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14. 12:04

이건희 소송, 삼성가의 재산 다툼은 탐욕이 부른 필연적 분열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삼성공화국이 접수했다는 이야기들을 할 정도로 재벌 삼성가의 막강한 자본 권력은 대단합니다. 이미 권력이라는 모든 것들이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그 견고함은 영원할 수밖에 없어 보였습니다. 더욱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 친 재벌 정책으로 그들에게 모든 혜택을 몰아주며 재벌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상황에서 그들의 입지는 더욱 절대적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누구도 넘볼 수 없어 보였던 절대 권력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탐욕이 만든 분열, 세습 권력의 한계는 과연 어떻게 끝이 날까?





대한민국에서 삼성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재계 서열 1위의 재벌이 아닙니다. 삼성이라는 단어는 대한민국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들이 지니고 있는 막강한 권력은 이미 힘의 균형이 어디로 기울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독재자가 물러나고 권력의 흐름은 잠시 국민에게 돌아 올 수도 있겠구나라는 기대도 하기는 했지만 다시 권력은 독재를 꿈꾸는 이들의 몫으로 넘어가고는 했습니다. 재벌들 역시 과거 권력의 하수인이나 그들에 의해 거대한 자금을 뜯기는 존재이기만 했습니다. 박정희가 자신의 권력을 이어가기 위해 만들어낸 한국형 재벌은 이명박 정권에 들어서 마침내 만개해 기존의 권력을 집어삼키는 황소개구리로 변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그저 조그마한 개구리라 생각하고 키웠더니 주인을 집어 삼킨 황소개구리로 변신을 하는 상황이 그들에게 어떤 느낌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황스러운 것은 분명했을 듯합니다. 전두환 정권에 의해 일부 재벌들은 강제 해산이 되기도 했지만 그건 그저 80년대 추억일 뿐입니다. 현재의 재벌들은 이미 기존 권력이 건드릴 수 있을 정도가 아닌 권력 위의 권력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박정희가 정수장학회를 사유화(이런 식의 행위들이 한 둘이 아니지만)해서 자신의 치부를 쌓는데 혈안이 되었고 전두환이 재벌들을 압박하고 때론 해체를 하면서 거둬들인 자본과 국민들의 혈세를 탐욕스럽게 착취하고서도 세금미납으로 신용불량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경악스럽게 만듭니다. 그가 신불자가 되었다는 것이 경악스러운 것이 아니라 수천억을 착복하고도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이 황당하고 이를 제대로 수사하지도 못하는 사법부의 나태가 경악스럽다는 것이겠지요.

과거 독재자들이 장사꾼들을 키워 그 돈으로 권력을 유지하거나 그들에게 약탈한 돈으로 평생을 떵떵거리고 살던 시대는 이제 과거의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정권 들어 재벌의 권력은 모든 권력 위에 군림하게 되면서 그 누구도 함부로 그들을 강제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미 대한민국은 재벌가들에게 잠식당한 채 그들에 의해 운영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지고 마음껏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해도 거짓은 아닐 것입니다.

이런 삼성 공화국에 감히 고소 고발을 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을까? 라는 의구심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대단한 용기(?)를 낼 수 있는 것은 역시 형제들 밖에는 없나 봅니다. 재산 분할과 관련된 이들의 분쟁은 절대 권력에도 누수는 생길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겠지요.

 

"아버지의 타계와 동시에 상속인들에게 승계된 삼성생명 및 삼성전자 차명주식을 이 회장이 다른 상속인에게 알리지 않고 단독으로 관리했다"

"이 회장이 다른 상속인들은 모르게 단독으로 삼성전자 등의 차명주식을 관리하면서 자신의 명의로 전환한 뒤 제 3자에게 임의로 처분해 매각대금을 수령한 것은 상속권을 침해한 부당이득이자 불법행위이다"

"현재로서는 상속분에 해당되는 삼성생명 주식 824만주 외에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이 회장의 실명전환 사실만 확인될 뿐 실체가 불분명한 상황이어서 추후 확인되는대로 구체적인 반환대상 주식을 확정하고 우선은 일부만 청구한다"

이건희 회장의 형이자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의 첫째 아들이 이맹희가 낸 고소장의 내용을 보면 형제들 간의 재산 싸움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정당한 상속을 가로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으니 정당한 자신의 몫을 달라는 형이 탐욕스러운 동생에게 보낸 고소장은 많은 이들을 씁쓸하게 합니다.  

삼성생명 주식 824만주와 삼성전자 주식 보통주 10주와 우선주 10주, 이익배당금 1억 원 지급과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는 삼성생명 주식 100주와 1억 원을 청구한 이번 고소 건은 단순히 돈의 문제만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낸 견고한 삼성 공화국에 균열이 갔다는 점에서 이건희 회장의 심기를 건드릴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이미 삼성 가는 여러 갈래로 분열을 하고 있었고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다고 보지만 형제간의 균열은 잠재되어 있던 내재된 논란이었습니다. 나름대로 나눠가진 재산과 서로 협력해 대한민국을 이미 자본으로 잠식시킨 그들에게 더 이상의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유일한 적이자 치명적인 상처는 내분일 수밖에 없는데 그 균열은 그렇게 7천 억대의 재산 분할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고소 건이 어떻게 끝나든 삼성 공화국이 당장 심각하게 흔들릴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다만 그들의 균열이 시작일 수밖에는 없다는 점과 이런 균열이 내부에서만이 아니라 외부적인 요인들로 인해서도 충분히 균열의 틈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기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너무 비대해진 권력은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도전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 힘들의 충돌은 자연스럽게 분열을 이끌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2012년 권력의 대이동은 다양한 형태의 모습들을 목격하게 할 듯합니다.

절대 권력이란 있을 수 없고 과도한 탐욕은 자연스럽게 탈을 부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모든 가치들의 붕괴는 시작되었고 새로운 가치들이 이 땅에 새롭게 기치를 내걸고 세워질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이는 곧 역사의 순리이니 말입니다.



[한겨레 신문 사진과 만평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