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15. 12:01

권력남용 없는 사회를 이야기하는 전두환의 파렴치, 경악스럽기만 하다

예일대 대학원생들과 종편 방송이 전두환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고 합니다. 여전히 권력을 남용하며 살아가는 그의 입에서 "권력남용 없는 사회가 되어야 국민이 행복한 사회'라는 발언을 하는 것을 보면 경악스럽기만 합니다. 그가 자신의 과오를 깨닫게 반성의 의미로 이런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염치도 없는 독재자, 여전히 잘 살고 있다는 사실이 대한민국의 치욕이다




과거 청산을 절대 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치욕으로 점철 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친일파들이 현재까지 득세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친일청산의 기회를 무산시킨 이승만의 만행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역사와 민족을 위함이 아닌 개인의 영달을 위해 자신과 경쟁 관계인 김구를 암살하고 친일파 청산보다는 그들을 내세워 자신의 권력을 구축하는데 여념이 없었던 이승만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친일파를 청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일제 치하를 이겨내고 새롭게 건국된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이 이승만이었다는 것이 우리 아픔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북벌을 외치기만 했지만 정작 힘의 균형과 방어에 대한 인지도 없었던 이승만은 한강 철교를 끊어 수많은 시민들을 죽음으로 내몰고도 권력에 대한 집착은 그 누구보다 강렬할 뿐이었습니다. 그런 이승만은 박정희라는 존재를 낳았고, 박정희는 또 다시 전두환이라는 괴물을 만들어 냈습니다. 독재의 역사는 여전히 그들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는 점에서 2012년 대한민국은 여전히 친일파와 독재자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박정희의 독재는 그의 측근의 총탄에 의해 끝이 났지만 하나회라는 조직을 통해 라인을 구축하고 있던 전두환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군부 독재를 연장해냈습니다. 광주를 자신의 독재를 구축하는 가장 효과적인 장소로 선택해 시민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그 피를 받아 정권을 만들어낸 전두환은 희대의 살인마이자 국민들의 혈세 수천억을 탈취한 파렴치범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가 여전히 권력의 비호를 받으며 그 비루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경악스러울 뿐입니다.

매년 특별한 날이 되면 그의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모습 속에는 독재의 그늘이 친일의 흔적들이 그대로 묻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최근 여론에 밀려 어쩔 수 없이 공천이 무산되기는 했지만 강남에 새누리당이 공천했던 이영조와 박상일만 봐도 그들이 어떤 존재들이고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충분히 알 수가 있습니다.

독립군은 소규모 테러조직 수준이라고 밝히고,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민중반란으로 규정한 그들의 역사인식은 새삼스럽지만 경악스럽습니다. 제주 4.3 항쟁을 폭동으로 규정하며 한일강제병합과 해방 후 신탁통치 등을 정당하다고 외치는 그들이 새누리당의 핵심 지역인 강남구에 공천이 되었다는 점은 새누리당이 어떤 존재인지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독재자 박정희의 유산인 박근혜가 주도권을 잡고 총선을 준비하는 그들에게서 나올 수 있는 최고의 가치는 어쩌면 이것이 전부였을지도 모릅니다. 그 이상의 신선한 반란을 기대했던 이들이라면 정말 새누리당을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일 테니 말입니다. 친일을 미화하고 철저하게 친일로 살아가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존재들이 권력을 잡고 있는 대한민국. 이 정도의 정신상태를 가진 존재가 거대 여당의 국회의원 후보로 나선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는 있는 것일까요?

독립군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한일강제합병을 정당화하는 그들이 과연 국회의원이라는 직책을 맡을 자격이 있는 것일까요? 역사인식 부재는 고사하고 철저한 친일 인사들이 새누리당의 공천자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경악스럽기만 합니다.

여기에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의 유산인 4.3 항쟁과 5.18 민주화항쟁을 공산주의자가 주도한 폭동이고 민중반란이라 규정하는 존재들이 공천을 받는 세상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수천 억 원의 국민 혈세를 자신의 재산으로 만들어 철저하게 숨긴 채 떵떵거리고 사는 전두환이라는 존재가 여전히 막말과 막잡이 권력을 휘두르는 세상이 바로 우리가 사는 현실이라는 점은 경악스럽고 슬픈 일입니다.

자랑하듯 자신의 권력 남용을 자랑하고 떳떳하게 생각하는 전두환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과거나 현재나 전혀 바뀐 것이 없는 독재자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날 뿐입니다. 더욱 "권력남용이 없는 사회가 돼야 국민이 행복한 삶을 사는 사회"라는 표리부동함을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철면피의 모습은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독재 권력을 미화하고 친일을 정당화하고 재벌을 당연하게 하는 것이 바로 이 정권의 핵심인가요? 종편은 이런 핵심 사안을 구체화해서 방송하는 것을 목표로 태어났다는 점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는 점점 더 명확해지고만 있습니다. 경악스러운 세상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 위해 소중한 한 표를 당당하고 정당하게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역사가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겨레 만평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