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17. 11:32

김병호 인혁당사과가 황당함으로 얼룩질 수밖에 없는 이유

박근혜 후보의 공보단장을 맡고 있는 김병호가 인혁당 관련 사과를 하면서 내놓은 발언은 차라리, 사과는 고사하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이 좋았을 듯합니다. 절대 사과를 하고 싶지도 않고, 그럴 이유도 없다는 의미를 가득담은 형식을 넘어 죽은 자와 산자를 모두 농락하는 김병호의 인혁상 사과는 새누리당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유신독재를 모토로 하는 새누리당의 본심을 드러낸 김병호

 

 

 

 

 

새누리당은 여전히 인혁당과 관련된 박근혜 후보의 발언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민주당의 비판에 대해 그저 역사인식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라 여기지 않고, 정치적 공세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사법부를 부정하고 과거 독재의 만행을 합리화하는 박 후보의 발언에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란 새누리당이 이제는 박 후보의 구시대 정치를 넘어 유신독재를 합리화하는 발언에 힘을 모으기라도 한 듯합니다.

 

"사과를 피해자 당사자들이 아닌 그들의 가족이나 후손까지로 확대하기 시작하면, 전 국민 중에 사과를 안 받을 사람이 있겠느냐"

 

잘못을 했다면 전 국민을 상대로 사과하는 것이 무슨 문제일까요. 과거 유신 독재로 인해 죽임을 당하고 고문을 당하고, 재산을 빼앗긴 이들만이 아니라 자유를 빼앗기고 독재자에 의해 힘겨운 시간을 보낸 모든 이들이 사과를 받는 것이 잘못된 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쿠데타 옹호와 유신독재 찬양에 이어, 인혁당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최종 판결마저 부정하며 자신이 몸담고 자신의 아버지인 독재자 박정희가 저지른 만행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강한 의지는 황당하게 다가올 뿐입니다. 유신독재정치를 박정희와 함께 하며 정치에 입문하고 그 여운을 그대로 간직한 채 박정희 추종자들에 의해 현재의 자리까지 오른 박 후보. 그런 박 후보가 유신독재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들이 모든 부귀영화를 누리고 모든 권력을 누리던 그 방식이 그리워지는 것은 일반적인 인간의 습성이자 본성일 테니 말입니다.

 

문제는 개인적인 감정을 가지고 한 국가의 최고의 자리라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오직 박정희를 되살리고 그의 공과를 다시 한 번 증명 받고 싶다는 강렬한 의지만으로 정치를 한다면 본인에게는 의미 있는 행위가 될지 모르겠지만, 국민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김병호 박근혜 후보 공보단장의 발언을 보면 박 후보가 그동안 보여온 발언들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대통령 선거에 임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미래지향적인 정치가 아니라 과거 유신독재를 하던 박정희 시절로 회귀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비록 그럴 듯한 이야기로 과거는 이제 그만 이야기를 하고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자고 하지만, 정작 잘못된 과거에 대한 반성과 단절이 없이 그 모든 것을 품고 미래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유신독재를 옹호하는 그들이 과연 어떤 민주적인 방식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요? 사법부의 최종판결마저 무시하며 과거 자신의 아버지가 강압적으로 만든 유신만이 옳다고 외치는 상황에서 무슨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사과를 피해 당사자들에게만 하는 것이 옳다고 하는 김병호 단장의 발언은 일제강점기 피해를 입은 당사자에게만 사과를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일제 강점기 고통을 당했던 국민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와 반성이 당연함에도 김병호 단장의 발언대로라면 일본이 그런 반성을 할 이유도 찾기 힘들 것입니다. 김병호 단장의 논리대로라면 일본은 이제는 몇 남지 않은 이들에게 사과만 하면 과거 일제 강점기에 대한 문제는 모두 해결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한일 관계가 여전히 모호하고 대립만 이어지고 있는 것은 과거의 문제가 명확하게 해결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친일파 청산을 막고 자신의 권력을 굳건하게 만들기 위해 친일파를 이용한 이승만이 만행이 결과적으로 모든 문제의 근원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승만의 야욕만 없었다면 대한민국에서 친일파는 영원히 사라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승만이 친일파를 사회 전면에 내세우더니, 박정희는 한일관계 청산을 근거로 돈을 받아 형식적인 논리 정리에만 집중하고는 모든 문제를 혼란에 빠트리고 말았습니다. 진정성 없는 사과와 자신의 권력욕에 취해 청산해야만 하는 과거를 껴 앉은 결과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우리는 분명하게 알고 있습니다.  

친일파 후손들은 여전히 엄청난 부와 권력을 가진 채 대한민국의 지배계층이 되어있습니다.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걸었던 독립 유공자들의 후손들은 국가가 외면한 채 사회 취약 층으로 전락해버린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역사를 바로잡고 제대로 된 청산을 하지 않은 대가가 이렇게 크게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는데, 박 후보 측의 이런 황당한 과거 숨기기는 용납이 될 수가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대통령 후보로 나설 수 없는 인물이 후보로 나섰다는 것이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저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유신독재에서 정치를 배우고, 그 유신독재를 비호하고 계승하려는 인물이 대통령 후보로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문제의 심각성은 커질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새누리당이 대통령 선거를 치르기 위해 만든 행복 추진위가 철저하게 박근혜 후보의 최측근들로 진용이 짜여 졌다는 점에서도 그들에게 바랄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가계부채특별위원회에 인천광역시에 수조원의 빚을 지게 만들었던 안상수가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난센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자신의 정치적 욕심을 위해 인천시를 엄청난 빚을 떠안게 만들었던 인물이 가계부채특별위원회를 맡고 있는 박근혜 후보 측이 과연 국민들을 위해 무엇을 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불통을 넘어 일방적인 자기주장만이 난무하는 박 후보의 모습은 박정희의 탐욕스러운 그림자가 거대하게 드리우고 있다는 사실이 두렵게 다가오기만 합니다. 우리 미래를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12월 사람이 우선인 나라를 선택할지, 권력을 위해 국민들을 파리 목숨으로 생각하는 이들을 선택할지는 모두 국민들의 몫으로 남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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