급격히 늘어난 채무 원인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시 행정에 전력을 쏟던 그들이 과연 무엇을 위해 막대한 서울시민들의 혈세를 사용했는지는 분명하게 밝혀야만 하는 문제입니다. 독재 살인마인 전두환의 사저를 보호하기 위해 서울시의 자산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문제 역시 확실하게 선을 긋는 그의 행동은 많은 이들에게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의 당연한 행동이 찬사를 받는 세상이 부끄럽다




용산 참사는 이 정권이 어떤 존재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준 집단 살인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진두지휘한 김석기는 영전을 해서 일본 오사카 총영사관으로 나가더니 이제는 경주에서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선 상태입니다. 그의 죽음을 담보로한 무자비 한 진압작전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철거민들이 그 높은 곳에서 불에 타 죽고 떨어져 죽는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여기에 무리한 진압으로 경찰까지 목숨을 빼앗은 책임자가 이렇게 국민들을 농락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며 있어서도 안 되는 일입니다. 

철거민 다섯 명과 경찰 한 명이 죽은 용산 참사는 그 죽음으로도 끝나지는 않았습니다. 철거 부지를 사들여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기에 급급했던 재벌들은 용역깡패들을 동원하고 경찰 집단들은 용역깡패들과 하나가 되어 부당하게 철거당한 철거민들을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려고만 했습니다. 

그들이 어떤 고통을 당하고 왜 그렇게 도심 한복판에서 시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 사건이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책임 당사자들의 사과는 고사하고 책임자는 국회의원 공천을 받고 그 모든 상황을 허락한 이 대통령 역시 철거민들의 아픔 따위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도 않는 게 현실입니다.   

한나라당이 이름을 아무리 바꿔도 결코 변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이 바뀌지 않는 한 그들은 영원히 한나라당 일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당 쇄신위원이라고 들어온 20대가 용산 참사에 대해 대모꾼들은 존재한다며 시끄러워 죽겠다며 경찰들에게 진압을 요구하는 전화를 했다고 밝히며 욕설까지 곁들인 존재라는 사실은 그들이 바꾸고자 하는 세상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합니다.

 


용산 참사를 현장에서 진두지휘한 김석기를 국회의원에 공천한 그들이 과연 공천 혁명을 부르짖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국민들을 국민으로 보지 않고 자신들의 탐욕을 위해서는 죽여도 좋은 존재로 생각하는 그들이 과연 국민의 명을 받든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이 있다고 보는 것일까요?

 


용산 참사가 올 해로 벌써 3주년이 되었습니다. 여전치 매섭게 추운 날 용역깡패들과 경찰들이 하나가 되어 물대포를 쏘아대고 시위 중이던 폐건물 아래에 불을 피우며 토끼몰이를 하듯 농성 철거민들을 옥상으로 몰아 죽음으로 내몬 상황들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도심 한 복판에서 80년 광주의 봄이 떠오르게 하는 상황이 버젓이 벌어졌다는 사실도 경악스럽지만 그런 죽음의 책임을 살아남은 철거민들에게 강제하는 정권에 무엇을 바랄 수 있는 것일까요?

정부가 최근 설 특별 사면을 통해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수백 명에게 사면을 허락하면서도 용산 철거민들에게는 사면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질 나쁜 토건업자들이 대거 사면이 되었던 것과 달리 그들이 여전히 감옥에서 지내야 하는 것은 이 정권이 얼마나 토건업자와 재벌의 편에 서서 국민들을 압제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현재 구속 중인 8명의 철거민들은 범법자이기 이전에 도시재개발 과정에서 생계 터전을 잃고, 겨울철 강제 철거의 폭력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하지도 못하고 절망했던 사회적 약자이다. 용산 사고로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사는 그들에게 사고의 모든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박원순 시장은 이 대통령에게 용산 참사와 관련된 철거민 8명을 즉각 사면 해 줄 것을 촉구하는 공문을 7일 전달했습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사회적 약자를 억압하지 말고 그들에게 자유를 줘야 한다는 당연한 요구입니다. 이런 요구마저 묵살하고 '정치적 포퓰리즘'이라고 비하한다면 이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과 다름없을 것입니다.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생업에 종사하던 그들이 하루아침에 알거지가 되어 쫓겨나게 된 상황에서 자신의 정당한 주장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이지요. 그들은 관련 행정부처를 찾아다니고 다양한 방법으로 부당함으로 이야기했지만 그 어느 누구도 그들의 고통과 아픔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사지에 몰린 그들이 폐허가 된 건물에 들어가 농성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거리에 나앉게 된 자신들의 처지를 직접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최후의 방법이었습니다.

아무리 자신들의 억울함을 책임자들에게 호소를 해도 듣지 않는 상황에서 철거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었을까요? 그저 재벌들의 돈벌이의 희생양이 되는 상황에서도 죽은 듯이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은 채 거리에 나앉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피해 당사자가 아니라면 결코 이해할 수도 없었을 그들의 고통은 자신의 죽음과도 맞바꿀 만큼 절실했으니 말입니다.

그저 살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던 그들이 죽임을 당하고 살아남은 이들은 범법자가 되어 여전히 감옥에 갇혀 있는 상황은 우리 시대의 아픔이자 고통일 수밖에 없습니다. 재벌들과 권력을 가진 자들을 제외하며 우리 모두가 용산 참사에 희생된 철거민들과 다를 게 없다는 점에서 그들의 고통은 곧 우리의 고통이라는 생각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모두가 외면했던 일들은 박원순 시장은 당당하게 대통령에게 그들의 사면을 촉구하며 도시 빈민들의 입장에 섰습니다. 권력의 가진 이후 달라질 것 없이 여전히 자신의 신념에 맞게 행동하는 그에게 많은 이들이 응원을 보내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과연 이 대통령은 박 시장의 사면 요구에 어떤 입장을 보일지 궁금해집니다. 시대적 악행을 다시 한 번 저지를지 아니면 늦었지만 사과하고 그들의 사면에 응할지 지켜 볼 일입니다.



[한겨레 신문과 민중의 소리 사진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