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26. 09:04

친박 이혜훈 의원이 정봉주 옹호할 수밖에 없었던 두 가지 이유

정봉주 전 의원이 구속 결정이 난 상황에서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한나라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박근혜 비대위 파벌인 이혜훈 의원이 공개적으로 정봉주 전 의원을 옹호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국민들과 야당 의원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여당 실세 라인이 공개적으로 정 전 의원을 옹호한 것은 분명한 노림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과의 관계를 끊어내고 박근혜를 동시에 살리는 방법은 정봉주 옹호 뿐




모두가 알고 있듯 이명박과 BBK 논란은 그가 대통령 후보로 나서던 시점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의 박근혜 의원을 중심으로 이명박과 BBK 논란을 노골적으로 언급하며 공격하는 모습은 이미 영상으로 담겨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의 비난과 달리, 정봉주 전 의원의 이명박과 BBK 논란 발언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되어 결국 실형까지 받게 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는 점입니다.

정 전 의원에게 가해진 1년 실형과 피선거권 박탈 등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강력한 처벌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보복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이런 판결에 야당과 국민들이 반발하고 분개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더욱 '나꼼수'를 통해 현 정권의 무능과 문제를 노골적으로 지적하던 멤버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은 그 동안 눈엣 가시였던 '나꼼수'를 파괴하는 방법으로도 가치를 다한다는 점에서 그들에게는 효과적인 징벌이라 판단했을 듯합니다.

"그 판결을 잘 모르겠다. 정 전 의원이 얘기한 것 중에 어느 이 사실이 아닌지가 궁금하다. 국회의원들 모두가 물증을 가지고 얘기를 해야 한다면,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있으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 우리 직업이다. 물증이 없다는 것과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추론을 한다는 것은 다르다"

재미있는 것은 친박 의원으로 분류되는 이혜훈 의원이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정봉주 전 의원의 구속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는 점입니다. 이 의원의 말을 보면 야당 의원의 발언을 보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한나라당 의원으로서 이런 발언을 해도 되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이 발언에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바로 정봉주 전 의원과 동일한 발언을 해왔던 박근혜 비대위장을 보호하기 위한 발언이라는 것입니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있으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 우리 직업이다'라는 문구에 그 모든 것이 담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번복되기 힘든 정 전 의원의 구속을 두고 이 의원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한 이유는 같은 죄목으로 구속당할 수도 있는(현재로서는 제로에 가까운 바람이지만) 박 비대위장을 보호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다가오니 말입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저서) <닥치고 정치>를 읽고 '이렇게 쉽게 얘기하면 됐을걸' 하며 무릎을 쳤다. 경선 당시 우리가 (도곡동 땅-다스-비비케이) 사건의 연결고리 등을 너무 복잡하게 얘기해서 우리 말을 알아듣는 이들이 별로 없었다"

뒤이어 나온 이야기는 그들이 무엇을 노리고 있는 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도곡동 땅 차명소유 의혹을 언급하며 김어준의 책을 언급하며 이야기를 이어간 것은 친박 의원들이 철저하게 이명박 대통령을 노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친박과 한나라당 모두 이명박 대통령과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이런 행동은 자연스러운 행동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이 대통령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이 되면 총선에서 낙선이 유력한 상황에서 그들의 이 대통령 파괴하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대통령과 직접적인 관련을 가졌던 정 전 의원의 구속을 비판하고 정 전 의원과 심지어 '나꼼수'의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비판 내용까지 극찬하는 행위는 노골적으로 이 대통령과의 연결을 끊어내겠다는 선언과도 같은 발언이었습니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 위원장이 정봉주 전 의원의 사면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건의해야 한다. 박 위원장은 같은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인데 정 전 의원은 처벌받고 자신은 처벌에서 제외되는 건 불공정한 결과란 걸 명심해야 한다"

"정 전 의원의 혐의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비비케이의 설립자이며, 투자와 자금 유치에 직접 관여했다'고 말한 것이지만,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중이었던 박 위원장도 '이명박 대통령이 비비케이의 실소유주이며 주가 조작에 직접 개입해 5천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의 발언 내용은 정 전 의원의 의혹제기보다 훨씬 강도가 높았는데도 검찰은 정 전 의원에 대해서만 공소를 제기하고 박 위원장은 불문 처리했다"

미네르바 사건 등 굵직한 현안에 변호사로 나서며 자신의 새로운 입지를 다진 박찬종 전 의원의 발언은 현 시점에서 가장 적합한 발언으로 남을 듯합니다. 그 역시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 의원 출신이었다는 점에서 의외의 발언처럼 들리지만 그의 발언이 가장 정확한 진단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런 의문을 국민들 대다수가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사면초가에 처한 이명박 대통령은 친박 의원들의 노골적인 비판이 시작되면서 더욱 힘겨운 시간들을 보낼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의 죽음까지 이어지며 천운을 타고난 존재처럼 여겨졌지만 강력하기를 바랐던 북풍은 미풍정도도 안 되어 버렸고 그렇게 감추고 싶었던 모든 것들은 정봉주 전 의원의 구속으로 강력하게 부각되고 말았습니다.

정봉주 전 의원의 구속은 야당의 단결을 이끌 수밖에는 없게 해주며 확실한 타깃을 설정해주었습니다. 총선 정국으로 들어서는 상황에서 정 전 의원의 구속과 관련된 문제는 한나라당에게는 최고의 악재가 될 수밖에는 없지만 야당으로서는 모든 패를 손에 쥐어준 상황이 되었음은 자명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야당이라면 야당으로서의 존재 가치도 할 수 없음을 그들은 깨달아야만 할 것입니다. 여당인지 야당인지 알 수 없는 행보를 보인 그들이 스스로 강력한 쇄신을 하고 국민들 앞에 당당한 야당으로 총선에 나서지 않는다면 그들인 현 여당과 함께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정봉주 전 의원의 구속은 잠잠하던 정치계를 완전히 들쑤시는 꼴이 되었고 이런 혼란은 자연스럽게 정의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어져야만 할 것입니다. 사회를 바르게 하기 위해서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고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진리를 국회의원들부터 실천해야만 할 것입니다. 분노한 국민들의 눈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그들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한겨레 신문 사진, 프레시안 손문상 화백 만평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