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19. 12:08

신불자 대학생 확산, 누가 그들을 신불자로 만들고 있는가?

대학생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신불자가 되는 나라. 그나마 대학생이 아닌 직업 전선에 뛰어든 이들이 빚의 굴레에서 조금이라도 늦추거나 벗어나 있다는 것을 행복해해야 하는 나라. 주변의 대부분이 대학의 낭만은 고사하고 대학 생활이 알바의 연속인 그들에게 대학은 어쩔 수 없는 고통의 통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학이라는 허울, 혹시나 하는 기대치를 바라기에 현실은 무겁기만 하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이 가지는 존재감은 무엇일까? 대학이라는 단어는 보다 깊고 높은 학문에 대한 탐구가 아닌 타인보다 좀 더 좋은 직업을 가지기 위한 필수적인 통로일 뿐입니다. 순수한 학문을 즐기는 이들이 과연 대학 생활을 하는 이들 중 몇%나 있을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대학은 투자대비 좀 더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한 가치일 뿐입니다.

과거 대학이라는 공간은 신분상승 혹은 자신의 꿈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마법의 공간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게 만들어주었던 그 대학이라는 공간은 가진 것 없이 태어난 이들에게는 멋진 도전의 공간이자 목표를 위한 매우 소중한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흐르며 그 대학은 더 이상 특별한 공간으로서 가치를 가지지 못하게 되었고 그런 가치의 하락은 곧 그전에 가질 수 있었던 기회의 가치마저 상실하게 만들었습니다.

반값 등록금 투쟁 중인 대학생들/민중의 소리 사진

부모님 세대들이 가지고 있었던 꿈과 희망의 공간이 여전히 그런 공간으로서 가치를 가지고 있다면 좋겠지만 이미 과거와는 달리 철저하게 상업적인 공간으로 각색된 대학이라는 곳에서 인생을 논하고 사랑에 웃고 울 수 있는 낭만 같은 것은 사라진지 오래가 되어버렸습니다. 사회의 악으로 커가기만 하는 사학들은 대학이라는 공간은 오직 자신들의 수익 창출을 위한 사업장으로 만들어버렸고 이를 적절하게 규제해야만 하는 정부는 이를 묵인하거나 함께 비리의 존재가 되는 상황에서 대학이라는 곳은 더 이상 꿈을 이룰 수 있는 공간은 아니게 되었습니다.

한없이 올라가가기만 하는 대학 등록금과 서열화는 이제 성인이 된 젊은이들에게 사회란 어떤 곳인지를 보여주는 특화된 장소일 뿐입니다. 대학의 낭만이 사라진 이 곳에는 직장을 가지기 위해 고가의 수업료를 받는 학원일 뿐 학문의 장은 아닙니다. 더 이상 인생의 멘토가 되는 스승도 찾을 수 없고 자신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해주는 친구를 만들어가는 운명의 장소도 아닙니다. 그저 남보다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한 스펙 쌓기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고 2년 혹은 4년을 다니며 같은 과에 누가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이 삭막함 속에 그들을 더욱 힘겹게 하는 것은 이런 생활 자체도 불가능하게 하는 붕괴된 사회 시스템입니다.

재벌 위주의 정책은 자연스럽게 소수의 가진 자들이 모든 것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들의 탐욕은 어느 수준이 되면 멈출 것이라는 사탕발림을 한 권력자들은 스스로가 그것이 거짓말임을 알면서도 국민들에게 사기를 쳤습니다. 재벌들이 부강해지면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내세워 그들에게 온갖 특혜를 준 결과는 부익부 빈익빈이 극대화된 사회였습니다.

1%의 절대 강자는 더욱 강력한 힘을 얻게 되었고 그런 기회마저 상실한 대부분의 서민들은 더욱 깊은 수렁 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위정자들이 내세운 재벌 위주 정책의 오류가 무엇인지는 명확합니다. 탐욕에 빠진 자들이 자율적으로 자신들의 탐욕을 조절할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동화 속 이야기를 현실에 펼쳐 놓은 그들은 '동화책 읽어주는 남자'가 아니라 잔인한 흑마술로 대중들을 기만한 도둑들과 다름없을 뿐이었습니다.

10개 중 아홉 개를 가지게 된 그들은 나머지 하나도 강탈하고 싶어 할 뿐 다른 이들에게 자신이 가진 아홉 개를 나눠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가진 아홉 개를 가족들과 나눠 이를 하나의 힘으로 다른 이들이 가진 하나를 빼앗으려는 탐욕은 대한민국 사회를 재벌 공화국의 막장 드라마로 이끌고만 있습니다. 자동차에서 순대까지 재벌이라는 거대한 존재들이 모든 것을 장악하는 사회가 정상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경제 독재가 시작되며 그 독재를 통해 엄청난 부를 쌓은 이들은 다른 다수를 종속시키려 노력하고 그런 종속화는 이미 상당부분 진전이 되었다는 점에서 이 문제의 심각성은 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회적 변화의 타격은 자연스럽게 가진 것 없는 서민들에게 폭탄처럼 투하되고 어렵게 들어간 대학을 어떻게든 마치기 위해 그들은 하루 온종일 돈벌이에 매달려야만 합니다. 수업을 제대로 받기도 힘든 처지에 모든 것을 가진 소수의 자녀들처럼 스펙을 쌓을 수도 없습니다. 졸업장을 따는 것만으로도 만족을 해야 하는 삶에서 대단한 스펙으로 좋은 직장을 들어가는 것은 엄감생시가 되어버린 지도 오래입니다.

엄청난 학비와 말도 안 되는 주거비용. 이 지독한 굴레에서 서민 부모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은 한정적입니다. 오르지 않는 월급에 나날이 높아지는 물가. 지독한 압박 속에서 삶을 유지해야만 하는 우리 서민들에게 대학은 그나마 마지막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절대 가치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대학이라는 공간이 곧 희망과 직격될 수 없다는 점은 절망으로 다가올 뿐입니다.

입학과 동시에 빚쟁이가 되어 대학을 다니면 다닐수록 깊은 빚의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학들은 해마다 엄청난 돈을 재단에 쌓아두고 땅을 사고 사학들의 배 불리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수수방관하는 정부의 모습 역시 불량사학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매년 근거도 없는 인상을 하는 그들에게는 서민의 피곤한 삶은 무의미할 뿐입니다. 대학생 학자금 대출 이자를 줄이는 일조차 인색한 이 정권하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졸업도 하기 전에 신불자가 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입니다.

대학생 채무불이행자 수가 2007년 3785명에서 매년 상승해 2010년 2만 6097명으로 상승하더니, 2011년은 3만 8천 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런 신불자 행렬은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매년 높아지는 학자금과 상관없이 외형 불리기에만 급급한 대학의 학습 수준은 몇 십 년 전과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고용 없는 성장과 저비용을 위해 해외 일자리 찾기에 급급한 재벌에 취직하기는 해가 가면 갈수록 힘겨워지기만 합니다. 많은 이들은 중소기업을 택하라 하지만 재벌들에게 종속되어 제대로 꿈을 펼칠 수 없는 잘못된 사회적 시스템에서 중소기업을 택할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재벌들은 언제든 자신들만을 위한 법 위에서 성장을 거듭하는 중소기업은 뿌리부터 뽑아 사유화하기에 바쁜 상황에서 누가 중소기업을 선뜻 선택하고 싶을까요?

사학재벌들이 사라지고 현실적인 학비에 사회 전 구성원들이 힘을 합해야만 합니다. 탐욕스러운 재벌들에 적절한 재갈을 물리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몇몇 재벌들에 의해 운영되는 재벌 공화국이 될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전반적인 사회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대학생 신불자는 한없이 늘어나며 이는 곧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산되어 파멸로 이끌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대학생 신불자들을 자기관리하지 못하고 돈을 펑펑 쓴 철없는 철부지로 매도하는 이들은 누구인가요? 사회 시스템이 만든 절대적 빈곤에서 한없이 높아만 가는 학자금과 주거비용이 만들어낸 필연적인 신불자들을 누가 비난하려 하나요? 잘못된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낸 젊은이들의 신불자 대거 확산은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만 하는 시급한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