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11. 09:04

윤창중 기자회견과 청와대 피해자 언급없는 대통령에 사과문 발표

윤창중 파문이 불거지며 논란은 국내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참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사태에 대해 청와대의 대응 방식은 다시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적절한 조처보다는 윤창중을 피신시키기에 급급했던 그들이 후속 조처에서 대통령에게 사과하는 모습은 황당함으로 다가올 뿐이었습니다.

 

대통령에게 사과하기 전에 윤창중 사태에 대한 진정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윤창중의 모습에 국민들이 더욱 분노하는 이유를 정작 당사자만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현 정권의 공통적인 문제라는 사실이 우울함으로 다가옵니다. 엉덩이를 움켜쥔 것이 아닌 톡톡 두드렸다는 발언만으로도 성추행은 분명함에도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 현 정권의 실체라는 사실이 두렵게 다가옵니다.

 

윤창중 논란이 크게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는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것은 당연한데 이상하게도 그들은 국민들과 대통령을 한데 묶어 같이 사과를 하는 선택을 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대통령은 아무런 관계가 없고, 자신들이 잘 보필하지 못했으니 사과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로 읽힙니다. 하지만 이런 그들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독불장군, 불통의 대통령이라는 인식과 함께 과거 독재의 그림자가 여전하다는 인식만 강하게 만들 뿐입니다.

 

방미 성과가 좋았다는 평가는 시간이 지나며 좀 더 면밀하게 판단할 문제입니다. 미 국회에서 기립박수를 몇 차례 받았는지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환영하고 만족하는 성과라면 우리에게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은 이미 다양한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언론들이 사건을 재구성해서 윤창중의 성추행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의 이번 사과문은 또 다른 논란을 잉태하고 있습니다. 사건 사실을 알고 즉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발언과 달리 다수의 언론들은 철저하게 사실을 숨겼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홍보수석으로서 제 소속실 사람이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럽고 죄송스럽다. 국민 여러분과 대통령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번 사건의 내용을 파악한 직후 대통령께 보고드렸고 그 즉시 조치를 취했다는 점과 앞으로 미국 측의 수사에 대해서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것이다"

"대단히 성공적으로 평가받은 이번 방미 일정 막판에 이런 일이 발생해서 너무나 안타깝고 이번 방미를 성원해주셨던 국민 여러분과 동포 여러분께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

 

이남기 홍보수석이 발표한 사과문에 대해 많은 이들이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사건의 규모를 보면 허태열 비서실장이 직접 나서야 하는 사태임에도 홍보수석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사건을 축소하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사건이 더욱 커지는 것을 막고 이 정도 수준에서 마무리되어야 한다는 간절함이 이런 식으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이번 사과문에 대한 진정성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대책 마련을 지시해도 모자랄 상황에 비서실장도 아닌 홍보수석을 시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그들에게는 국민들은 우습기만 한가 봅니다.

 

많은 언론들이 지적하듯 사건이 터지자마자 모든 것을 인지한 그들이 급하게 윤창중을 한국으로 피신시키고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조작했다는 사실을 부정하며 즉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곧바로 조치를 취했다는 주장에는 시간적 문제가 존재합니다. 그들의 주장이 맞으려면 윤창중의 도망과 현지 경찰의 움직임과 대통령의 이동과 경질 등이 시간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과문이 근본적으로 크게 잘못된 것은 피해 여성에 대한 사과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대단히 성공적이라는 단어까지 붙여가며 자신들의 방미를 찬양하는데 급급한 이번 사과문은 대통령에게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 여성에게 먼저 사과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는 사실을 그들은 망각하고 있었거나 철저하게 무시했습니다.

 

윤창중은 과거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하며 색누리당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성추행에 대해서 단호하게 처단해야 한다고 강변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총선 직후 쓴 이 칼럼은 제수 성추행 논란이 불거졌던 김형태 의원을 지적하며 쓴 내용이었습니다.


"당장이라도 검찰에 고발해 진상 규명을 법의 손에 맡기고 진실로 확인되면 금배지를 반드시 떼도록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라"

이런 발언을 했던 당사자가 권력을 손에 쥐자 이런 추태를 보인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독설은 비수가 되어 돌아온다." 2006년 당시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비난하면서 쓴 내용처럼 그는 자신의 발언이 비수가 되어 돌아온 듯합니다. 가장 악랄한 발언들도 야당 대선 후보들을 힐난하던 그는 외교사에 더 없는 추악한 일을 벌인 한심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윤창중에 대한 논란은 방미 첫 날 뉴욕에서도 성추행 시도가 있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첫 날부터 목욕가운만 입은 채 호텔 현지 업무 지원을 나온 유학생에게 술을 같이 하자고 했다는 주장은 당황스럽습니다. 방미 첫 날부터 술을 찾고 업무 지원을 나온 어린 학생들에게 그런 행동을 보였다는 것은 경악스럽기 때문입니다. 더욱 이런 기사를 낸 경향신문에 직접 내려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며 보도를 내리라고 주장하며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는 발언까지 했다고 합니다.

 

청와대는 윤창중 보도와 관련해 방송사에 보도지침까지 내렸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국민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KBS에 내걸린 보도지침을 보면 윤창중을 다루는 화면이 나올 때에는 청와대 그림과 태극기 사용을 하지 말라고 적혀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박근혜 정부의 '신 보도지침' 사건으로 규정한다. 임창건 보도본부장은 이번 일과 관련해 청와대의 압력 등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KBS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이 어떠했는지 낱낱이 밝히고 국민 앞에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논란이 불거지자 KBS 새노조 관계자는 이번 '신 보도지침'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이명박 정권부터 노골적으로 시작된 언론장악이 MBC이 새로운 사장 임명으로 박 정부에서도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신 보도지침'이 사실이라면 큰 우려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윤창중 사건에 대한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대통령에게 사과를 하는 해프닝을 벌인 청와대는 오직 대통령만 보호하면 된다는 안일한 대응만 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의 심각성이 얼마나 큰지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은 채 오직 한 사람만 보호하면 된다는 발상이 바로 현재의 대한민국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불통의 정치로 일관하고 부적절한 인사를 임명하고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도 그에 대한 사과는 고사하고 잘못된 인사를 했던 대통령에게 대신 사과를 하는 이 황당한 상황은 과연 누구를 위한, 무슨 의미의 사과인지 의문입니다. 피해 여성에 대한 언급은 존재하지도 않은 홍보수석의 대국민사과문에 박근혜 정부의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는 사실이 답답함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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