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4. 12:04

영일대군 이상득 전 의원 소환 조사가 중요한 이유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으로 '상왕'으로 불리며 실세로 군림했던 이상득 전 의원이 소환 조사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명박 정권이 결정타를 맞았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상득이 소환 조사가 이명박 임기 내 마지막 선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박희태의 면죄부를 떠올리게 합니다.

 

일사부재리 원칙으로 이상득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소환인가?

 

 

 

 

이명박 대통령마저 무기력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그의 형인 이상득이라는 이야기는 많았습니다. 수많은 논란의 중심에는 항상 그가 있었고, 그와 관련된 인물들이 이 정권의 핵심인사로 자리했다는 점에서도 이 정권의 실세는 바로 이상득이었다는 말이 허언으로 들리지는 않습니다.

 

이상득은 저축은행 3억 수뢰 의혹으로 3일 검찰 조사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그동안 산재한 사건들을 이 문제 하나로 덮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점입니다. 우선 이상득만이 아니라 민주당의 박지원 의원까지 같은 혐의로 소환한다는 점에서 검찰이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는 좀 더 명확해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박근혜 저격수로 자리 잡은 박지원 의원이 이상득과 동일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은 검찰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의심하게 합니다. 물론 검찰의 말처럼 박 의원이 솔로몬저축은행 임석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면 처벌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지난 번 고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에 대해 거짓말을 퍼부으며 논란을 만든 것처럼, 이번에도 이상득과 박근혜 모두를 구원하기 위한 이유로 박 의원을 끼워 넣었다는 후폭풍을 받을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현재 이상득 전 의원이 검찰에 의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아직은 혐의일 뿐이고 이를 실제적인 범죄혐의로 밝혀내기 위해서는 앞으로 나아갈 길이 더욱 멀어 보이기만 합니다.

 

이상득은 솔로몬저축은행 임석 회장으로부터 대선자금 용도로 3억을 받았고,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으로부터 2억원, 코오롱그룹에서도 활동비 명목으로 1억 5천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가 아니라 보다 많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더 많은 상황에서 과연 검찰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을지가 의문입니다.

 

"수사단계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던 피고인들이 법원에서 이를 시인했고 각자 진술과 관련자 증언, 은행 거래내역, 고승덕 의원실 직원 메모 등에 비춰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임이 충분히 입증된다"

"국정전반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집권여당의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돈봉투를 전한 행위는 정당법 개정 취지에 비춰 결코 가볍지 않은 상황이다. 박희태 피고인이 본인을 위해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부정 선거운동을 한 점, 김효재 피고인이 전체 선거운동을 주도한 점으로 봐 두 사람은 중하게 처벌할 수 밖에 없다"

"피고인들은 당원협의회장에게 교통비와 실비를 지급하는 정당내 관행이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당차원에서 공식 경비를 지급하는 등 공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지, 출마할 후보가 부담하는 건 정당하지 않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핵심인 정당정치에서 대표자 선출은 중요하고 그 과정에선 어떤 금품문제도 발생해선 안 된다는 게 법 개정 취지다"

 

이명박 정권의 핵심인사 중 하나였던 박희태 전 국외의장이 2008년 7월 한나라당 전대 당시 전당 대회 직전 국회회관에서 돈봉투를 돌린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결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돈봉투를 살포해 국회의장이 된 당사자에게 법원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함으로서 사실상 면죄부를 쥐어주었습니다.

 

박희태 사건이 중요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명박의 최측근 4인방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천신일이 대우에게 47억을 수수한 혐의를, 박영준과 최시중 역시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 대가로 거액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어 있지만 그들에 대한 수사가 엄중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 이들은 거의 없습니다.

 

천신일은 구속집행정지중이고 최시중도 법원의 판결이 나기도 전에 외부 병원으로 나와 자기 멋대로 수술을 감행하며 법원을 비웃었음에도 아무런 주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죄를 지은 범죄자가 법 위에 여전히 군림하고 있다는 사실이 국민들을 분노하게 하고 있음을 그들만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문제입니다.

 

최근 이상득의 소환으로 이명박의 측근 인사 19명이 사법부에 불려가는 굴욕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최측근만이 아니라 친인천과 청와대 인맥, 이명박이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만들어 놓은 서울시 인맥, 안국포럼과 대통령 인수위 등 이명박을 둘러싸고 있는 핵심 인력들이 모두 범죄자가 된 사실이 무엇을 의미 하는지 그들은 알아야만 할 것입니다.

 

국회에서 돈봉투를 살포하는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큰 범죄를 저지른 박희태에게 면죄부와 같은 판결을 한 법원이 과연, '영일대군''상왕'등으로 불린 이상득을 적법한 방법으로 처벌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기대보다 불안이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이미 수뢰 혐의가 드러난 천신일이나 최시중, 박영준 등 이명박 최측근 인사들이 법을 유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국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수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적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이미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한편에서도 형량을 낮추기 위한 전략을 시도하고 있는 이상득이 과연 박희태처럼 면죄부를 받을지 궁금합니다. 서민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갔던 부실 비리 저축은행 대주주들에게 거액을 수수했다는 사실은 그 무엇보다 큰 죄일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과연 검찰이 이상득 전 의원을 상대로 어떤 판결을 하느냐는 이후 진행되는 이명박 대통령 관련 수사의 기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이상득 전 의원이 면죄부와 같은 판결을 받고 일사부재리 원칙으로 더 이상 수사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준다면, 검찰은 철저하게 기만적인 행위로 권력을 가진 자들을 비호한다는 비아냥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상득 조사가 신중하고 판결이 중요한 이유는 면죄부 수사로 이어지느냐 진정한 법의 판결을 할 수 있느냐를 결정지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구독+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