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14. 12:03

KBS는 왜 양질의 프로그램을 종편에 판매해야만 했을까?

KBS가 헐값에 프로그램을 종편에 판매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최고의 다큐멘터리로 알려졌던 '차마고도'등 양질의 프로그램 89편을 종편 방송에 헐값으로 판매한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명박 정권에 의해 만들어진 종편과 그의 종이 된 사장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여전히 방송 정상화는 힘겹기만 합니다. 

 

낙하산 사장 퇴진만이 방송 정상화를 위한 시작임을 알려준 사건이다

 

 

 

 

 

방송사의 콘텐츠를 판매하는 것은 방송사의 마음입니다. 그리고 그동안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케이블 등에 판매를 해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그들의 종편 판매가 언뜻 정당하게 보여 질 수도 있습니다. KBS가 그동안 해왔던 판매가 종편이라고 안 될 이유는 없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문제는 그들이 왜 종편에 명품 프로그램들을 대거 판매하게 되었는지에 집중해야만 할 것입니다. 상업방송인 SBS나 같은 낙하산 사장이 존재하는 MBC마저 종편 판매를 꺼리고 있는 상황에 KBS에 나서서 엄청난 양의 프로그램을 대거 판매한 의도가 의심스러울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미 종편은 실패한 방송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들은 1년도 안 되어 이미 스스로 종편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몰락은 예정된 수순보다 빠르게 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기세 좋게 시작해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으로 기존의 방송에 근접하겠다는 포부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돈 드는 프로그램들을 모두 폐지하고 외주제작 드라마나 사들여 방송하는 종편은 더 이상 방송으로서 가치를 확보하기도 힘든 지경입니다.

 

 

연예인들을 앞세운 프로그램들도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하는 이들에게 방송으로서 가치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모하기만 하니 말입니다. 구치소에 들어간 최시중과 이명박 정권에 의해 강제적으로 탄생하게 된 종편은 케이블 채널에서도 가장 좋은 번호를 받았습니다. 모든 케이블 채널에 의무 편성을 하도록 강제하기까지 했던 방통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종편은 몰락했습니다.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킨 주인공이라고 자처하는 수구언론들이 이를 빌미로 종편을 요구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종편은 6개월도 안 되어 사망 선고 직전까지 몰려 있는 상황입니다. 그나마 지속적으로 방송되는 드라마는 자극적인 소재에 집착하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고 뉴스나 보도 채널은 보는 이들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종편은 완벽한 실패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그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통해 시청자들의 평가를 받는 것이지만, 준비 소홀과 무조건 방송만 만들어내면 알아서 굴러갈 것이라는 무모함이 만든 예고된 파국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몰락은 당연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KBS가 양질의 콘텐츠를 대거 종편에 판매하는 것은 숨이 끊길 지경인 종편에 수혈을 해주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더 이상 방송할 내용도 제작할 의욕도 사라진 그들에게 이미 검증을 마친 양질의 프로그램을 공영방송의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종편에 판매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KBS 사장은 퇴진을 해야 마땅합니다. KBS는 일개 사장의 것도 현 정권의 장난감도 아닙니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KBS는 국민들의 방송입니다. 이런 국민들의 방송에서 만들어진 양질의 프로그램을 공영방송을 파괴하는 종편에 판매한다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공영방송의 가치와 가장 반대편에 있는 종편을 위해 공영방송 사장이란 사람이 가장 중요한 콘텐츠를 헌납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지난해 12월 KBS기존노조가 파업을 할 때도 김 사장은 '파업으로 인해 종편에게 광고가 몰릴 수 있다'고 말해 끊임없이 종편을 경계하는 것처럼 주장해왔으나 이 모든 것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이 판명된 것이다"

 

파업을 끝내고 현장에 복귀한 KBS 새노조는 사측에서 진행한 양질의 프로그램에 대한 종편 판매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했습니다. 사측이 KBS 파업과 관련해 '파업으로 인해 종편에게 광고가 몰릴 수 있다'고 강변하며 노조의 파업을 비난했던 모습을 생각해보면 이들의 행동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지 알 수 있습니다.

 

노조 파업을 비난하기 위해 종편을 이야기하던 그들이 파업을 끝내고 돌아오자, 종편을 살리기 위해 국민들의 돈으로 만들어진 양질의 프로그램을 헐값에 종편에 판매했다는 사실은 황당하니 말입니다. 숨이 끊어지려는 종편에 긴급 수혈을 하듯 80여 편이 넘는 프로그램을 판매한 저의가 의심스럽기만 합니다.

 

그들은 철저하게 종편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고 이명박 정권이 만들어낸 종편이 그의 임기동안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양질의 프로그램을 무제한 공급해 살리겠다는 의도는 경악스럽기만 합니다. 지금 당장 사라져도 좋은 방송을 왜 KBS가 나서서 살리지 못해 안달인지는 김인규 사장이 왜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지와 동급이기에 이해는 쉬워집니다.

 

"콘텐츠 저작권자는 KBS이지만 국민과 시청자의 기준으로 판 것이다. 유통돼야 콘텐츠의 힘이 생기는데 이를 비난하는 것은 대원군의 쇄국정책이나 다름없다"

 

KBS의 새노조가 강력하게 비판하자 사측을 대변하는 배재성 KBS 홍보국장은 종편에 프로그램을 판매한 것을 옹호하기 위해 대원군의 쇄국정책을 빗대어 새노조를 비난했습니다. 국민과 시청자 기준으로 판매했다는 그의 발언이 과연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종편에 긴급 수혈하는 행위를 비판하자 이런 행동들이 쇄국정책과 다름없다며, 종편 살리기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그들은 그럼 일본에 대한민국을 팔아먹은 이완용에 비교해도 좋은 것일까요? 국민의 이름으로 시청자를 앞세워 종편에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것은 정당한 사업 행위의 일환이라 강변하는 그들의 모습은 그래서 황당할 뿐입니다.

 

MBC 노조도 빠르면 17일 총회를 통해 일시 파업 중단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들이 업무에 복귀하게 되면 기존의 사측과 충돌은 자연스러울 수밖에는 없고 이런 논란은 여전히 방송을 위태롭게 만들 수밖에는 없습니다. 김인규 사장이 여전히 존재하는 KBS가 종편을 살리기 위해 프로그램을 팔듯, 김재철이 나가기를 거부하는 MBC 역시 후안무치한 행동들을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논란은 여전할 뿐입니다.

 

오는 8월 방문진이 새로운 이사들로 바뀌고 김재철 사장이 퇴진을 하게 되면 방송은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야가 합의했듯 정상적인 방식으로 일이 진행된다면 당연히 MBC는 '언론의 자유'와 공정방송의 기치아래 새로운 시작을 할 근거를 마련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야 합의와 달리, 그들이 김재철을 옹호하고 방문진을 다시 한 번 박근혜를 위한 조직으로 만들어낸다면 방송 파업은 다시 시작될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이미 박심인 한선교가 문방위원장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김재철의 퇴진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방문진의 정상화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그들이 과연 언론 자유의 기본이자 공영 방송을 만들어가는 일보인 낙하산 사장 퇴진을 만들어낼지는 여전히 의문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더욱 파업을 마치고 복귀한 KBS가 여전히 공영방송으로서 정상적인 모습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MBC의 업무 복귀는 KBS와 마찬가지로 꾸준한 싸움의 연장선일 수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KBS와 MBC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권력에 의해 강압적으로 만들어진 사장부터 물러나야만 할 것입니다.

 

사장이 물러나지 않는 한 방송은 여전히 권력을 위한 시녀 노릇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에서 방송 정상화는 낙하산 사장 퇴진에서부터 시작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습니다. 낙하산 사장이 물러나고 방송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신뢰도 높은 인물이 사장으로 임명되지 않는 한 이런 논란은 영원히 지속될 수밖에는 없을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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