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 28. 11:05

이명박 정권은 왜 일본과 비밀리에 군사협정을 맺었는가?

지난 26일 국무회의를 통해 정부는 일본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했습니다. 일본 자위대를 공식 군대로 인정하고 그들이 위급한 상황에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국내에 자위대를 파견해도 된다는 이 법은, 과거 일본의 침략 전쟁의 시작과 유사합니다.

이 비밀스러운 군사협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지난 26일 국무회의를 통해 비밀리에 통과시킨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미국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일본과의 과거 청산도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고 여전히 역사왜곡에 여념이 없는 일본과 중요한 군사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사실은 경악스럽기만 합니다.

 

1910년 대한제국이 일본에 강제 병합되던 시절 미국은 조미수호통상조약에 적힌 상대국이 군사적으로 위협을 받을 때 서로 보호해준다는 내용을 일본과 가쓰라테프트 밀약을 통해 무기력하게 만들고 일본의 대한제국 강제병합을 용인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필리핀을 집어 삼키는 야욕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번 한일 군사협정은 과거의 상황을 떠올리게 합니다.

 

1910년 8월 10일. 당시 대한제국의 내각 총리였던 이완용이 대한제국 통감이었던 데라우치와 형식적인 회의를 통해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은 상황은 모두가 아는 사실일 것입니다. 비밀 협약을 맺고 조약체결이 알려지면 국민들이 분노할 것을 염려해 조약체결을 숨긴 채 정치단체 집회를 금지하고, 원로대신들은 연금으로 잡아둔 채 이완용은 8월 29일 순종을 통해 양국의 조칙을 내리도록 했습니다. 

 

"한국 황제 폐하는 한국 전체에 관한 일체 통치권을 완전히 또 영구히 일본 황제 폐하에게 넘겨준다"

 

비밀 협상을 통해 우리 땅을 일본에 팔아넘긴 이완용은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순종을 통해 국민들에게 사실을 공표하게 하는 잔인함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100년이 훌쩍 지난 2012년 대한민국에서 이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경악스럽기만 합니다. 

 

미국의 주도하에 한반도 정세가 급격하게 대중국 전략으로 맞물려가는 상황이 과거와 다름없다는 점이 우려스럽습니다. 지난 정권 10년 동안 남과 북의 관계 개선과 중국, 러시아 등과의 협력을 통해 한반도 안정에 주력했던 시절과는 180도 다른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다시 경제적 호황으로 강력한 힘을 얻게 되자 미국이 한반도를 이용하려 한다는 점은 이명박 정권에서 벌인 외교 정책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더욱 모두가 여당이 패할 것이라 여겼던 지난 총선에서 저조한 투표 참여로 인해 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며 이런 기조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회 개원도 하기 전부터 '종북'논란만 입에 달고 있는 새누리당의 정책은 3공과 5공의 무리들을 전면에 배치시켜 과거의 독재 정권과 같은 사회를 만들려는 음모로 보여 질 뿐입니다.  

 

"26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 간의 비밀정보보호에 관한 협정안'이 대외비로 통과됐다"

"일본과 북한 정보 등을 상호공유하는 비밀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기로 했다. 어제 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대외비로 안건을 통과시켜 대통령 재가와 양국 외교장관의 서명만 남겨둔 상태다"

 

"대통령 재가는 문제 없이 이뤄질 것이고, 협정안이 일본 각의를 통과하면 이번주 금요일 쯤 도쿄 또는 서울에서 협정 서명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미 국민들의 분노로 한일군사협정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사실을 알고 있는 정부는 '군사'라는 단어를 제외한 채 비밀리에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습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국무회의 이후에도 공개하지 않고 숨기고 거짓말로 일관하다 그 사실이 모두 알려지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중요한 사안임에도 '일반안건'이 아닌 '즉석안건'으로 올렸다는 사실도 의문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안건'의 경우 3일 전까지 온라인 국정관리시스템에 올려야 하는 문제 때문에 그들이 '즉석안건'으로 올렸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한일 양국이 1년 반 동안 협의해온 안건이 갑자기 그렇게 긴급하게 처리해야만 하는 것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즉석안건으로 올라와 사전에 몰랐고, 국무회의가 끝난 뒤에도 이 사안의 중요성을 몰라서 설명하지 못했다"

 

사실이 드러나고 논란이 확산되자 김용환 차관이 27일 아침에 밝힌 내용은 더욱 가관입니다. 사전에 알지도 못했다는 변명 같지 않은 변명도 놀랍지만 국무회의가 끝난 뒤에도 이 사안이 중요한지 몰랐다는 사실이 문제입니다. 한일군사협정이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그들에게 있었다면, 이는 국가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자들로서 비난을 피할 수는 없을 테니 말입니다.

 

일본 자위대가 합법적으로 대한민국 땅을 밟을 수 있는 협정이 그들에게는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이 국민들을 더욱 경악스럽게 한다는 사실을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새누리당과 이 정권에게만 중요하지 않은 이 문제는 국민들 대다수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입니다. 과거 한일병합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여전히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서 청산해야만 하는 문제들이 산재한 상황에서 이런 정신 나간 존재들이 핵심적인 자리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문제일 것입니다.

 

"1953년 7월27일 휴전협정 이래 대한민국이 북한의 도발 위협으로부터 안전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지만 역대 어느 정권도 그것을 이유로 일본과 군사협정을 논의한 적도 없다. 왜냐하면 국민 정서와 한·일 양국 간의 '청산되지 못한 역사'를 잘 알기 때문이다"

 

"같은 민족의 군사적 위협을 해소하는데 다른 나라도 아니고 과거 우리 민족을 도탄에 빠뜨렸던 일본의 힘을 빌리려 하는 발상은 북한으로 하여금 민족 정체성마저 상실했다는 비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광복회에서 한일군사협정에 대해 비난을 쏟아내는 내용을 보면 이 문제가 얼마나 큰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우기고 역사 교과서를 왜곡하는 일본. 위안부 문제를 비하하며 말뚝을 박는 일이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는 상황에서 한일군사협정이 과연 정당한 일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일본의 군사력이 대한민국을 넘어선지 오래라는 점에서 일본의 자위대를 공식 인정하는 이번 협정은 그들의 합법적인 입국을 막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미군 주둔지에 미국과의 협정을 이유로 자위대로 파견하게 된다면 이는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말입니다.

 

"미국 측이 이번에 전례없이 한·일 간의 군사협력 강화를 요구했다. 미국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맺고 있지만 한·일동맹은 없어서 불편해 한다"

 

정부에서 미국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발언은 이명박 정권이 얼마나 친미와 친일 정권이었는지(이상득이 공개적으로 언급했듯)를 성명해 줍니다. 비밀스럽게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키고 이후 발표도 하지 않은 채 숨긴 한일협정이 과연 어떤 내용인지 왜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는 것인가요? 그렇게 중요한 안건이라면 국민들도 알아야만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협정 내용이 자위대를 공식 인정하고 그들이 한국에 주둔도 가능해지도록 만든 것이라면 이는 절대 체결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명박 정권이 한국과 일본의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이 절실하다면 여야의 신중한 논의와 함께 국민들에게도 그 협정의 정당성을 밝혀야만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한 채 날치기 하듯 역사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이런 식으로 처리한다면 역사적 죄인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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